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류, 이젠 '한드' 패러디까지…'드라마월드' 반응 뜨겁네

미국 드라마사이트 '비키' 주도의 한중미 합작 웹드라마
해외 한류 팬들, 가려운 곳 박박 긁어주는 대사에 '열광'

"준, 앞을 봐야 하지 않아?"

운전하면서도 조수석에 앉은 자신을 쳐다보며 이야기를 이어가는 남자 주인공에게 타박이 날아든다.

박준이라는 이름의 이 남자 주인공은 재벌 2세. 회사를 물려받는 대신 레스토랑을 연 셰프다. 레스토랑의 여자 매니저는 그와 그의 재산을 탐내며 곁을 맴돌고 부주방장 서연은 그를 짝사랑한다.

한국 드라마에 빠진 한 백인 소녀가 가상의 세계 '드라마월드'에 떨어지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이 드라마는 곳곳에 한국 드라마의 전형적인 설정들을 재치있게 엮어냈다.

지난 1일부터 한국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이 미국 드라마에서 '김치싸대기', 삼겹살과 소주, 욕심 많은 사모님, 노골적인 간접광고(PPL)까지 익숙한 장면들을 찾아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 "저 자동차 로고는 왜 가린 거야?"

주인공 박준(션 리처드 분)이 화가 났다는 것은 그가 상의 탈의를 하고 샤워기 아래서 뜨거운 물을 맞는 장면으로 드러나고, 차를 타고 가다가 화가 났을 땐 길 한가운데서 상대방에게 낮고 굵은 목소리로 "내려. 내리라고"라 한다.

준의 어머니는 아들이 회사를 이었으면 하는 바람으로 사사건건 간섭을 한다. 그런 그녀 옆에는 '예비 며느리'를 자처하는 여자가 있는데, 물론 악녀다.

여주인공 서연(배누리)은 설거지 담당부터 시작해 뛰어난 실력과 미모로 준의 마음을 사로잡아 그를 바로 옆에서 보조하게 됐다. 순수하고 남자를 일부러 꼬시는 일 따위는 할 줄 모른다.

준의 아버지가 운영하던 회사인 '서리꽃'의 제품들은 시도 때도 없이 등장해 클로즈업되는 반면, 준이 탄 자동차의 로고는 가려져 있다. 한국 드라마에 과도하게 등장하는 간접광고(PPL)에 대한 패러디다.

급기야 아침 드라마에서 등장해 한동안 화제가 됐던 '김치 싸대기' 장면도 '깨알같이' 패러디됐다.

누구나 '뻔하다'고 생각할만한 설정들을 보란 듯이 노골적으로 드러내 한국 드라마를 단 몇 번이라도 본 사람이라면 피식피식 웃음이 새어 나올 만하다.

한국 드라마를 잘 알고 있지만 이런 설정들에 의구심 또한 가지고 있던 클레어는 한국 드라마의 구태의연한 설정을 발견할 때마다 묻고, 또 말한다.


"자동차 로고는 왜 가린 거야?" "어머니는 왜 오신 거야?" "운전할 땐 앞을 봐야지."

해외 한국 드라마 팬들의 가려운 곳을 시원하게 박박 긁어주는 대사들이다.

◇ 미드X한드의 오묘한 조합에 열광

'드라마월드'는 미국에 기반을 둔 글로벌 동영상 스트리밍 플랫폼 비키(www.viki.com)가 중국과 한국, 미국의 제작사와 손잡고 만든 웹드라마다.

비키가 한류 팬이 한국의 콘텐츠를 다양한 방법으로 소비하는 사이트라는 점에서 '드라마월드'는 한류 팬에 의한, 한류 팬을 위한 드라마다. 즐기다 못해 패러디 드라마까지 만든 셈이다.

비키로부터 한국 독점 방영권을 사들인 넷플릭스는 지난 1일부터 이 드라마를 공개했다. 지난 15일엔 VIP 시사회를 여는 등 홍보에 공을 들였다.

넷플릭스의 콘텐츠가 한국에서 생각보다 큰 반향을 얻지 못하는 상황에서 한국 드라마를 소재로 한 이 독특한 '미국 드라마'를 큰 기회로 여기는 듯하다.

다행히 인터넷 반응도 뜨겁다. 한국 드라마에 대한 재치있는 패러디에 B급 유머가 섞여들어 가면서 한국 시청자의 '웃음 코드'를 잡는 데도 성공했다. '드라마월드'를 추천한다는 글도 줄을 잇고 있다.

극 초반 몰입을 방해했던 한국어와 영어를 혼용하는(드라마 속 인물들은 통역 없이 다른 언어를 알아듣는다) 설정도 회를 거듭할수록 오히려 재미로 다가온다.

주인공 클레어 역을 맡은 호주 배우 리브 휴슨은 낯선 얼굴이지만, 다수의 한국 드라마에 출연한 션 리처드는 낯익은 인물이라 심리적 장벽을 낮췄다.

여기에 한지민, 최시원, 양동근 등 한국 스타들도 카메오 출연해 힘을 보탰다.

넷플릭스는 "본사 정책상 어떤 콘텐츠의 재생 수 등을 공개하지는 않는다"면서도 "다양한 경로로 드라마에 대한 호응을 느끼고 있다"고 전했다.

◇ 비키선 39개 언어로 번역돼…"시즌 2 논의"

비키는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의 드라마를 북미 시청자에게 공급하는 사이트다. 한국 드라마가 해외에서 어떻게 소비되고 있는지, 어떤 요소가 인기의 비결인지를 잘 알 수밖에 없다.

그런 만큼 비키는 한국 드라마 팬들의 취향을 정확히 짚어낸 작품을 만들어냈다.

한국에는 이달 1일에야 공개됐지만, 한국을 제외한 지역 시청자들은 이미 지난 4월부터 비키를 통해 이 드라마를 봤다.

자막도 39개 언어로 제작됐다. 비키는 영어 자막을 제공한 뒤 시청자가 직접 자신의 언어로 자막을 제작하도록 하는 만큼 자막 언어 수는 인기의 척도다.

'태양의 후예'의 자막 언어 수가 37개임을 감안하면 '드라마월드'의 큰 인기를 짐작해볼 수 있다.

비키 관계자는 "구체적인 수치를 공개할 수는 없지만, 반응이 폭발적이다. 시즌 2 요구가 빗발치면서 실제로 논의가 진행 중"이라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한국 시청자와는 달리 해외 팬의 입장에서는 한국의 로맨틱코미디 드라마의 요소를 갖춘 데다 자신과 같은 처지의 클레어가 사랑을 이룸으로써 자신들의 꿈을 이뤄준 셈이라 굉장히 이입해서 드라마를 시청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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