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법적 보도지침, 부당한 보복인사, 즉각 철회하고 국민 앞에 사죄하라"
KBS가 심상치 않다. 풍선에 비유하면 곧 터지기 직전이다. 보도지침, 보복인사 등 경영진의 행동에 내부 구성원들이 ‘이제는 가만히 못 있겠다’며 사측에 경고 메시지를 보냈다. 이제는 성명 한번 내고 끝낼 분위기가 아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KBS본부(본부장 성재호, KBS새노조)가 21일 정오 서울 여의도 KBS 본관 앞 민주광장에서 '부당인사 철회 및 보도지침 규탄 결의 대회'를 열었다.
KBS는 최근 열흘째 보도지침과 부당인사 논란 등으로 시끄럽다.
주변국 관계·국론 분열 등을 고려해 사드 배치를 신중히 결정해야 한다고 한 해설위원의 뉴스해설과 대해 고대영 KBS 사장은 “중국 관영 매체의 주장과 다름없다”, “안보에 있어선 다른 목소리가 있어서는 안 된다”, “KBS 뉴스의 방향과 맞지 않다”는 등의 평을 한 것이 KBS새노조의 폭로를 통해 알려졌다.
이후 사측은 해당 해설위원, 이정현 녹취록에 침묵하는 회사와 간부들을 칼럼을 통해 비판한 기자, 페이스북에 자사 보도에 대한 비판의 메시지를 남겼던 기자 등을 인사 조치했다. KBS새노조를 비롯해 10여 개 직능단체, 기수별로 성명을 내고 ‘인사 철회’를 요구했지만 사측은 정당한 인사였다는 입장이다.
이뿐만이 아니다. 사드 배치와 관련한 보도지침이 일선 기자들에게까지 내려졌다는 주장도 나왔다. 사드 배치 반대하는 성주 군민들 시위에 외부 세력이 개입했다는 윗선의 지시가 있었다는 것이 KBS 전국기자협회가 성명을 통해 20일 드러난 것이다.
조합원 앞에선 성재호 본부장은 “안녕하시냐고 여쭙기 어려운 시절”이라면서 “지난 월요일부터 회사는 해설위원들 감사를 진행하고 있다. 30년 넘은 기자들을 상대로 밤낮으로 불러 추궁하고 조사한다. 감사를 벌이려면 사장부터 해야 하는 것 아니냐. (사드와 관련한) 사장 발언의 진심은 무엇이고, 방송법 4조와 6조에 명시된 방송 독립성을 침해했는지 여부부터 감사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전국언론노동조합 김환균 위원장은 “(외부세력 운운하는) 수순이나 전략이 세월호 때와 비슷하다”며 “세월호 유가족을 고립시킨 것처럼, 성주 군민을 고립시키고, 못된 국민으로 만든 다음, 보상금을 노린다고 할 것이다”고 우려했다.
이어 “‘방송법’에는 정부정책을 보도하더라도 반대 의견을 충실히 보도해야한다고 되어 있다. 이는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해야 한다는 의미”라면서 “KBS 뉴스가 민주적 여론형성에 기여하고 있는지 간부들에게 묻고 싶다. 만일 기여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정연욱 기자를 즉각 복직시켜야 한다. 그리고 해설위원과 정홍규 전 공추위 간사에 대해서도 징계를 철회하라”고 요구했다.
정 기자는 “(3월에 발령이 나서) 이번 인사 대상에 포함될 일이 없기에 관심 끄고 있었는데, 마지막에 내 이름이 있더라”면서 “나름 예의바르게 썼고, 어조도 격양된 게 아니라서 난 무사할 줄 알았다”고 고백했다. 이어 “이번 (회사의) 조치들은 잘못됐다. 언론인에 대한 심각한 위협”이라면서 “언론사에서 언론인에게 이런 짓을 해선 안 된다는 것을 꼭 입증해 보이겠다”는 각오를 전했다.
정규성 한국기자협회장은 “사회 곳곳을 비판하고 감시해야 할 KBS가 내부 구성원의 비판을 용납 못 하는 것은 납득이 안 된다. <기자협회보>는 회원이라면 누구나 글을 쓸 수 있는 열린 공간인데, 그런 글을 썼다고 수백 킬로미터 떨어진 제주로 보내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된다”면서 “기자협회장으로서 말한다. 반드시 정연욱 기자를 지키겠다”고 밝혔다.
한편 KBS새노조 측은 이날 투쟁 결의문을 통해 이사회와 방송통신위원회에 ‘방송법을 현저하게 위반한 혐의가 있는 고대영 사장과 KBS 임원들에 대한 조사’를, 국회에는 ‘고대영 사장에 대해 즉각 국정조사와 청문회 실시’를 요구했다. 또한 KBS새노조 측은 '보복 인사' 등에 대해 구제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설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