나지완은 25일까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출루율 부문에서 1위를 질주하고 있다. 4할7푼2리로 한화 김태균(.465)과 NC 에릭 테임즈(.457) 등 쟁쟁한 왕년 출루율왕들에 앞서 있다.
김태균은 2012~2014년까지 출루율 타이틀 3연패를 이룬 터줏대감이다. 통산 출루율이 4할2푼8리나 된다. 테임즈는 지난해 4할9푼7리로 역대 3위의 높은 기록으로 타이틀을 차지했다.
이런 선수들을 제치고 나지완이 당당히 1위를 달리는 것이다. 사실 나지완의 타율은 높지 않다. 3할1푼7리로 24위에 불과하다. 11위(.335)의 김태균이나 7위(.339)의 테임즈는 물론 1위(.359) 이용규(한화)보다 처진다.
하지만 나지완은 볼넷이나 몸에 맞는 공 등 안타 외 출루가 많다. 올해 나지완은 60개 볼넷을 얻어내 김태균(71개)에 이어 2위다. 몸에 맞는 공은 14개로 정훈(롯데)과 함께 1위다. 상대 집중 견제를 잘 견뎌내며 차분하게 출루를 만들어낸다는 뜻이다.
최근 기세가 놀랍다. 나지완은 후반기 6경기에서 모두 멀티출루(1경기 2번 출루 이상)를 찍었다. 지난주 타율 5할2푼6리(19타수 10안타)에 사사구 5개를 얻어냈다. 주간 출루율은 6할2푼5리나 된다.
올해 나지완의 출루율은 통산 기록을 훨씬 뛰어넘는다. 나지완은 지난 2014년 4할4리가 2008년 데뷔 후 최고 출루율이었고, 통산 기록은 3할8푼9리다. 그런데 올 시즌은 월등하게 높은 것이다.
일단 예비 FA(자유계약선수) 효과가 적지 않다. 올 시즌 뒤 나지완은 FA로 풀려 대박을 노린다. 타율과 홈런(19개) 타점(55개) 모두 커리어 하이를 향해 가고 있다. 나지완은 한국시리즈 우승을 안겼던 2009년 23홈런과 2011년 96타점, 2014년 타율 3할1푼2리가 최고였다.
하지만 이것만으로 설명하기 어려운 성적이다. 사실 지난해 나지완은 최악의 시즌을 보냈다. 타율 2할5푼3리 7홈런 31타점에 머물렀다. 2014년 인천아시안게임 금메달로 병역 혜택을 받게 됐지만 이듬해 부진으로 나지완은 심각한 마음고생을 앓아야 했다.
이를 떨쳐내기 위해 나지완은 절치부심했다. 나지완이 슬럼프에서 벗어나도록 해준 김 감독 등 코칭스태프의 배려도 한몫했다. 김 감독은 "올해 나지완의 선전은 기량보다는 정신적인 면에서 안정을 찾은 게 크다"고 짚었다. 나지완 역시 지난해 심적 부담을 털고 올 시즌 온전히 경기에 집중하고 있다.
나지완은 2009년 SK와 한국시리즈 7차전 끝내기 홈런으로 당당히 MVP에 올랐다. 이후 KIA의 간판 거포로 활약했지만 타이틀과는 인연이 없었다. 2013년 타점 3위, 2010년과 2012년 몸에 맞는 공 3위가 최고 성적이었다. 과연 나지완이 생애 첫 타이틀과 함께 팀의 가을야구, FA 대박을 동시에 이뤄낼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