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전10기' 공수처 법안 이번에는 통과될까?

더민주 "내놓을 건 내놓고 여당과 협의하겠다"

처가 부동산 편법 매매 의혹과 120억원대 주식대박 사건, 전관예우를 악용한 '몰래변론' 등 고위 검찰 출신들의 비위행위가 잇따르자 야당이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 도입을 다시 꺼내들었다.

공수처 설치 등 검찰개혁안을 입법예고한 더불어민주당은 이번에야 말로 반드시 공수처를 도입해 견제받지 않는 검찰 권력을 제어하겠다고 벼르고 있다.

국민의당 역시 공수처 관련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고 더민주와 공고한 협조를 통해 다음주 내에 관련 법안을 발의하겠다는 계획이다.

◇ 9차례 발의된 '공수처 법안' 번번이 '좌초'

공수처 신설은 검찰 개혁의 일환으로 지난 1996년 도입 필요성이 제기된 뒤 참여정부 때인 2004년 본격 논의가 시작됐지만 현 여권과 검찰의 반대로 번번이 무산됐다.

1996년 이후 발의된 공수처 신설 관련 법안만 9차례. 하지만 정부 여당과 당사자인 검찰은 '옥상옥', '기업 수사 중첩' 등의 이유로 도입을 반대했다.

16년만에 여소야대 국면이 된 20대 국회에서도 통과는 여전히 만만찮다.

먼저 국회선진화법이 법사위 통과 발목을 잡을 전망이다.

국회법 85조 2항은 '위원회에 회부된 안건을 신속처리대상안건으로 지정하고자 하는 경우 안건의 소관 위원회 재적위원 5분의 3 이상의 찬성으로 의결한다'고 규정하고 있다.

현재 법사위 구성은 새누리당이 위원장을 포함해 7명, 더민주가 7명, 국민의당이 2명, 정의당이 1명이다. 야당의원이 10명이어서 3/5 이상 찬성 의결정족수에 1명이 모자란다.

특히 법사위원장인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과 간사인 김진태 의원이 검찰 출신이어서 야당은 신속처리대상안건 지정 자체가 요원하다고 보고 있다.

또 이번에 추진되는 공수처 신설 법안의 수사대상 범위가 전직 대통령과 국무총리, 국회의원, 행정각부의 장차관급 이상 공무원을 비롯해 감사원, 국가정보원, 공정거래위원회 등 사정기관의 국장급 이상 공무원으로 확대된 점도 여당으로서는 부담이다.

이와 함께 공수처가 수사뿐 아니라 기소와 공소유지 업무를 맡는 것은 물론 특별수사관 구성에 검찰 출신을 절반 이하로 배제한 점도 이전 공수처 도입 법안보다 강화된 내용이다.

새누리당 권성동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전화통화에서 "기본적으로 19대 때 야당이 공수처 대신 특별감찰관제와 상설특검법을 도입해달라고 했다"며 "기존에 있는 걸 개정하거나 보완하면 되지 현재로서는 공수처 명분이 좀 약하다"고 부정적 입장을 피력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좌측)와 국민의당 박지원 원내대표. (사진=윤창원 기자/자료사진)
◇ 野, 내줄건 내주더라도 이번 기회에 도입하겠다

더민주는 일단 여야합의에 의한 본회의 상정에 전력을 기울인다는 전략이다.

더민주 우상호 원내대표는 21일 "8월 임시국회에서 공수처 법안을 최우선 법안으로 삼아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여소야대 국회인데다 새누리당 소속 의원들 중에서도 찬성하는 분들이 적지 않아 어느 때보다 통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또 "최대한 설득할 계획인데 이정도 내용이면 새누리당에서도 받을 수 있을 것 같다"고 자신했다.

공수처 신설을 이끄는 더민주 박범계 의원도 "공수처 관련 법안은 9번 발의된 것으로 안다"며 "여당과 검찰 등의 반대로 번번이 통과가 안됐지만 이번에는 국민의당과 함께 협의를 통해 법안이 추진되는 만큼 당론으로 발의될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역시 검사 출신 이용주 의원을 공수처 법안 준비 TF 팀장으로 임명하고 더민주와 보조를 맞추기로 했다.

양당은 세부사항을 조율한 뒤 다음주 초 법안을 공동 발의하고 다음달 임시국회에서 처리한다는 방침이다.

더불어 민주당 박범계 의원. (사진=황진환 기자/자료사진)
이를 위해 더민주는 새누리당에 내줄 건 내줄 수 있다고 가닥을 잡은 것으로 전해졌다.

더민주는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심혈을 기울인 '경제민주화법'과 이번에 발의하는 '공수처 신설법' 두 가지를 여야 합의로 통과시키기 위해 새누리당에 일부 양보도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더민주 핵심관계자는 "원내대표단의 공수처 도입 의지가 그 어느 때보다 강하다"며 "새누리당 역시 여론의 압박을 마냥 무시할 수 없기 때문에 무조건 반대를 하기는 힘들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이번이 공수처 도입의 골든타임이기 때문에 지도부 역시 유연한 자세로 새누리당과 협상에 나설 것"이라며 "당 입장에서 내줄 건 내주고 좀 손해를 보더라도 이번에 공수처 신설을 관철시킬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더민주는 공수처 신설 법안 통과를 위해 일부 예산안이나 향후 새누리당 입법안에 유연한 자세를 견지할 수 있다는 뜻을 암시하기도 했다.

◇ 새누리당 권력지형 변화도 눈여겨봐야

최경환, 윤상현 의원과 현기환 전 청와대 정무수석 등 친박(親朴) 공천개입 파문으로 내홍을 앓고 있는 새누리당의 권력지형 변화도 공수처 도입의 중요한 변수가 될 전망이다.

사실상 견제받지 않는 권력인 검찰 제어용 공수처 신설에 대해 여당 내에서도 비박계를 중심으로 적지 않은 의원들이 입법 취지에 동의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권주자인 김용태 의원은 지난 18일 "대한민국 사법 정의가 문란의 수준을 넘어 타락의 수준까지 떨어졌다"며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공직사회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공수처 신설 등 사법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한 특단 대책 필요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또다른 당권주자인 정병국 의원도 "무소불위의 검찰 권력을 견제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고, 주호영 의원 역시 "공수처 설치에 공감한다"고 밝히는 등 비박계를 중심으로 공수처 도입 필요성에 대한 공감대가 확산되는 분위기다.

오는 8월9일로 예정된 새누리당 전당대회에서 비박계가 당권을 거머쥐게 되면 야당과의 협치 강조 차원에서도 공수처 도입이 초읽기에 들어갈 수도 있다.

또 비박계가 당대표에 당선되지 않더라도 전당대회 과정에서 공수처 신설 의지 여부가 중요한 평가 잣대가 될 수 있어 자연스럽게 공감대가 형성될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야권의 한 관계자는 "여론을 의식할 수밖에 없는 새누리당이 공수처 도입을 대놓고 당론으로 반대하지는 못할 것"이라며 "전당대회 등을 통해 자연스럽게 논의 구조가 만들어 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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