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교민 "스마트폰이 탱크보다 강했다"

-전투기 저공비행하며 폭격
-휴대전화로 대국민담화 전송
-종교주의와 세속주의의 충돌
-대통령, 사형제 부활 내비쳐

■ 방송 : CBS 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 FM 98.1 (07:30~09:00)
■ 진행 : 김현정 앵커
■ 대담 : 박종이 (터키 아틀름대학 교수)

지난 주말 지구촌에서 가장 뜨거웠던 현장은 터키였습니다. 에르도안 대통령에 맞서서 군부가 쿠데타를 일으킨 거죠. 하지만 불과 6시간 만에 쿠데타 군은 진압됐습니다. 그 과정에서 사상자만 3000여 명, 구속된 사람도 6000여 명에 이릅니다.

쿠데타가 실패했으니 그다음에 필연적으로 이어지는 것은 피의 숙청이죠. 터키 쿠데타가 왜 일어났고, 왜 실패했고, 이제 앞으로는 어떻게 되는 건지 혼돈에 휩싸인 터키 현지를 먼저 연결을 해보겠습니다. 터키 아틀름대학교의 박종이 교수 연결을 해보죠. 박 교수님, 나와 계십니까?

◆ 박종이> 네, 안녕하세요.

◇ 김현정> 지금 터키 어디에 계신 건가요?

◆ 박종이> 네, 저희는 터키 앙카라에 살고 있습니다.

◇ 김현정> 쿠데타가 벌어진 게 거기 시각으로 한 이틀 지난 거죠?

◆ 박종이> 그렇죠, 금요일 밤이었으니까요.

◇ 김현정> 네, 지금 일요일 자정을 넘어가는 시간의 분위기가 어떻습니까?

◆ 박종이> 오늘 낮부터 주요 도시에서 앙카라 이스탄불, 이즈미르에서 대형 집회가 있었거든요. 집회들은 지금 밤 늦은 시간에도 계속 진행되고 있는 것 같습니다.

◇ 김현정> 쿠데타가 종료가 됐는데도 군데군데에서 조그만한 소규모 집회들이 열리는 모양이에요?

◆ 박종이> 네, 이 집회는 쿠데타를 반대하는 평화집회입니다. 쿠데타를 반대해서 터키를 다시 민주주의 국가로 찾았다라는 것을 국민들이 자발적으로 나와서 주장하는 집회라고 보시면 되겠습니다.

◇ 김현정> 쿠데타 당시 가장 긴박했던 곳 중의 하나가 바로 지금 계신 곳, 수도 앙카라였는데 도대체 그 당시에 상황이 어땠던 겁니까?

◆ 박종이> 금요일 밤이었는데요. 가족끼리 보내고 있던 시간이었는데요. 너무 더워서 창문을 열어놓고 있다 보니까 소리가 너무 크게 들려서 ‘이거 뭐지?’ 하고 봤는데 전투기가 바로 집 위를 지나가는 거예요. 그리고 시내 중심가로 가더라고요. 그래서 비행기 여러 대들이 이렇게 시끄럽게 소리를 내면서 왔다갔다 하는데 조금 이따 보니까 폭탄 소리와 총소리가 들려오는 거예요. 길이 흔들거리면서요.

◇ 김현정> 그때부터 심상치 않구나 생각하셨군요?

◆ 박종이> 그럼요, 그럼요. 그러면서 우리가 '어, 이게 무슨 일이지?' 하면서 텔레비전을 켜서 봤죠. 그러면서 TRT 방송, 터키 국영방송을 보니 '터키 쿠데타가 정권을 잡았다' 이런 식으로 자막이 나왔고요. 하지만 일반 민영방송TV에서는 긴박한 상황을 생중계로 알리면서 '터키에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다' 이런 상황들을 계속 방송해 주고 있었습니다. 그래서 저희는 그 방송을 봤죠.

◇ 김현정> 그렇군요. 그런데 대통령은 외국에 휴가 중이었는데 소셜 미디어를 통해서 호소를 하고 지시를 했다는 점이 상당히 특이해요.

◆ 박종이> 네, 저희가 방송을 봤던 것은 CNN 트루크라는 방송이었어요. 생중계로 보고 있었는데요. 거기에서 앵커가 생중계 중에 진행을 하다가 바로 자기 전화기로 연결을 하더라고요. 그러면서 그 스마트폰으로 대통령이 대국민 담화를 했습니다. 그게 중계가 됐죠.

