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만 그루' 무궁화에 담긴 재일동포의 꿈 '날개단다'

'10만 그루 무궁화'에 담긴 재일동포 사업가의 조국 사랑과 한일우호를 향한 소망이 든든한 날개를 달게 됐다.

거제도 출신 재일동포 사업가 고(故) 윤병도 씨(2010년 별세)가 일본 사이타마(埼玉)현에 조성한 세계 최대규모의 무궁화 공원을 한일 우호의 상징적 공간으로 활성화하기 위해 한국 산림조합중앙회가 팔을 걷어붙였다.

23일 기자가 일본 도쿄 도심에서 열차로 약 2시간 30여분 걸려 찾은 사이타마(埼玉)현 지치부(秩父)시. 이곳의 24만㎡ 규모 산지에 무궁화 나무 약 10만 그루가 심겨진 세계 최대의 무궁화 공원이 있음을 아는 사람은 드물다.

공원에는 '이곳이 한국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아니 한국에서는 오히려 쉽게 보기 어려운 무궁화가 제철을 만나 흐드러지게 피어 있었다. 교과서에서 보는 전형적인 옅은 분홍색이나 흰색 무궁화 뿐 아니라 진홍색 등 다양한 색깔의 무궁화가 자태를 뽐내고 있었다.

공원은 지치부시에서 건설사업을 해온 윤 씨의 조국사랑과 한일의 유대를 바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담긴 공간이다. 생전 일본 각지에 심을 정도로 무궁화를 사랑했던 그는 조국에 대규모 무궁화 공원이 없음을 아쉬워하며 자신이 소유한 산의 일부에 자비로 '무궁화 자연공원'을 조성, 2002년 정식으로 개원했다.

'사쿠라(벚꽃)의 나라' 일본이지만 연간 1만명 정도가 찾을 정도로 현지인들에게도 사랑받고 있다.

6년 전 윤씨가 별세한 뒤 고인의 뜻을 이어받은 유족들이 공원을 운영하고 있지만 연간 2천만 엔(2억 1천만원) 이상의 관리 비용과 세심한 손길이 필요한 일을 한 가족이 감당하기는 점점 버거워지는 상황이었다.

이런 사정을 안 한국 산림조합중앙회가 지원에 나섰다.

우선 한국 목재로 만든 8각 정자 '단심정'(丹心亭)을 공원 안에 지어 기증하고 올해 7∼9월 공원에서 열리는 무궁화 축제를 공동주최하기로 했다. 또 공원을 활성화하기 위한 기술 지원, 공원 관리 대행 등을 검토하기로 했다고 중앙회 관계자가 밝혔다.

23일에는 산림조합중앙회 관계자 40여명과 일본 현지 지방자치단체 간부 및 산림업 관계자 등 20여명이 참석한 가운데 공원 안에서 정자 낙성식이 열렸다.

이석형(58) 산림조합중앙회 회장은 연합뉴스 기자와 만난 자리에서 "윤병도 옹이 작고한 뒤 가족만의 힘으로 관리하기는 어려움이 많다고 해서 산림의 전문가인 우리들이 함께 하려고 한다"며 "나무를 가꾸는데 전문성이 있는 만큼 최선을 다해 공원 관리를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윤병도 씨의 부인 이토 하쓰에(伊藤初枝·78) 씨는 "공원을 통해 일본 사람들이 한국이라는 나라를 잘 알아주면 하는 마음이 (고인에게) 있었다"며 "남편은 정말로 두 나라 사이의 깊은 유대를 희망했다"고 전했다.

그는 "남편이 세상을 떠난지 6년이 지났지만 자녀들과 함께 (공원을 가꾸며) 양국 간에 더 두터운 유대를 만들고 싶다"며 "한일이 '가깝고도 먼 나라'가 아닌, '가깝고도 가까운 나라'가 되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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