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두 시즌 동안 KIA는 포스트시즌에 진출하지 못했다. 뿐만이 아니다. 이범호가 일본 생활을 마치고 합류한 2011년을 빼고 KIA는 4년 연속 가을잔치에서 소외됐다.
지난해 사실 기회가 있었지만 막판 5위 경쟁에서 밀려 아쉬움을 삼켰다. 주장의 마지막 해인 올 시즌 그래서 이범호의 가을야구 염원은 더 간절하다.
이범호는 19일 부산 사직구장에서 열린 후반기 첫 경기인 롯데와 '2016 타이어뱅크 KBO 리그' 원정을 앞두고 "올해는 포스트시즌에 나서지 못하면 진짜 아까울 것 같다"고 말했다. 그만큼 준비를 많이 했다는 뜻이다.
지난해에 대해 이범호는 "가을야구 기회가 있었지만 올라간다고 해도 사실 운 때문이었을 것"이라고 돌아봤다. 지난 시즌은 상위 4개 팀과 최하위로 처진 막내 케이티를 빼고 4~5개 팀이 도토리 키재기 식으로 5위 싸움을 벌이다 SK가 마지막 가을 티켓을 거머쥐었다. KIA는 SK와 3경기 차로 밀렸다.
하지만 올해는 실력으로 가을야구에 나가겠다는 것이다. 이범호는 "올해는 후반기 돌아올 선수들도 많아 해볼 만하다"고 강조했다. KIA는 투수 최고 몸값(4년 90억 원)의 윤석민이 부상 복귀를 앞두고 있고, 키스톤 콤비 안치홍, 김선빈도 8월 군에서 제대한다. 김진우와 박준표, 임준혁 등 투수들도 준비 중이다.
▲19일 롯데전 귀중한 쐐기 타점
개인적인 욕심을 버린 지는 오래다. 이범호는 "사실 나이가 들다 보니 한 시즌 30홈런은 이제 미련이 크게 없다"면서도 "그러나 100타점은 꼭 해보고 싶다"고 말했다. 지난 2000년 데뷔한 이범호는 거포 내야수로 주목을 받았지만 한번도 30홈런이나 100타점을 이룬 적이 없다. 지난해 28홈런과 2014년 82타점이 커리어 하이였다.
거포의 상징인 30홈런에 더 욕심을 낼 법도 하다. 그러나 이범호는 하나를 택한다면 100타점이다. 홈런도 중요하지만 팀 승리에 그만큼 많은 기여를 하는 타점이 간절하다는 것이다. 이범호는 "후반기 60경기 정도 남았는데 11홈런보다는 39타점"이라고 강조했다. 전반기 이범호는 19홈런 61타점을 올렸다.
사실 이범호는 이날 타점을 올리지 못할 수도 있었다. 홍성민과 승부에서 5구째 다소 높은 변화구로 볼넷인 줄 알고 걸어나가려고 한 것. 그러나 스트라이크가 선언이 돼 풀카운트가 됐다. 이범호는 내던졌던 방망이를 다시 집어들고 타석에 들어서야 했다.
결국 이범호는 6구를 파울로 걷어낸 뒤 7구째를 통타해 그토록 원하는 타점을 올릴 수 있었다. 목표인 100개까지 38개를 남긴 타점이었다. 하마터면 날릴 뻔했던 타점이었지만 볼넷을 얻어내지 못한 게 전화위복이 됐다.
만약 이범호가 100타점, 나아가 30홈런 고지를 밟는다면 그만큼 KIA의 가을야구도 가까워질 수 있다. 과연 마지막 주장 시즌을 보내는 이범호의 간절한 가을야구 바람이 이뤄질지 지켜볼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