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치녀' '노인충'…"잘못된 정보가 특정집단 향한 혐오 키운다"

KBS '시사기획 창' 소수자·약자에 대한 혐오·분노 심층진단

(사진=KBS 제공)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상황에서 개인들은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이른바 '선택적 지각'을 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 경우 특정집단에 대한 분노와 혐오 감정이 강화될 수 있다."

19일(화) 밤 10시 방송되는 KBS 1TV '시사기획 창'에서는 '새로운 위협…혐오·분노 사회'라는 주제로 한국 사회의 일그러진 현주소를 진단한다.

도심 한복판의 남녀 공용 화장실에서 발생한 묻지마 살인 사건. 피의자는 여성이 자신을 향해 담배꽁초를 던진 일에 화가 나 범행을 저질렀다고 말했다. 평소 여성에게 무시당해 화가 났다며 범행 대상으로 여성을 노렸다는 것이다.

이에 여성들은 분노했다. 이 사건은 단순한 묻지마 범행이 아니라 우리 사회에 만연해 온 여성에 대한 차별과 혐오정서를 드러낸 사건이라는 것이다. 여기에 이번 사건은 여성 혐오 사건이 아니라는 남성들도 등장해 강남역 현장은 내내 시끄러웠다.


논란이 확산되는 와중에 경찰이 강남역 사건을 조현병 질환자에 의한 전형적인 묻지마 범죄로 본다는 분석의견을 냈다. 조현병 환자들에게 불통이 튀는 상황에까지 이르게 된 것이다. 조현병 환자와 가족들은 이번 사건 이후 자신들이 혐오의 대상이 됐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한국 사회에서 특정 집단을 향한 혐오 정서는 더이상 새로운 일이 아니다. 여성, 장애인, 이주민 등 사회적 약자들은 끊임없이 혐오의 대상이 돼 물질적, 정신적 피해를 받아 왔다. 문제는 이런 혐오 표현들을 제한할 수 있는 법적인 근거가 없다는 점이다.

우리나라의 모욕죄, 명예훼손죄는 특정인을 공공연히 지목할 경우에만 적용이 가능하고, '집단'을 향한 혐오 표현에는 적용될 수 없다. "이주민은 더럽다" "장애인은 게으르다" 등의 혐오 발언들은 엄연히 당사자들에게 큰 상처를 주고 있지만, 법적으로 아무런 문제가 없는 셈이다.

◇ 법률로 혐오발언 막는 장치 마련하는 외국…왜?

(사진=KBS 제공)
'시사기획 창' 취재진은 한 대학 심리학과 연구진들과 함께 혐오와 분노를 일으키는 상황에 대한 실험을 실시했다. 취업 준비생과 대학 3, 4학년 학생들에게 취업률 관련 기사를 읽게 하고 감정 변화를 측정한 것이다. 다만 제공된 기사들은 모두 가짜 기사였다.

실험 뒤 참가자들의 심리는 어떻게 바뀌었을까. 참가자들은 신문 기사의 다양한 정보들 가운데 어떤 정보들에 더욱 집중했을까. 개인적인 분노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감으로 발전되는 이유는 무엇일까.

실험에 참가한 연구진들은 잘못된 정보에 기초한 상황에서 개인들이 자신이 받아들이고 싶은 정보만을 받아들이는, 이른바 '선택적 지각'을 한다고 전한다. 이 과정이 반복될 경우 특정집단에 대한 분노와 혐오 감정이 강화될 수 있다는 점에 주목하고 있는 것이다.

최근 특정집단을 싸잡아 비난하는 혐오 표현들이 급증하고 있다. 아기의 엄마들에게는 '맘충', 중고등학생들에게는 '급식충', 할아버지에게는 '노인충'이라는 식이다. 이런 각종 혐오 표현들이 급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전문가들은 이런 용어들이 단순한 유행처럼 사그라들 수도 있지만, 사회적으로 문제가 될 소지도 있다고 지적한다. 집단을 벌레로 비하하는 표현들이 방치됐을 때, 우리는 어떤 미래를 맞이할까. 법률로 혐오발언을 막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해 놓은 외국의 사례들은 우리에게 무엇을 시사하는가.

사회적으로 누적된 혐오는 분노 사회의 토양이 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오고 있다. 최근 우리 사회에서 잇따라 발생하고 있는 묻지마 범죄들. 이 범죄들이 상대를 가리지 않고 주변에 있는 개인들을 노려 왔다면, 이런 분노가 특정 집단에 대한 혐오와 결합될 경우 더 큰 피해를 불러올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최근 경기불황 등으로 좌절감을 겪고 있는 사람이 많아지고 있어, 소수자나 약자에 대한 혐오 정서가 구체적인 범죄 행위로 연결될 가능성이 높아지고 있다고 전문가들은 우려한다.

이런 혐오와 분노의 폭발을 막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해야 하는가. '시사기획 창'에서 그 해결책을 모색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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