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광버스 기사 급구…면허취소 경력 안 따져요"

모창환 "4시간 연속 운전 금지 등 규제 필요"

- 적은 급여에 손님 팁 의존
- 침낭 갖고 트렁크에서 취침
- 손님응대 위해 스마트폰 검색도
- 음주운전, 마약경력 등 체크해야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관광버스 기사(익명), 모창환(한국교통연구원 박사)

지난 17일 영동고속도로 봉평터널에서 발생한 5중 추돌 사고. 무려 41명의 사상자를 낸 큰 사고였죠. 특이한 건 그 당시에 도로가 막혀서 차들이 길게 서 있는 게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그 관광버스는 시속 105㎞로 달려와서 속도를 전혀 줄이지 않고 브레이크 한 번 밟지 않고 그대로 추돌했다는 겁니다. 문제의 관광버스 운전기사, 결국은 졸음운전을 했다는 걸 시인을 했는데요. 이게 끝이 아니었습니다. 이 기사는 과거에 음주운전 삼진 아웃으로 면허가 취소된 전력이 있었다는 겁니다. 어떻게 이런 사람이 수십 명의 목숨을 책임지는 관광버스의 기사가 될 수 있었을까요? 오늘 이 문제 한번 짚어보겠습니다. 먼저 현직 전세 관광버스 운전기사 한 분을 만나서 실태를 좀 들어보죠. 기사님, 나와 계십니까?

◆ 관광버스 기사> 네.

◇ 김현정> 그 전세관광버스를 운전하신 지는 얼마나 되셨습니까?

◆ 관광버스 기사> 저는 한 25년 지금 하고 있는데요.

◇ 김현정> 25년. 그럼 이번에 그 전세관광버스 사고 소식을 딱 접하고는 어떤 생각부터 드시던가요.

◆ 관광버스 기사> 항상 일어날 수 있는 일이다, 이렇게 생각했습니다.

◇ 김현정> 일어날 만한 일이 터졌구나. 이 기사가 과거 음주운전으로 세 번이나 적발이 되면서 결국 운전면허 자체가 취소됐던 사람입니다. 그래서 2년간 일용직을 하다가 지난 3월에 운전면허를 다시 취득하고 다시 취득하자마자 버스기사로 취업이 됐단 말입니다. 아니, 관광버스기사 모집할 때 이런 전력을 안 봅니까?

◆ 관광버스 기사> 저희가 지금 기사가 많이 모자란 편이에요. 그래 가지고 지금 초보자가 면허를 따 가지고 버스운전자격증만 구비하면 당장 오늘 오후부터라도 운전할 수 있는 그런 상황입니다.

◇ 김현정> 아니, 그러면 제가 지금 오늘 오전에 대형버스 운전면허증을 땄어요, 대형 면허증을. 오후에 가서, 전세버스회사 가서 저 취업시켜주세요 하면 바로 된다고요?

◆ 관광버스 기사> 당장 오후부터 일을 할 수가 있어요.

◇ 김현정> 세상에….

◆ 관광버스 기사> 기사가 모자라는 형편이니까요.

◇ 김현정> 아니, 적어도 운전 관련 범죄 경력은 이거는 중요한 체크포인트인데, 전혀 안 봐요? 운전면허 음주운전으로 취소가 됐는지 안 됐는지, 운전과 관련된 범죄 경력이 있는지 없는지, 이런 것들.

◆ 관광버스 기사> 그런 거를 볼 수가 없습니다, 지금. 차가 서 있는데요, 당장요.

◇ 김현정> 당장 노는 차가 있는데? 아니, 왜 운전기사가 그렇게 모자라고 버스는 많은 거죠?

◆ 관광버스 기사> 이게 허가제에서 등록제로 바뀌면서 차량 대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나니까. 기사들이 많이 모자라는 형편입니다, 지금. 그리고 제일 큰 원인은 급여가 너무 적으니까.

◇ 김현정> 급여는 또 적고. 실례지만 급여가 어느 정도 됩니까?

