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존수영' 수요는 느는데 수영장·안전인력은 태부족

강습 도중 사고 잦아…전문가 "수영장 안전 기준 세워야"

어린이 익사 사고가 잇따르면서 '생존 수영'을 배우려는 어린이는 늘고 있으나 정작 그에 맞는 수영장과 안전 인력이 턱없이 모자란다.

아이들이 위기 상황에서 생존할 수 있도록 돕는다는 게 '생존 수영' 교육의 취지지만 안전기준을 제대로 갖춘 시설과 인력은 부족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을 받는다.

21일 인천시교육청에 따르면 시교육청은 상반기 55개 초등학교 3∼4학년생 4천55명이 생존 수영 교육을 받을 수 있도록 예산 2억여원을 지원했다.

생존 수영은 수영을 못해도 자체 부력으로 1∼2시간 물에 떠서 구조대를 기다릴 수 있는 영법이다. 위급상황에서 아이가 스스로 생명을 지킬 수 있도록 하는 게 목적이다.

인천시교육청은 하반기 98개 초등학교의 신청을 추가로 받아 총 153개교에 교육비를 지원할 계획이다.

그렇게 되면 생존 수영 강습을 받는 인원은 올해 모두 1만7천21명으로 늘어난다.


그러나 인천시에 따르면 인천 내 청소년수련관 수영장은 인천시와 서구 수련관 2곳 뿐이다.

인천시교육청은 일선 학교가 자체적으로 민간·공공 수영장과 협약을 맺어 수영장을 확보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시교육청 관계자는 "교육청에서 따로 수영 강습 수영장을 정하지는 않았다"며 "워낙 수영장이 부족해서 몇몇 학교는 수영장 섭외를 어려워 하기도 한다"고 전했다.

현재 가동중인 수영장이 키가 작은 초등학교 3∼4학년생이 수영 교육을 받을 만큼 제대로 기준을 갖추고 있는지 조차 관련 당국은 제대로 파악하지 못하고 있다.

체육시설의 설치ㆍ이용에 관한 법률을 보면 수영장 안전ㆍ위생 기준은 수질관리에 초점이 맞춰져 있을 뿐 시설기준이나 안전관리 기준은 구체적이지 않다.

수영장에서 동시에 수영할 수 있는 인원은 수심ㆍ수영장 면적ㆍ수상안전시설의 구비 정도 등을 고려해 도지사ㆍ시장ㆍ군수 또는 구청장이 정한 수를 넘지 않게 돼 있지만 수심 기준은 따로 없다.

인명구조요원인 박종혁 인천적십자사 과장은 "보통 아이 가슴팍까지 오는 수심에서 수영 교육을 하는데 정확한 기준이 없어서 아이 키에 맞지 않는 수심에서 가르치는 경우도 있다"며 "이런 경우 인명 사고로도 이어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박과장은 이어 "수영장에 배치된 인명구조 인력도 자격증을 딴 뒤 체계적인 교육과 관리가 이뤄져야 하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가 많다"고 덧붙였다.

지난 6월 인천시 서구 청소년수련관 수영장에서 강습을 받다가 물에 빠져 숨진 초등학교 2학년생도 키가 120cm였지만 수심 130cm짜리 수영장에서 교육을 받았다.

경찰은 업무상과실치사 혐의로 당시 수영장에 있던 수영 강사와 인명구조요원 등 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지난 6월 13일에는 경기 일산 서구의 한 스포츠·워터파크 복합시설 7층 실내 수영장에서 강습을 마친 A(8)군이 수심 1.2m의 실외 자유수영장에서 놀다가 익사했다.

사고 장소 바로 옆 실내 수영장에 있었던 지도 강사는 뒤늦게 A군을 발견해 심폐소생술을 시도했으나 이미 숨을 거둔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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