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한 분노 처방전

신간 '왜 화를 멈출 수 없을까?'

“누군가에게 화가 나도 제 감정을 전혀 전달할 수 없어요.
그저 입을 꾹 다무는 것만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죠.”
- 30대 주부 B씨

화를 참는 사회, 분노를 쌓아두고 언제 터뜨릴지 모르는 사람들…대한민국에서 유일하게 발병한다고 하는 ‘화병’도 화를 참다가 곪아서 결국 병이 된 것이 아닌가. 이처럼 우리가 분노를 잘 표현하지 못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아마도 분노를 나쁜 감정으로 여기기 때문일 것이다. 그런 환경에서 성장하고 ‘좋은 사람’이 되려고 노력하는 사람일수록 분노를 숨기기 쉽다. 때로는 분노를 최대한 외면해서 마치 자신에게는 그런 감정이 없는 듯 행동하려 한다.

분노는 좋지도 나쁘지도 않은 희로애락의 감정 중 하나일 뿐이다. 또 분노란 ‘내면에 무언가 문제가 있다’는 신호로, 우리가 살아가는 데 매우 중요한 감정이다. 하지만 우리는 분노를 자각하는 일의 중요성을 모른 채 참으라는 말만 들으며 자랐기 때문에 분노를 제대로 다루지 못하고 분노 공포증에 빠지기 쉽다.

억압된 분노는 반드시 다른 형태로 나타난다. 그래서 인간관계를 무너뜨리거나 자기 자신을 망가뜨린다. 우리는 그런 위기가 찾아오기 전에 그 분노를 폭발시키지 않고 건강하게 표현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건강하게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을 익혀야 하는 것이다. 분노의 폭발을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또 다른 형태로 드러난 억압된 분노가 인간관계를 망가뜨리거나 자신을 상처 입히는 사태를 피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이제부터 일본의 유명한 정신과 전문의가 수많은 상담들을 바탕으로 내놓는 효과적인 처방전을 함께 살펴보자.

신간 '왜 화를 멈출 수 없을까?'에서는 분노를 터뜨리지 못하는 사람들의 사례, 그리고 수동적 공격을 통해 어떤 식으로 복수를 하는지에 대해 유형별로 알아본다. 아울러 이러한 분노를 다스리지 못하는 사람들에게 어떻게 분노를 다스려야 하는지에 대한 해결책을 제시한다.

1장 '억압된 분노는 어디로 갈까?'에서는 분노를 억압하는 거에 대한 위험성과 감정 표출의 중요성을 피력하고 분노를 표출하지 못한 사람들의 가정환경의 특성에 대해서 설명한다.

2장 '자기 자신에게 돌려진 분노'에서는 분노를 참게 되면 나타나는 증상과 부부 혹은 고부간 갈등을 참을 때 나타나는 위험성에 대해 서술한다. 그리고 현실적 문제들을 스스로 해결할 수 없다는 무력감에 빠지거나 분노를 제대로 표출 못해서 생기는 비만이나 거식증, 과식증, 자해 행위 등의 사례를 든다.

3장 '남몰래 분노를 표현하는 사람들'에서는 수동적 공격으로 분노를 몰래 표현한 다양한 사례들이 등장한다. 바른 말로 적의를 표현한다거나 우유부단한 변덕쟁이, 상대의 성과를 폄하하는 사람이나 속으로는 적인데 겉으로는 친한 친구인 척 하는 사람 등 여러 유형의 수동적 공격을 다양한 사례로 알아볼 수 있다.

4장 '왜 직접 분노를 드러내지 못할까?'에서는 직접 분노를 드러내지 못하고 어떤 대응을 하는지에 대해 소개하고 분노에 대한 불안과 죄책감, 통제가 강한 사회 등의 분노 표출이 어려운 개인적 사회적 이유에 대해 서술한다.


5장 '분노의 반격, 분노의 연쇄'에서는 수동적 공격의 상호작용을 설명하며 공격을 당한 이들의 반응과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에 대해 초점을 맞춰 다양한 사례를 든다. 여기서는 수동적 공격의 가해자 뿐 아니라 피해자도 책임이 있음을 알려준다.

6장 '처방전-분노를 너무 두려워하지 말 것'에서는 분노 공포증에서 탈출해서 어떻게 현명하게 화를 내야 하는지에 대해 소개하며 무엇이 정말 두려운 것인지 진단하고 화내는 기술에 대해 알려준다.

책 속으로

이처럼 감정의 흐름이 막히면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욕구불만이 생겨나 분노를 유발한다. 게다가 욕구불만이나 분노를 표출하지 못하는 상태가 지속되면 일상의 사소한 일에도 쌓였던 감정이 폭발할 수 있다.
분노를 방출하는 경로가 차단되어 있었기 때문에 결국 사소한 사건에 감정이 폭발하고 마는 것이다. 요컨대 분노가 과도하게 표출되는 사태는 감정의 억압과 밀접한 관계가 있다.
- 24p, 폭발로 이어지는 억압 중에서