◆ 관광버스 기사> 회사에서는 급여를 보통 80에서 100 정도 책정을 해 주고 기본급을. 나머지는 손님을 모시고 나가서 팁이라든지 이런 부수적인 걸로 벌어서 생활을 하라는 건데. 그게 현실하고 또 맞지가 않고 있습니다, 지금.

◇ 김현정> 기본급 80에서 100이고 나머지는 나가서 팁 받아서 채워 넣어라. 그렇게 해서 다 하면 보통들 평균 얼마나 가져가세요, 한 달에.

◆ 관광버스 기사> 한 달 내내 일을 해도 200 정도?

◇ 김현정> 알겠습니다. 그러니까 대우가 좋지 않으니까, 사람은 부족하고 버스는 서 있으니까, 회사에서는 누구라도 하겠다고 하면 바로 채용한다는 거군요. 그러면 그 채용된 기사들을 대상으로 안전교육 같은 건 안 합니까?

◆ 관광버스 기사> 하고 있는데요. 사실상 말만 교육이지 뭐 모여서 그냥, 그냥 얼굴 보는 그런 자리 갖는다고 생각하시면 됩니다.

◇ 김현정> 그나마 그 자리도 친목 다지는 자리 정도다, 이런 말씀이세요.

◆ 관광버스 기사> 네.

◇ 김현정> 그러면 회사측에서 보는 좋은 기사의 요건은 뭡니까?

◆ 관광버스 기사> 운전을 잘한다든지 뭐 그런 거보다도 손님들한테 얼마나 서비스를 친절히 잘하고 해서 좋은 이미지가 돌아오면 잘하는 기사님이고.

◇ 김현정> 서비스가 좋다는 게 어떻게 해야지 서비스가 좋은 겁니까?

◆ 관광버스 기사> 아무래도 저희가 관광업종이다 보니까 나가서 손님들 비위를 맞추기 위해서 춤을 춘다든지 노래를 부른다든지 악기 정도 다룬다든지.

◇ 김현정> 악기도 다뤄야 돼요?

◆ 관광버스 기사> 저희가 기본적으로 하는 것은 색소폰이라든지 기타, 전자오르간 다루고 그러면 A급 대우를 받습니다, 회사에서.

◇ 김현정> A급 대우를. 그렇게 되다 보니까, 안전보다도 또 더 운전을 얼마나 성실하게 하느냐보다도, 그런 쪽으로 더 치중하게 되는 경향이 있단 말씀이에요.

17일 영동고속도로 인천방면 봉평터널 앞에서 관광버스가 낸 추돌사고 현장. (사진=강원지방경찰청 제공)
◆ 관광버스 기사> 네.

◇ 김현정> 그런데 어쨌든 이번 사고의 원인은 음주는 아니었고 졸음운전이었답니다, 직접적인 원인은 졸음운전. 이 기사가 전날 버스에서 잤다 그래요.

◆ 관광버스 기사> 그런데 저희가 어떤 관광지에 가면 기사 숙소라는 걸 제공해 줍니다. 그런데 이제 펜션, 리조트, 콘도, 이런 데는 기사한테 따로 숙소 제공을 안 해 줘요. 그러면 손님들 하고 같이 잘 수밖에 없는데. 손님들은 관광을 나오신 거니까 밤새도록 떠들고 노래 부르고 즐기고 마시고 하시는데 그런 데서 방 한 칸 얻어가지고 잠을 잘 수가 없거든요.

◇ 김현정> 없으니까….

◆ 관광버스 기사> 시끄러우니까. 저도 차에서 잡니다.

◇ 김현정> 이불도 없이 어떻게 주무세요, 불편해서?

◆ 관광버스 기사> 저도 침낭을 하나 샀어요.

◇ 김현정> 침낭을 하나 사셨어요?

◆ 관광버스 기사> 당장 이번 주에 학생들 데리고 펜션으로 가는데. 같이 잘 수가 없으니까.

◇ 김현정> 잘 수가 없으니까 맨 뒷자리에서 그냥 주무시는군요.

◆ 관광버스 기사> 그런데 또 차에서 자는 의자가 불편하니까 보통 트렁크에 들어가서 잡니다, 트렁크에.

