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뒤끝작렬] '1도 2부 3빽'…청와대의 레임덕 대처법

노컷뉴스의 '뒤끝작렬'은 CBS 노컷뉴스 기자들의 취재 뒷얘기를 가감 없이 풀어내는 공간입니다. 전 방위적 사회감시와 성역 없는 취재보도라는 '노컷뉴스'의 이름에 걸맞은 기사입니다. 때로는 방송에서는 다 담아내지 못한 따스한 감동이 '작렬'하는 기사가 되기도 할 것입니다. [편집자 주]

법조계에 '1도 2부 3빽'이란 우스갯말이 있다. 범행이 들통 나면 일단 도망가는 게 상책이고, 잡히면 부인하고, 그래도 안 되면 든든한 배경을 동원하라는 것.

최근 청와대와 새누리당을 짓누르는 우병우‧진경준 비리 의혹과 공천 개입 제2 녹취록 파문에 대한 여권의 대응도 이와 비슷하다.

우선 김성회 전 의원에 대한 최경환, 윤상현 의원의 회유‧압박 건이다.

두 의원은 지난 18일 김 전 의원에게 지역구 변경을 종용하는 녹취파일이 공개돼 파문이 확대되고 있지만 여태껏 언론 접촉을 피한 채 잠행하고 있다.


녹취록 파문의 직격탄을 맞은 친박계가 ‘공작정치’로 규정하고 반발하는 것은 무조건 발뺌하고 보는 ‘2부’를 닮았다.

친박 맏형 격인 서청원 의원은 20일 “왜 이 시점에서 음습한 공작정치 냄새가 나는 일이 벌어졌는지 이해할 수 없다”고 했고 녹취록 내용에 대해서는 “공천 개입이라고 할 수 없다”고 잡아뗐다.

전날 친박계를 작심 비판했던 정진석 원내대표가 하루 만에 태도를 바꿔 “책임 공방을 벌일 때가 아니”라고 서둘러 봉합에 나선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읽혀진다.

우병우 민정수석에 대한 청와대의 대처법도 다르지 않다.

우 수석은 이날 기자들과 만나 처가의 강남 땅 매매, 정운호 전 네이처리퍼블릭 대표에 대한 몰래 변론, 아들의 병역특혜 의혹 등에 대해 모두 부인했다.

그는 전날 해명에서도 “찌라시 수준의 소설 같은 얘기”라고 일축했고 정치권의 사퇴 요구에 대해서도 “정무적으로 책임지라고 했는데 그럴 생각이 없다”고 했다.

청와대 역시 들끓는 비판여론에도 “국민 단합에 도움이 되지 않는 일”이라며 “일방적인 정치공세나 국정 흔들기는 자제돼야 한다”는 입장을 유지하고 있다. 우 수석에 대한 신임을 거둬들일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한 것이다.

결국 청와대와 여당은 조기 레임덕을 부를 수 있는 쌍둥이 악재에 대한 최후 방패막으로 박근혜 대통령이라는 든든한 ‘빽’을 벌써부터 내세운 셈이다.

하지만 이는 성난 여론의 압박을 박 대통령에게 직접 향하게 해 오히려 레임덕을 재촉할 수 있는 위험성을 갖고 있다.

야당은 물론 여당 내부에서도 우 수석이 자진사퇴하고 검찰조사를 통해 깨끗이 해명해야 박 대통령 부담을 덜 수 있다고 입을 모은다.

새누리당 녹취록 파문 건의 경우도 ‘공작정치’ 운운하며 논점을 흐리는 것은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격이다.

총선 참패에도 불구하고 그 원인이 됐던 계파싸움의 폐해를 청산하기는커녕 어설픈 봉합으로 일관하다가는 회복불능의 민심 이반 사태를 맞을 수 있다는 지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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