대부분의 부모는 이런 경우 아기에게 필요한 것을 제공하기보다 부모 자신의 감정을 우선하기 쉽다. 부모는 아이의 분노를 접하는 즉시 불안과 초조를 느낀다. 그곳에 다른 어른이 함께 있다면, 타인의 시선을 의식하며 아이의 분노를 다루지 못하는 나쁜 부모로 보이지는 않을까 두려워할 것이다. 그래서 아이의 분노를 어떻게든 억누르려고 하는 부모도 있다. 이처럼 부모가 아이의 분노 표출을 막으려 강한 비난과 거절의 반응을 계속 보인다면 아이는 자신의 욕구불만과 분노를 표현하는 방법이 적절치 않다고 느낄 것이다. 어쩌면 자신의 존재 자체를 거절당했다고 느낄지도 모른다. 부모가 자신의 분노를 회피할 뿐 그것을 해결해 주려 하지 않는다면, 아이는 대체 어떻게 해야 좋을까? 아이는 아마 자신이 분노를 드러냈기 때문에 사랑받지 못한다고 짐작하며 ‘화를 겉으로 드러내지 않아야 사랑받을 수 있어’라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때문에 엄청난 분노의 에너지를 있는 힘껏 봉인하고 억누르려할 것이다. 즉 분노를 최대한 억압하는 것이다.
- 26p, 분노를 참은 결과 중에서

이 환자의 발작의 배경에는 일단 남편과 시부모에 얽힌 사연이 있었지만, 그보다 더 깊은 곳에는 친정어머니에 대한 오래된 분노 또한 숨어 있었다. 교사인 어머니는 ‘공부 못하는 아이는 아무짝에도 못 쓴다’고 생각하는 사람이어서 어릴 때부터 그녀를 책상 앞에 붙들어 놓고 직접 가르쳤다. 친구가 놀자고 불러낼 때마다 어머니가 ‘얘는 공부해야 돼’라며 돌려보내는 것이 힘들었지만 그녀가 원하는 ‘공부 잘하는 아이’가 되고 싶어서 열심히 노력했다. 노력한 보람이 있었는지 명문 국립대학까지는 문제없이 입학했으나 대학원 진학은 마음대로 되지 않았다. 재수를 하려던 그녀와 달리 어머니는 ‘대학을 나와서 취직도 못하고 대학원도 못 가고 빈둥거리다니 꼴이 이게 뭐냐’며 푸념을 해댔고, 그래서 어쩔 수 없이 맞선을 본 것이다.
최근 그녀는 ‘시부모가 이웃으로 이사를 오면 시어머니와의 갈등으로 괴로워했던 친정어머니와 똑같은 인생을 살게 되지 않을까’ 하는 불안에 시달렸다. 같은 집에 살지는 않지만 성미가 까다로운 시어머니는 손자의 훈육과 공부를 시시콜콜 간섭할 텐데, 지금 사는 집을 구입할 때 시댁의 금전적 지원을 받았다는 이유로 당당하게 거절할 입장도 못 됐다.
- 64p, 현실을 자기 힘으로 바꿀 수 없다는 무력감 중에서

최근 들어 눈에 띄게 증가하는 식이 장애, 특히 거식증과 과식증 환자들도 강한 분노와 욕구불만을 품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부정적인 감정을 어쩌지 못해 무력감과 공허감을 느끼고, 그런 감정을 체중을 통제함으로써 해소하려 한다. 이것이 강박적인 완벽주의 성향과 합쳐져 극단적인 형태로 표출되는 것이다. 거식증 환자가 거의 먹지 않아서 비쩍 마른 것에 비해 과식증 환자는 어마어마하게 먹어대니 얼핏 정반대의 질환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실제로는 과식증 역시 극단적인 다이어트에서 시작되는 경우가 많다. 처음에는 식사를 극도로 제한하여 살을 빼지만 어느 순간 먹고 싶다는 충동을 억제하지 못하고 과식을 시작하는 것이다.
- 69p, 거식증과 과식증 중에서

수동적 공격을 통해 억압된 분노를 남몰래 표출하기 위해서는 ‘필요한 것, 혹은 도와야 할 것을 잊어버리거나, 하지 않거나, 꾸물거리며 지연시키는 수법’이 주로 쓰인다. 예를 들면 마중을 나가기로 했는데 그것을 잊어버려 기다리게 만들고, 계좌에 돈을 보내는 것을 깜빡해 민망한 상황을 당하게 하는 것 등이다. 또한 열쇠를 잃어버려서 집에 못 들어가게 하고, 발표용 보고서를 늦게 제출해서 예행연습도 못한 채 단상에 올라가게 만들고, 차에 기름을 채워 놓지 않아 운전하는 중에 시동이 꺼지게 만드는 것 등도 해당된다. 심지어는 상대가 심장 발작을 일으켜 쓰러졌을 때 약을 주지 않는 경우도 있다.
이런 일이 일어나도 표면상으로는 상대의 격렬한 적의나 분노가 보이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어이없는 실수를 했을 뿐인지, 아니면 숨겨진 분노가 수동적 공격의 형태로 드러난 것인지 구분하기 어려울 때도 많다
- 101p, 수동적 공격의 사례 중에서

상대의 가치와 의의를 전혀 인정하지 않음으로써 분노를 간접적으로 표출하는 것도 수동적 공격의 흔한 수법이다. 그것의 가장 큰 동기는 자신보다 풍족해 보이는 사람에 대한 시기심이다. 이들은 상대를 직접적으로 폄하할 수 없어서 마음이 담기지 않은, 때로는 독을 품은 칭찬으로 상대가 성취한 성과의 가치를 낮추려고 한다.‘우리 아들이 일류대학에 합격했다’고 자랑스럽게 이야기하는 이웃에게 일단은 축하한다고 말하고, 뒤이어 “요즘은 저출산이라 예전보다 대학 가기가 쉬워진 것 같아요”, “예전처럼 좋은 대학을 나왔다고 좋은 회사에 취직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니 참 힘들겠어요”라고 대꾸하는 식이다.
- 133p, 상대의 성과를 폄하하는 사람 중에서

가타마 다다미 지음/노경아 옮김/생각정거장/248쪽/14,000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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