◇ 김현정> 잠깐만요, 스마트폰과 소셜미디어 계정을 통해서 대통령이 담화를 발표했고 그게 민영방송을 통해서 중계가 된 것이군요.

◆ 박종이> 그렇죠, 전국에 중계가 됐죠. 그 후로 전직 대통령이 담화를 했고요. 그다음에 현직 수상도 담화를 하셨고 그다음에 주요 정당 인사들이 계속해서 '이 쿠데타 운동은 불법이다'라는 것을 계속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또 한 가지 좀 특이한 점은 저희 휴대전화에도 비슷한 내용이 에르도안 대통령 이름으로 오더라고요.

◇ 김현정> 휴대폰 문자메시지로요?

◆ 박종이> 그렇죠, 휴대폰 문자메시지로도 이 상황을 알려주더라고요.

◇ 김현정> 정말 특이하네요. 전통적인 방식으로 쿠데타를 벌인 군부로서는 전혀 예상치 못했던 소셜 미디어와 휴대전화 문자메시지를 통해서 대국민 호소 담화가 나가고 그때부터 그럼 국민들이 거리로 쏟아져 나가고 움직이기 시작한 거예요?

◆ 박종이> 그렇죠, 처음에 텔레비전을 시청을 하다 보니까요. 대국민 담화가 있고 나서 얼마 되지 않아서 바로 이렇게 국민들이 군중이니까 쿠데타 군 앞에서도 서로 대치를 했던 것 같아요, 제가 보기에는요. 탱크 앞에 대치를 하면서 군중들 수가 점점 많아지다 보니까 군인들도 어떻게 할 수가 없었겠죠.

체포되는 터키 해군 소장. (사진=Aksam 트위터)
◇ 김현정> 그 과정에서 물론 사망자도 나오고 했습니다만 군중 수가 너무 많아졌으니까요. 그러면 결국 쿠데타가 실패한 원인은 대통령을 지지하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았기 때문이다라고 볼 수 있나요?

◆ 박종이> 그렇죠, 이 정당이 2002년부터 계속해서 집권여당이었습니다. 5번 정도 선거가 있었습니다만 선거 때마다 이겼거든요. 그리고 한 가지 좀 재미있는 기사가 난 것은 쿠데타 1군 사령관이 참여하기로 돼 있었는데 그 1군 사령관이 대통령에게 전화를 미리 준 거에요.

◇ 김현정> 뭐라고요?

◆ 박종이> '내가 당신을 보호해 주고 싶다. 나는 당신 편이다. 다른 사람 믿지 말고 나를 믿어라.' 이렇게 해서 미리 소식을 줬다고 신문에 기사가 나왔더라고요.


◇ 김현정> 아니, 쿠데타를 주도하기로 한 리더가 대통령한테 먼저 전화를 해서 '나는 당신 편이다?'라고 이야기했다고요?

◆ 박종이> 네, 쿠데타에 동조할 거라고 다들 생각했던 장군이었죠. 그 사람이 소식을 미리 줬고요. 그 소식을 주고 나서 한 시간 후에 쿠데타 세력들이 대통령이 머물렀던 호텔로 쳐 들어왔다고 합니다. 하지만 대통령은 미리 피한 상태였죠.

◇ 김현정> 그런 거군요. 그런데요 박 교수님, 외신을 쭉 보고 있으면 좀 헷갈리는 게요. 쿠데타의 원인이 '군부 세력이 대통령 독재에 반대하면서 일으켰다.' 이런 얘기가 있어서 '아, 그럼 군부가 옳은 거구나?'라고 생각했더니요. 또 한편에서는 '국민들이 쿠데타 세력에 맞서서 대통령을 지켜냈다, 민주주의를 지켜냈다.' 이런 얘기도 나와서 '그럼 이거 현 대통령이 옳은 건가? 도대체 어디가 선이고 어디가 악인 건가?' 외부에서 볼 때는 좀 헷갈려요.

