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은 ASEM 정상회의에서 '경제장관회의'의 내년 한국 개최를 제안해, 리커창 중국 총리 등으로부터 지지를 받았다. 또 '사드' 문제로 갈등 중인 중국·러시아조차도 아무런 이견을 내지 않는 가운데 북핵 대응에 대한 회원국들의 공조를 받아냈다. 이들 제안은 ASEM 의장성명에 최종 반영됐다.
몽골과의 정상외교 과정에서는 사실상의 자유무역협정(FTA)인 경제동반자협정(EPA) 체결을 위한 공동연구 착수에 합의가 이뤄졌다. 또 경제협력 등을 규정한 양국간 20건의 양해각서(MOU)도 체결됐다.
강석훈 청와대 경제수석은 "ASEM 정상회의에서 박 대통령은 경제통합과 자유무역의 중요성을 강조해 브렉시트 이후 처음 모인 53개국 아시아·유럽 정상의 공감대를 이끌어냈다. 한·몽골 FTA 공동연구 개시, 한·EU FTA 개선 합의 등 한국을 자유무역 선도국가로 국제사회에 부각시켰다"고 평가했다.
또 "한·몽골 정상회담은 교역과 협력의 새로운 고속도로를 만드는 작업이었다. 당장의 작은 교역 규모에 얽매이지 않고, 앞으로 열릴 큰 시장에 나아가기 위한 지름길을 만드는 박 대통령의 미래지향적 경제외교 성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같은 순방외교의 성과가 박 대통령 귀국 뒤까지 집중 조명받기는 어려워 보인다. 당장 박 대통령은 경북 성주군민들의 반발과 야당의 재검토 요구 속에 정치·사회적 최대 현안으로 떠오른 사드 문제의 해법을 제시해야 하는 처지다.
박 대통령이 출국 당일인 지난 14일 국가안전보장회의(NSC)를 주재하면서 "지금은 사드 배치와 관련한 불필요한 논쟁을 멈출 때"라고 당부했지만 논란은 사그라들지 않았다. 다음날 황교안 총리가 성주군민들을 직접 만나 설득을 시도하다 6시간 이상 억류당하는 일까지 벌어졌다.
억류사태 다음날인 몽골 현지에서 "국가안보를 위해 국민들의 이해와 협조를 부탁드린다"고 박 대통령이 재차 대국민 메시지를 냈지만, 군민들은 상경시위까지 준비하는 등 분노를 잠재우지 않고 있다. 야권은 억류사태를 빌미로 한 '공안몰이' 시도를 비난하면서, 대통령의 대국민 사과를 요구하는 상황이다.
뿐만 아니라 박 대통령은 '진경준-넥슨 의혹'과 관련한 야권의 개각요구 등 공세에도 대응 방안을 수립할 필요가 있다.
이처럼 박 대통령이 '국내 문제'가 순방 성과의 빛을 가린 경우는 한두번이 아니다. 2013년 6월 중국 방문 직전 국정원이 2007년 남북정상회담 회의록을 '무단 공개'해 파장이 일었고, 2014년 1월 인도·스위스 순방 때는 신용카드 개인정보 대량유출 사태가 벌어졌다.
2014년 6월 중앙아시아 순방 직전에는 '문창극 친일발언' 논란이, 지난해 3월 중동 순방 중에는 마크 리퍼트 주한 미국대사 피습 사태가, 바로 다음달 중남미 순방 와중에는 '성완종 리스트'에 연루된 이완구 당시 총리가 사의를 밝혔다.
올해 5월 아프리카 3국 및 프랑스 순방 기간에는 박 대통령 본인이 국회법 개정안에 거부권을 원격 행사하면서 논란을 자초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