◇ 김현정> 트렁크에 들어가서?

◆ 관광버스 기사> 네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러니까 그 전날 버스에서 잤다는 것이 이 기사만의 특이한 일이 아니라 일반적으로 전세버스 기사님들 다….

◆ 관광버스 기사> 통상적으로 다 그래요. 저희 관광버스 기사들은 다 겪고 있는 겁니다.

◇ 김현정> 다 겪고 있는 일. 알겠습니다. 혹시 장거리 뛰다가 휴대폰 확인하는 분들도 목격해 보셨어요?

◆ 관광버스 기사> 휴대폰 많이 쓸 수밖에 없는 시대가 왔어요. 손님들이 원하는 요구사항도 많아지고. 어디를 지나가면 "아, 저기에 뭐가 있는데 저게 뭐냐" 이렇게 물으신단 말이에요. 그러면 운전 중이라도 스마트폰에 검색할 수밖에 없습니다.

◇ 김현정> 그렇군요.

◆ 관광버스 기사> 그런 거에서 대답을 못하면 손님이 다음에는 또 안 부르지 않습니까?

◇ 김현정> 그렇군요. 혹시 지금 못다한 이야기들 중에 이건 좀 꼭 알았으면 좋겠다 하시는 내용이 있다면 전해 주시죠.

◆ 관광버스 기사> 이번 사고는 기사님 잘못도 있지만, 버스운전 하는 기사로서 손님 모시고 다니는 데에 너무 많은 어려움이 있습니다. 이런 거를 좀 정부 차원에서라도 보완하고 해결해 주셨으면 합니다.

◇ 김현정> 지금 문제의 기사가 잘했다는 건 절대 아니지만 그 뒤에 숨은 구조적인 문제들도 함께 들여다봐달라 이런 말씀이세요.

◆ 관광버스 기사> 네, 네.

◇ 김현정> 오늘 고맙습니다. 안전운전 하시고요.

◆ 관광버스 기사>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현재 한 전세버스 회사에서 기사로 일하는 분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우리나라의 전세 관광버스 업계는요, 이런 식으로 여러 대의 버스를 가진 회사가 운전기사를 고용해서 운영하는 경우가 있는가 하면, 운전기사가 자기 버스 한 대를 가지고 개인사업자처럼 운영하는 이런 경우로 크게 나뉘는데요. 물론 전부가 다 열악하다고 말할 수는 없겠습니다마는, 대체로는 사정이 비슷하다는 게 업계 종사자들의 얘기입니다. 그렇다면 전문가 한 분 연결해보죠. 교통연구원 모창환 박사 연결이 돼 있습니다. 모 박사님, 나와 계십니까?

◆ 모창환> 네.

◇ 김현정> 그러니까 전세버스 운전기사 진입장벽도 거의 없고 진입한 후에 특별한 관리감독도 없고 지금 상황이 그런 모양이에요.

◆ 모창환> 진입장벽은 특별히 없죠. 그래서 이제 그런 것들은 좀 이렇게 강화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맞지 않나 싶어요. 그래서 여러 가지 음주운전 같은 건 아주 중요하고 그리고 또 마약이라든지 그런 것들에 대해서는 이렇게 매년 체크를 한다든지 이런 장치들도 좀 필요하지 않나 싶어요.

◇ 김현정> 그래요, 이게 최소한의 규제장치 없이 이렇게 사람을 뽑아서 무리하게 운영을 하는 것. 그 근본적인 이유는 뭡니까? 왜 이런 문제가 발생하는 거죠?

◆ 모창환> 그것은 이제 이 시장에서 시장이 관광버스 업계가 상당히 낙후되어 있습니다. 그러다 보니까 자격을 갖다가 무지 높혀 버리면 현재 임금이 낮기 때문에 많은 분들이 지금 이렇게 하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 김현정> 그렇죠.

◆ 모창환> 그리고 또 시장 여건하고 잘 안 맞는 게 좀 있습니다.

◇ 김현정> 왜 전세버스 업체가 그러면 이렇게 낙후되어 있는가 생각해보면 지금 업체 간의 경쟁이 굉장히 치열한 거예요.

