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 고' 하려고 대형건물 GPS 조작?…위법성 논란

국내에서 증강현실(AR) 모바일 게임 '포켓몬 고(Pokemon Go)'를 하려고 대형 건물의 GPS(위성위치확인시스템)를 임의로 조작하는 방법이 논의되고 있어 주목된다.

한 20대 게임 유저가 이 같은 방안을 공개 제안하자 대형 유통업체가 게임 실행을 위한 장소 등을 제공하겠다고 나섰고, 포켓몬 코리아는 저작권 위반이라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겠다고 밝혀 논란이 일고 있다.

포켓몬 고 유저 A(20대)씨는 얼마 전 국내에서 게임을 할 수 있는 방안을 찾아냈다.

GPS 시뮬레이터를 이용, 특정 건물의 GPS 위치정보를 바꿈으로써 한국이 아니라 외국인 것처럼 만들어 게임을 구동시키는 방법이다.

그동안 개인 스마트폰 GPS의 위치정보를 바꿔 국내 이용자가 마치 다른 나라에 있는 것처럼 속이는 방법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지만, 대규모 공간의 GPS를 조작하는 방안은 이번이 처음이다.

A씨는 스마트폰 GPS 위치정보를 바꿔 혼자 게임하는 것보다 사람들과 함께하고 싶다는 이유에서 이벤트를 계획했다.

자신의 SNS에 "특정 장소에서 GPS를 조작할 테니 함께 할 유저들을 모집한다"는 글을 올린 A씨는 국내 한 대형 유통업체 B사로부터 뜻밖의 제안을 받았다.

A씨에게 GPS 조작을 위한 장비와 장소 등을 제공할 테니, 고안한 방법대로 자사 매장에서 포켓몬 고를 구동시키는 것에 대해 검토해보자는 것이었다.

제안이 성사되면 B업체가 보유한 국내 몇 곳의 매장에서 GPS 조작과 포켓몬 고 게임이 실행될 전망이다.

B업체는 게임 유저들에게 별도의 이용요금은 받지 않겠다는 계획이지만 고객유치와 홍보에 포켓몬 고를 이용하려는 속셈으로 풀이된다.

A씨는 23일 "처음에는 혼자 게임을 하는 방법을 고민하다가 사람들과 함께 게임을 즐기려고 개인 SNS를 통해 '장소를 대여해 포켓몬 고를 하자'고 참가자들을 모집했다"며 "내가 제안한 아이디어가 SNS를 타고 확산했고, 이를 본 B업체가 공간을 제공해주겠다고 제안해와 B사와 협의 중이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작된 GPS 전파가 건물 밖 운전자 등 애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는 일이 없도록 기술적인 대책은 업체측에서 따로 마련할 계획"이라며 "이번 이벤트는 포켓몬 코리아측과 협의된 바는 없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국내에서 포켓몬 캐릭터 저작권을 가진 포켓몬 코리아 측은 A씨나 B업체의 이 같은 계획이 실행되면 법적으로 대응하겠다는 입장이다.

포켓몬 코리아 관계자는 "외국 GPS를 우리나라 지도에 덮어 인위적으로 포켓몬 고를 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건 저작권 침해"라며 "행사에 참여하는 사람들이 돈을 내지 않더라도 한 공간에 사람을 모으는 행위 자체가 상업적 성격을 띠는 모객 행위"라고 지적했다.

이어 "아직 회사에 관련 내용을 문의한 기관이나 업체는 없지만, 논의가 들어오더라도 한국은 게임 서비스 대상 지역이 아니어서 협의는 힘들다"며 "GPS를 조작해 포켓몬 고가 가능한 환경을 제공하는 자에게는 법적 대응을 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경찰 한 관계자는 "권리를 가진 업체와 별다른 협의 없이, 그것도 통상의 게임 방법과 다른 '조작'을 통해 불특정 다수가 게임을 하도록 환경을 제공한다면 저작권 위반 소지가 있어 보인다"며 "저작권법 위반은 친고죄여서 피해 업체가 고소장을 제출하면 수사할 수 있다"고 말했다.

B업체 홍보실 관계자는 "담당 부서에서 A씨와 미팅하고, GPS 조작과 게임 구동에 대해 협의한 것은 사실"이라며 "아직 이벤트를 추진하기로 확정한 것은 아니어서 구체적인 실행계획은 없는 상태다"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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