◆ 박종이> 사실은 터키 현대 정치에 대해서는 국민들 사이에 큰 두 개의 흐름이 있습니다. 터키에서는 좌파, 우파를 나눌 때 우파는 종교적인 그룹이라고 이야기를 하고 있고요. 좌파는 세속주의 그룹, 즉 서구의 민주주의를 더 선호한다라고 말하는 좌파 그룹으로 두 가지로 나누어져 있어요.

◇ 김현정> 우파는 이슬람을 추종하는 종교 그룹, 좌파는 세속주의라고 불리면서 서구식 민주주의를 추종하는 그룹, 이렇게 큰 흐름으로 두 개의 그룹이 나누어져 있군요?

◆ 박종이> 그렇죠. 현 정권이 계속해서 우파 쪽 사람들의 표를 얻으면서 물론 집권 여당이 돼 있습니다만 여전히 좌파 쪽에 있는 국민들도 많은 거죠. 그런데 두 축의 골이 깊어요. 그리고 두 그룹이 많이 커요. 사실은 집권 여당이 50%의 투표를 얻었지만 사실은 반대하는 50%도 있는 것 아닙니까?

◇ 김현정> 그렇죠.

◆ 박종이> 그렇기 때문에 이렇게 적지 않은 양측의 그룹이 있기 때문에 긴 역사적인 배경을 갖고 있어서 단 순간에 해결할 수 있는 그런 문제는 아닌 것 같다는 생각이 좀 듭니다.

◇ 김현정> 역사적으로 골이 깊은 종교주의와 세속주의가 이번에 또 마주친 건데요. 여하튼 그렇게 6시간 만에 쿠데타가 진압이 되고 잡아들인 사람이 지금 뭐 3000명, 6000명, 9000명 계속 늘고 있더라고요. 그런데 고문을 한다는 얘기도 나오고 사형 집행 얘기도 나오고…. 분위기가 어떤 건가요?

◆ 박종이> 오늘 대통령이 그러한 말씀을 하셨어요. '터키에서 사형 제도 부활이 법적으로 가능한지 좀 검토해봐야 된다.' 이런 말씀을 하셨어요. 사실은 사형이 1984년인가 그때 터키에서 마지막 사형이 집행됐는데요. 사형제도를 금지한 이유는 사실상 유럽연합에 가입하기 위해서 협상을 한 적이 있었거든요.

◇ 김현정> 그렇죠, 그렇죠.

◆ 박종이> 그런 과정 중에서 2004년쯤에 완전하게 '터키에서는 이제 사형제도가 없다'고 공식적으로 결정이 됐는데요. 만약 이렇게 사형제도를 다시 부활하게 되면 또 유럽연합과의 어떤 갈등의 새로운 요소가 될 수 있지 않을까? 그런 생각도 듭니다. 그런데 오늘 플래카드를 보면 '페툴라 귤렌을 사형 시켜야 된다.' 이러면서 사형이라는 말이 자연스럽게 자꾸 나오더라고요.

◇ 김현정> 하여튼 분위기가 피의 숙청 쪽으로 흘러가는 것만은 분명하죠?

◆ 박종이> 쿠데타가 간단한 테러 정도가 아니고 국가의 존립을 위협하는 아주 큰 사건이기 때문에 굉장히 신중하게 접근하고 있다고 생각이 되고 있습니다.

◇ 김현정> 그런데 국민들은 좀 걱정이 되시겠어요. 경제적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에서 이렇게 또 불안한 상황이 펼쳐지니 리라화가 폭락했다는 얘기도 들리고 먹고사는 문제, 정치적인 불안, 걱정되시죠?

◆ 박종이> 그렇죠, 아무래도 이런 정치적인 큰 어떤 이슈들은 경제에 바로 영향을 미칩니다. 그리고 터키 경제의 큰 축은 관광산업이었거든요. 그런데 지난주에 이스탄불 폭탄테러, 그리고 이번 주의 이러한 사건들이 발생하면서 장기적으로는 터키 경제의 그렇게 큰 플러스 요인은 아니겠다, 근심거리겠다, 많이 고민이 되겠다는 생각이 듭니다.

◇ 김현정> 여기까지 오늘 말씀 전해 듣겠습니다. 고맙습니다.

◆ 박종이> 네, 감사합니다. 수고하세요.

◇ 김현정> 네, 터키 아틀름대학교의 박종이 교수 연결해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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