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이 중국 외교부장은 주한미군의 사드(THAAD·고(高)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 결정에 “한국 측의 행위는 양국의 상호 신뢰 기초에 해를 끼쳤다”며 “이에 대해 유감스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왕 부장은 24일(현지시간) 밤 라오스 비엔티안 국립컨벤션센터에서 열린 한·중 외교장관 회담에서 이같이 밝혔다. 지난 8일 사드의 한반도 배치가 결정된 이후 양국 외교부 장관이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왕 부장은 “윤병세 외교부 장관이 이번 만남을 제의했다”며 “우리는 동료이기 때문에 의사 소통을 미리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 자리에서 윤 장관의 의견을 들어보려고 한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한국 측이 한·중 관계 수호를 위해 어떤 실질적인 행동을 취할지 알아보려고 한다”고 덧붙였다. 왕 장관이 언급한 ‘실질적인 행동’은 주한미군의 사드 배치 결정 철회를 의미하는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대해 윤병세 장관은 양국간 신뢰를 강조했다. 윤 장관은 “지난 3년여간 양국 간 신뢰관계와 협조 관계에 힘입어 한중은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 왔다”면서 “비록 우리가 어려움이 있지만 긴밀한 관계가 유지될 수 있었던 것은 양국 정부와 민간의 신뢰에 입각한 것으로 보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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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윤 장관은 “양국관계가 긴밀해질수록 여러가지 도전이 있을 수 있다”면서 “이러한 도전은 그동안 우리가 깊은 뿌리를 만들어 왔기 때문에 극복하지 못할 사안들이 아니라고 본다”고 말했다.
또 "한반도의 평화와 번영을 위해서 상호 노력이 필요하다"면서 사드 배치 원인인 북한의 핵, 미사일 위협 해결을 위해 중국의 역할이 필요함도 우회적으로 지적했다.
한편, 왕 부장은 회담을 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리용호 북한 외무상과 오늘이나 내일 만날 가능성이 있느냐'는 질문에 "가능성이 있다"(It's possible)고 말했다.
왕이 중국 외교부장과 같은 비행기를 타고 라오스에 도착한 리용호는 중국 대표단과 같은 숙소에서 머물고 있어 북중 관계 회복의 신호탄이 아니냐는 분석도 나오고 있다.
핵 보유국 지위를 인정받으려는 북한과 핵을 포기하도록 국제적인 대북 공조 체제를 강화하려는 우리 정부 사이에서 중국이 어떤 입장을 취할지 관심이 모아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