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일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 두 야당 지도부는 일제히 공수처 도입을 주장하고 나섰다.
마침 이날은 우병우 청와대 민정수석 처가의 1,300억원대 부동산 매매 과정 문제의 진경준 검사장이 간여했다는 의혹도 보도됐다.
이에 야당은 박근혜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하는 등 공세의 수위를 더욱 높이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우상호 원내대표는 비상대책위 회의에서 "공수처를 만들지 않고서는 검찰 내 권력자들 내부의 은밀한 거래와 부정부패를 막을 수 없다는 것이 이번 사건으로 확인됐다"고 주장했다.
더민주는 공수처 도입과는 별도로 '민주주의 회복 TF'가 앞서 발표한 '법조개혁 패키지 4법'도 계속해서 추진하는 등 다양한 경로로 검찰 개혁을 압박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4법은 법관과 검사가 사건 이해관계인 접촉사실을 의무적으로 신고토록 하고, 공직퇴임 변호사의 국가기관 관련 사건 수임제한 기간을 1년에서 2년으로 늘리도록 하는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국민의당 박지원 비상대책위원장 겸 원내대표는 당 정책위원회 주최로 열린 '법조비리 근절 방안 토론회' 축사에서 "국회 차원에서 공수처나 이에 준하는 감시기관을 만들어 다시는 이런 형태의 권력유착형 비리와 부패가 발생하지 않도록 특단의 대책을 마련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앞서 비대위 회의에서는 "박근혜 대통령은 우병우 수석, 진경준 검사장 때문에 총체적으로 무너진 정부 공직기강과 검찰을 바로세우기 위해서라도 대국민 사과를 하고 책임자를 처벌하라"며 대통령 사과까지 요구했다.
국민의당은 공수처와는 별도로 특검을 상설화 해 검찰에 대한 비리와 수사를 전담토록 하고 공무원 재산 등록 시스템에 대한 심사 기능을 만드는 등의 방안을 추진한다는 계획이다.
◇ 진경준 구속에도 새누리당 공수처 도입에 선그어
진경준-우병우로 이어지는 법조비리 의혹은 공수처 도입 주장에 충분히 힘을 실을만한 파급력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시각이다.
실제로 더민주에서 법조개혁을 주도했던 '민주주의 회복 TF'는 당초 대검찰청 훈령으로 돼 있는 '특임검사 운영에 관한 지침'을 법으로 격상시켜 검사들의 범죄 혐의 수사 강도를 높이는 방안을 추진했었다.
당론인 '공수처 도입'과 달리 '특임검사 상설화'로 방향을 튼 것은 그만큼 검찰과 여당의 반대가 강하기 때문에 현실적 우회로를 찾은 결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여당의 입장은 이번에도 별다른 변화를 보이지 않고있다.
검사 출신인 권성동 법제사법위원장은 언론 인터뷰에서 "어느 조직이든 이런 독직 사건은 항상 있는 것이고, 벼룩 잡겠다고 초가삼간 태우는 개혁 방안은 받아들일 수 없다"며 야당의 공수처 도입 요구에 대해 분명히 선을 그었다.
역시 검사 출신인 김도읍 원내 수석부대표도 "이것을 진 검사장의 일탈로 봐야 하는지 아닌지는 수사 결과를 지켜봐야 한다"면서 신중론 쪽에 무게를 실었다.
김현아 대변인은 18일 논평에서 "검찰은 조직의 명운을 걸고 분골쇄신의 자세로 이 사건(진경준 의혹)을 철저히 수사해 진실을 명백히 밝혀주기 바란다"면서 "검찰은 다시는 이런 사건이 발생하지 않도록 자정노력을 포함해 재발 방지대책 마련에 적극적으로 나서주기 바란다"고 주문했다.
김 대변인은 또 "야당에서 공수처 도입을 주장하고 있으나 이미 상설특검과 특별감찰관이라는 제도가 있는 만큼 기존 수사제도를 제대로 운용해 고위공직자 수사에 대한 공정성과 투명성을 보여주기 바란다"며 공수처 반대 입장을 분명히 했다.
이번 사태를 맞아 새누리당 내부에서도 공수처 도입을 주장하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기는 하다.
김용태 의원은 보도자료를 통해 "검찰 권력을 견제하고 공직사회 부패를 척결하기 위해 공수처를 신설해야 한다"고 주장했고, 오신환 의원은 법사위 회의에서 "기속권 독점, 공수처 신설을 논의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 중 율사와 검사 출신들이 많은 새누리당 특성상 공수처 도입 주장은 어디까지나 '소수 의견'에 불과한 현실이다.
◇ 법조비리 만병통치약 '공수처', 이번에는 실현될까?
공수처 제도가 지난 1996년 당시 야당이었던 새정치국민회의의 '부패방지법'에 담겨 발의됐다가 김대중 후보의 대통령 당선 뒤인 1998년 철회됐다는 점은 많은 것을 시사해 주고 있다.
야당들에 의해 발의되고 공전을 거듭하다 사라지는 패턴을 20여년 가까이 되풀이 하고 있는 셈이다.
여론의 향배와 이를 법안 통과의 원동력으로 삼아 추진하는 야당의 의지가 맞아 떨어질 때야 제도 도입이 가능하다는 평가가 나오는 이유다.
여소야대 정국과 최근 법조비리가 연이어 터지고 있다는 점은 야당들에게 유리한 요소지만 여당과 검찰의 강력한 반대를 넘어설 의지가 있는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한 야권 중진 의원은 "솔직히 두 야당 모두 공수처 도입을 당론으로 채택하고 있지만 여당과 검찰의 강력한 반발을 감수하고서라도 반드시 통과시키겠다는 것인지는 확신하기 어렵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