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넥슨, '우병우 처가' 땅 매입 거짓 해명 논란

"부동산 업체가 중개했다"며 우 수석 연관성 차단...당시 해당업체는 설립도 안해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의 처가 땅 매입과 관련해 '부동산 시행업체를 통해 땅을 알아봤다'는 넥슨 측의 해명은 사실이 아닌 것으로 드러났다.

땅을 구입할 당시에는 넥슨이 말한 부동산 시행업체인 리얼케이프로젝트금융투자라는 회사는 설립조차 되지 않았기 때문이다. 리얼케이프로젝트는 넥슨이 우 수석 처가로부터 서울 강남 역삼동 땅을 매입하기 불과 며칠전에 세워졌다.

두 시점 사이에는 1년 4개월 이상의 간격이 존재한다.

넥슨 측은 18일 우병우 수석관련 의혹이 제기되자 공식 자료를 내고 "(2011년 당시) 사옥 부지를 알아보던 중 리얼케이프로젝트 산하 부동산 시행사를 통해 해당 부지를 소개 받아 매입했을 뿐"이라고 했다.

리얼케이프로젝트는 2012년 7월17일 신사옥을 짓겠다며 넥슨이 사들인 우 수석 처가쪽 땅을 매입해 오피스텔 등으로 개발 한 곳이다.

리얼케이프로젝트는 땅 구입 과정에서부터 등장해 최종 땅 주인이 됐다.

문제는 리얼케이프로젝트가 설립된 것은 넥슨으로부터 땅을 사들이기 불과 5일 전인 2012년 7월12일(금감원 전자공시스템)이라는 점이다.

넥슨이 땅 구입을 도왔다고 했지만 그때는 리얼케이프로젝트라는 회사가 존재조차 하지 않았다. 리얼케이프로젝트는 부동산 개발과 임대업 등을 주업으로하는 역삼동 땅 개발을 위한 특수목적회사(SPC)다.

이에 따라 넥슨의 해명은 명백히 사실과 어긋난다.

넥슨이 우병우 수석과 직접 연관된 사실을 감추기 위해 리얼케이프로젝트를 앞세웠을 개연성이 크다는 분석이다.

넥슨이 거액의 뇌물을 제공한 것으로 확인된 진경준 검사장과 우 수석은 친분이 있는 사이로 알려졌다.

이에 대해 넥슨 측은 앞서 세워진 리얼케이프로젝트의 모회사인 부동산개발업체 M사와 혼동했다는 식으로 뒤늦게 해명했다.

설령 이를 착오로 인정한다고 해도, M사 김 모 대표가 중앙일보와 한 인터뷰도 통상적인 부동산 개발 과정과 사뭇 다르긴 마찬가지다. 김 대표는 2011년 해당 부동산이 매물로 나왔을때부터 넥슨과 공동개발 계획을 수립했다고 했다.


김 사장은 구체적으로 "7대3으로 지분을 나누기로 했고, 평당 1억3000만원이면 적정한 것 아니냐는 말까지 나눴다"고 했다.

넥슨 역시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M사와 2011년부터 같이 사업을 추진했었다"고 밝혔다.

게임 전문회사인 넥슨이 부동산 개발업체 M사와 공동 개발사업을 하려면 리얼케이프로젝트같은 SPC가 필수적이다. 이 회사에 투입한 자금만큼 두곳이 지분을 나눠야하기 때문이다.

한 부동산 개발업체 사장은 "회사가 다르면 당연히 별도의 SPC를 세운다. 한 회사에서 하더라도 해당 프로젝트를 위한 SPC를 두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하지만 넥슨과 M사가 별도의 SPC를 만든 흔적은 없다. 넥슨이 땅을 리얼케이프로젝트로 넘기기 전까지 계속 보유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SPC를 만들면 역삼동 땅의 소유권 역시 SPC로 넘어가고 여기에서 자금 조달, 시공사 선정 등을 책임져야 한다.

이는 M사가 리얼케이프로젝트라는 SPC를 만들어 사업을 추진한 것을 보면 알수 있다.

리얼케이프로젝트는 설립된지 불과 5일 만에 문제의 역삼동 땅을 구입했다.

당시 넥슨은 역삼동 땅을 공개적으로 매각하지 않고 소리 소문없이 리얼케이프로젝트에 넘겼다. 애초 구입한 1465억원(별도의 부지 매입비용 포함) 가격보다 80억 정도 비싼 1505억원이었지만, 금융비용에 세금 등을 고려하면 되레 20억원 정도 손해를 봤을 것으로 추산된다.

우 수석 처가가 3년 동안 매도자를 찾지 못한 땅을, 넥슨은 구입후 정확히 9개월만에 쉽게 손실을 마다않고 다른 회사로 넘긴 것이다.

이 때문에 넥슨이 애초부터 신사옥 계획 없이, 우 수석 처가와 부동산 개발업체 간의 징검다리 역할을 했을 것으로 관측된다.

넥슨 측도 "애초 M사가 하려던 사업이 펀딩(모금)이 안돼 우리가 매입하게 됐다"며 기존 입장과 다른 해명을 내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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