◆ 모창환> 그렇죠, 과잉공급이 좀 돼 있다고 볼 수 있죠.

◇ 김현정> 과잉공급이….

◆ 모창환> 과잉공급이 좀 되어 있기 때문에 사실상 2014년에 총량제라는 진입규제 장벽을 이렇게 만들어놨습니다, 지금.

◇ 김현정> 총량제요?

◆ 모창환> 네, 전세버스 그러니까 사업을 사업자 등록을 이제 더 이상 못하게 하는 거죠.

◇ 김현정> 총량제로 묶은 후에도 그런데도 여전히 그렇게 버스가 많나요?

◆ 모창환> 그러니까 이제 중요한 게 뭐냐하면 총량제라는 정책이 시행되기 전에 차량이 상당히 많이 늘었어요.


◇ 김현정> 총량제 이제 실시할 거란다라는 소문이 나자 그 전에 왕창 늘었어요?

◆ 모창환> 그렇죠, 그 시점에 상당히 많이 늘었기 때문에 현재 그런 영향이 지금 16년까지 이어진다, 이렇게 볼 수도 있습니다, 지금.

(사진=자료사진)
◇ 김현정> 전국에 지금 전세버스가 몇대 정도가 지금 다니고 있는 거죠?

◆ 모창환> 한 5만 대 정도.

◇ 김현정> 5만 대 정도가. 정리가 좀 되네요. 그러니까 버스가 넘쳐나다 보니 업계 간의 경쟁은 치열해지고 치열하다 보니 기사들 보수, 월급은 적고 월급 적다 보니 기사 수는 늘 모자라고 모자란 사람 채우려니까 채용은 대충, 대충하게 되고 그 모자란 수로 운영하려니까 무리한 운전, 피곤한 운전이 계속 될 수밖에 없고 복합적인 이유가 깔려 있는 거군요.

◆ 모창환> 그렇죠, 경제적인 요인이 어떤, 어떻게 보면 가장 중요한 요인이라고 볼 수 있겠죠.

◇ 김현정> 이거 그럼 어떤 식의 대안이 현실적으로 가능할까요?

◆ 모창환> 그래서 이제 저는 안전규제를 강화하는 쪽으로 이제 가야 된다. 그리고 왜냐하면 선진국에서는 대부분 그렇게 하고 있거든요. 운전자의 운전 시간을 제한을 하는 겁니다. 예를 들어 가지고 1일 9시간으로 운전시간으로 제한하고 연속으로 운전할 때는 4시간 이상을 못하게 하고 교대로 운전을 해요.

◇ 김현정> 교대로 할 수 있게.

◆ 모창환> 그렇게 되면 문제는 뭐냐하면 요금 수준이 올라가게 되겠죠.

◇ 김현정> 바로 그거죠.

◆ 모창환> 관광버스 이용자들이 부담해야되는 요금이 올라가는 그런 문제는 발생을 할 수가 있습니다.

◇ 김현정> 그렇죠, 버스 회사들 이렇게 너무나 경쟁이 치열해서 서로서로 요금 낮추려고 하는데 과연 이걸 받아들일까요.

◆ 모창환> 기본적으로 단속을 하는 게 중요한데. 영국 같은 경우는 어떻게 하고 있냐면 이런 어떤 단속 기관을 만들어서 그 단속기관이 사업용 자동차를 단속하는 상시적으로 그렇게 해서 그러한 운행기록 등의 점검이라든지 이런 것들을 지금 하고 있습니다.

◇ 김현정> 따로 단속반을 둬서 운영할 정도로 엄격하게 외국에서는 규제를 하고 있군요.

◆ 모창환> 그렇죠.

◇ 김현정> 거기에 비하면 우리는 너무허술했던 게 아닌가. 그런 면에서 본다면 아까 앞에 운전기사 한 분의 말씀처럼 터질 게 터진 것이다. 터질 수밖에 없는 사고였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거네요. 알겠습니다. 여기까지 말씀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박사님.

◆ 모창환> 네, 감사합니다.

◇ 김현정> 교통연구원 모창환 박사까지 연결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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