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24일(현지 시각) 스위스 제네바에서 긴급 집행위원회를 열고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 여부를 각 종목 국제경기단체의 판단에 맡기기로 결정했다. 이에 따라 러시아 선수들의 올림픽 출전은 일단 대부분 이뤄질 전망이다.
당초 러시아는 정부 기관이 도핑 조작에 개입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IOC의 중징계가 예상됐다. 이미 국제육상연맹과 역도연맹의 제재 외에 전 종목에 걸쳐 러시아의 올림픽 출전을 금지할 수 있다는 전망까지 나왔다.
하지만 스포츠는 물론 국제 외교계에서 러시아의 영향력은 무시하기 어려웠다. 블라디미르 푸틴 현 대통령은 물론 미하일 고르바초프 전 대통령까지 나선 러시아의 전방위적 압박이 이어졌다.
결국 IOC는 올림픽 전면 출전 금지 결정을 피했다. 만약 러시아에 대해 중징계를 내렸을 경우 예상되는 파장을 감당하기 어려운 까닭이다. 대신 부담을 각 종목 국제단체에 전가했다.
최동호 스포츠평론가는 "당초 토마스 바흐 IOC 위원장이 출마할 당시에는 강력한 도핑 제재를 주장했다"면서 "그러나 이번 결정은 강력한 금지약물 금지 의지가 후퇴한 듯한 인상이 들어 실망스럽다"고 꼬집었다.
올림픽 개막이 코앞에 다가왔기 때문이다. 오는 8월6일 대회 개막을 10여 일 앞둔 가운데 도핑 조작에 대한 자료를 찾기가 어려운 상황이다. 지난 18일 세계반도핑기구(WADA)가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러시아의 조직적인 도핑 조작의 구체적인 내용을 주요 종목별 국제경기단체가 아직 파악하지 못했다.
이에 따라 한국이 메달 경쟁에서 받을 혜택은 사실상 사라졌다. 이번 파문으로 리듬체조 손연재와 레슬링 김현우, 펜싱 남자 사브르 등에서 러시아에 징계가 내려지면
'어부지리'가 생길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러시아 선수들이 유력한 우승후보기 때문이다.
하지만 IOC의 애매한 결정으로 이득은 없어지게 됐다. AP통신은 24일 "체조는 지난주 WADA 보고서에 러시아 사례가 언급된 바가 없어 출전을 막을 이유가 없어 보인다"고 전하기도 했다.
AP통신은 또 "증거도 없이 어떤 조처를 내릴 수 있느냐. 대회까지 워낙 시간이 없어 누군가에게 출전 금지 징계를 내리면 법원에서 패소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네나드 라요비치 국제레슬링연맹 회장의 발언도 인용했다. 요행은 없다. 어차피 실력으로 경쟁해야 할 태극전사들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