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 모 고등학교 조리원으로 일하는 A(51)씨는 최근 점심 급식을 위한 조리를 하다가 갑자기 쓰러졌다.
당시 급식 메뉴인 전 1200여 개를 굽다가 높은 온도 탓에 순간적으로 탈수증세를 일으켜 쓰러졌는데 뇌진탕까지 온 것이다.
A씨는 바로 인근 병원으로 옮겨졌으며, 일주일간 입원 치료를 받은 끝에 정상적인 생활로 돌아올 수 있었다.
학교 조리실은 취사기, 오븐, 국솥, 전판, 가스레인지 등에서 발생하는 열기 때문에 한여름에는 조리실 온도가 42도가 넘는다.
이 때문에 조리, 배식, 설거지, 청소까지 담당하는 급식 노동자들은 한 끼의 급식을 하는 동안 옷을 세 번 정도 갈아입어야 겨우 일을 할 수 있는 상황이다.
하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급식 노동자의 특수한 상황을 외면한 채 '공공기관 에너지 이용 합리화 규정'에 맞춰야 한다며 열악 근로 환경을 외면하고 있는 실정이다.
게다가 일부 학교는 급식 노동자들의 휴게공간에 에어컨 가동을 아예 하루 30분으로 제한해 많은 급식 노동자들이 탈진, 어지러움 등을 호소하고 있다.
또, 급식 인원수에 따른 조리사, 조리원 인력 배치 규정도 제대로 지켜지지 않은 경우가 많다.
전국 학교비정규직 노동조합 부산지부는 부산시교육청 차원에서 최소한 조리실 온도에 대한 합리적인 가이드라인을 만들어 일선 학교에 내려줄 것을 수차례 요구하고 있지만, 관련 논의는 더디게 진행되고 있다.
전국 학비노조 부산지부 최민정 사무처장은 "산업안전보건법 시행규칙에 따르면 근로자의 노동 환경에 따라 자체 위원회를 결정해 온도를 맞추는 등 탄력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돼 있지만, 일선 학교에서는 교육청 지침이 없다는 이유로 손을 놓고 있다"면서 "급식 노동자의 건강, 안전은 곧 학교 급식의 위생과 안전으로 직결되는 만큼, 시교육청 차원에서 문제가 발생한 해당 학교의 민원을 즉각 해결하고, 냉·난방, 제습 대책 마련 등 근본적인 대책을 내놔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