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긴급현안질의는 예상대로 야당의 '파상공세'와 여당의 '정부 편들기', 정부의 '모르쇠' 답변의 반복이 이어졌다.
◇ 野 일부 의원 돋보였지만, 대부분 재탕에 준비부족
질의에 나선 야당 의원들은 사드의 전략적 불필요성과 주변국과의 외교마찰, 국회 비준 필요성, 사드 안전성 문제 등을 거론하며 정부를 공략했다.
더민주 금태섭 의원과 정의당 김종대 의원 등은 중국과 러시아의 반발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책이 미비한 점과 사드가 미국의 미사일방어체제(MD)의 일부라는 점을 지적하면서 강한 인상을 남겼다.
정의당 김종대 의원은 미 의회 산하 회계감사국(GAO)이 발간한 미사일 방어 관련 보고서와 올해 2월 미 정부가 작성한 2017회계연도 국방예산 정부 제출안을 제시했다.
이 보고서들은 미 국방부가 2020년까지 사드 2.0 개발을 마무리 짓고 2025년에는 7개 사드포대 전체에 2.0 기능을 탑재할 예정이라고 밝히고 있어 한국에 배치될 사드 포대도 사실상 MD 시스템의 일부임을 강하게 시사하고 있다.
또 한미 공동 실무단의 검토 보고서가 마무리 되지 않은 시점인 지난 8일 사드 배치를 공식 발표한 사실을 지적해 한민구 국방장관을 당황하게 만들었다.
더민주 금태섭 의원은 중국이 사드 배치에 위협을 느껴 군사적·경제적 보복에 나설 경우 정부 대책이 무엇인지 집요하게 캐물었다.
이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충분히 검토하고 대비책이 있다"는 말만 되풀이하면서 주변국과 마찰에 대한 정부 차원의 대비책이 있는지 의구심을 갖게 만들었다.
하지만 소수 의원들을 제외하고 대부분 야당 의원들은 기존에 알려졌던 사실이나 언론보도 등을 되풀이하고 사드의 부적절성을 주장하는 수준이었다는 점에서 아쉬움을 낳고 있다.
정보가 제한적인 국방 분야에 대한 질의였다는 점을 감안한다 하더라도, 여소야대 정국의 핵심인 더민주와 국민의당에게 후한 점수를 주기 어렵다는 평가다.
◇ '정부 변호'에 급급한 與, '무성의' 답변 정부
여당의 경우 '긴급 현안질의' 제도의 취지 자체가 무색할 정도로 일방적인 '정부 편들기'를 반복했다.
첫번째 질의에 나선 새누리당 윤영석 의원은 "사드의 도입으로 다층방어 체계 구축이 가능해져 2회 이상 추가 요격 기회를 가질수 있어 북한의 탄도 미사일 공격에 획기적인 대응이 가능하게 됐다고 본다"며 황교안 국무총리의 생각을 물었다.
형식만 질문과 답변이었을 뿐 여당 의원과 국무총리가 함께 사드 도입의 불가피성을 강조한 대목이다.
새누리당 김진태 의원은 지난 15일 황 총리가 성주를 방문했을 때 성주 주민들과 충돌이 빚어진 것과 관련해 "전 통진당 소속 윤모씨가 참가했다는 말이 있다"며 색깔론 까지 등장시키기도 했다.
정부 정책에 우호적일 수 밖에 없는 여당 의원의 입장을 고려한다 하더라도, 진영 구분 없이 사드 도입 절차상 문제점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가 비등한 상황에서 지나친 편들기가 오히려 여론의 역풍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사드 배치 지역으로 결정된 경북 성주의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은 긴급 현안 질의를 아예 민원의 장으로 활용했다.
이 의원은 성주에서 상경한 유권자들이 방청석에서 바라보고 있는 가운데 "국방부 장, 차관과 수시로 대화했지만 헛수고였고 지금 저 하나로 (결정을) 되돌릴 수 있다면 그렇게 하고 싶다. 대구 경북의 550만 시도민들은 신공항 건설 무산으로 상심한데 이어 성주군 사드배치 결정으로 불안과 불만이 극에 달했다"고 하소연했다.
황교안 국무총리와 한민구 국방부 장관, 윤병세 외교통상부 장관 등 국무위원들의 답변에는 여전히 소통에 대한 의지를 느끼기 힘들었다.
야당 의원들이 중국과의 외교 마찰을 우려하는 대목에서는 "기본적으로 한중 관계가 고도화 돼 있어 쉽게 보복할 구조가 아니다. 지금도 여러가지로 살펴보고 있지만 그런 우려의 소지가 크지 않은 것으로 판단하고 있다"며 낙관론만 되풀이 했다.
정세균 국회의장은 첫 번째 긴급현안질의가 끝난 뒤 "(국민, 국회는 물론) 국회의장도 단 한마디 사전 언질도 받지 못했다"면서 "이것이 우리 정부의 소통에 대한 인식 수준이라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