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청원은 왜 당권 도전을 포기해야 했나

공천 개입설에 '맏형' 이미지 타격…친박계 동반 퇴락하나

새누리당 전당대회에 불출마를 선언한 서청원 의원 (사진=윤창원 기자)
새누리당 서청원(8선) 의원은 19일 8‧9전당대회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내가 당내 갈등의 중심에 서는 것을 우려했다”고 밝혔다.


출마를 포기할 수밖에 없는 배경에 친박계와 비박계의 갈등이 놓여 있음을 알 수 있는 대목이다.

한 측근 의원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그제(17일)까지만 해도 ‘전대에 나오시라’, ‘당의 재건에 도움을 주시라’고 강권했었다”며 “수요일(20일)을 디 데이(D-Day)로 잡았는데 직전 녹취록이 터졌다”고 설명했다.

친박계 최경환, 윤상현 의원이 김성회 전 의원과의 통화하며 4‧13 총선에서 지역구를 옮기라고 종용한 녹취록이 막판 변수가 됐다는 얘기다.

녹취록에서 최 의원은 “그러니까 빨리 들어가서 사과드리라”고 말한다. 김 전 의원이 서 의원의 지역구인 경기 화성갑에 출마하겠다는 의사를 굽히지 않고, 대결 구도까지 피하지 않은 데 대해 사과하라는 뜻으로 풀이된다.

실세 의원들이 한 자리에 모여 차례로 통화하며 김 전 의원 한 사람을 상대로 협박에 가까운 어조로 “지역구에서 빠지라”고 지시한 셈이다. 윤 의원은 김 전 의원을 ‘형’으로 호칭하며 “내가 별의별 것을 다 갖고 있다”, “사달이 난다” 등으로 겁박하며 지역구 이동이 박근혜 대통령의 뜻이라고 했다.

서 의원의 후배들이 나서 대통령까지 팔아가며 정적(政敵)을 제거해준 셈이다. 당내 최다선(8선)으로 ‘맏형’ 이미지인 서 의원에게 공천에 깊숙이 개입한 ‘패거리 두목’의 악역이 덧씌워지는 대목이다.

안 그대로 비박계로부터 ‘구태’ ‘비리 전력’ 등의 공격을 받고 있는 서 의원으로선 녹취록이 공개돼 치명상을 입게 된 셈이다.

서 의원의 불출마로 친박계는 주류 출신의 당권 후보를 내지 못할 위기에 처했다. 이주영 의원이 있다고 하나, 범(凡) 친박으로 계파 색채가 옅다. 친박계는 이 의원에 대해 “박 대통령이 신뢰하지 못한다”고 공격해왔다.

당권을 장악하지 못하면 박 대통령의 레임덕 기류와 맞물려 친박계는 급속히 퇴락할 가능성이 크다. 벌써부터 당 일각에서는 “사실상 친박계가 와해될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비박계 당권 주자인 정병국 의원은 때를 놓치지 않고 “계파 해체를 선언하라”며 친박계를 몰아세웠다.

퇴조 분위기에 대해 친박계 내부에선 온도차가 엇갈린다. 강경파로 분류되는 한 재선 의원은 “이런 식으로 당 대표를 뺏으면 우리가 용납할 수 없다”며 “새 당 대표가 선출돼도 제대로 일을 할 수 없을 것”이라고 으름장을 놨다.

비박계가 당 대표 체제가 들어서면 최고위원회 해산 등 실력 행사를 통해 비상대책위원회 체제를 다시 만들겠다는 주장과 같다.

반면 다른 친박계 의원은 “지금은 자중하고 관망할 때”라고 말했다. 동료 의원들 한 명 한 명을 찾아 ‘공천 개입’에 대해 해명하고 사과해야 할 때라는 주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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