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저임금위원회가 지난 16일 발표한 2017년도 최저임금은 시급 6470원, 월급으로 환산하면 주5일 8시간씩 일할 경우 연휴수당 등을 합해 135만 2230원이다.
하지만 최저임금 일자리 대부분의 노동조건이 열악한 점을 감안하면 실제 받는 월급은 훨씬 낮아서, 아르바이트포털 '알바몬'이 지난 9일 발표한 설문조사에 따르면 '알바생'들은 한 달 평균 73만 6000원을 받는 것으로 나타났다.
반면 한국감정원이 지난 4월 발표한 올해 전국 주택 평균 월세보증금은 평균 4668만원, 월세는 55만 9000원에 달한다.
좀 더 눈을 낮춰도 최저임금 인생에게 월셋방은 진시황의 '아방궁'이나 다름없다.
대통령 직속 청년위원회가 2014년 수도권 대학생들의 평균 월세를 조사한 결과로 놓고 봐도 평균 월세보증금은 1418만원, 월세는 42만원이나 된다.
3년 간의 물가 차이나, 천만원이 넘는 보증금도 둘째치고 오직 월세만 마련하려 해도 내년 최저임금으로는 매달 65시간, 8시간씩 일할 경우 8일치 꼬박 일한 돈을 손도 못대고 통째로 월세에 갖다바쳐야 한다.
간신히 방세를 마련해도 대학생들의 앞에는 등록금이 버티고 있다.
교육부가 지난 4월 공개한 전국 180개 4년제 대학의 연평균 등록금은 667만 5000원, 그나마 등록금이 낮다는 국공립대 등록금도 410만원이 넘는다.
계산해보면 수도권 4년제 대학가 앞의 평범한 월세방에서 자취하면서 직접 등록금을 마련하는 대학생이라면 최저임금만 받아서는 매달 월급의 3분의 2가 주거비와 등록금에 눈 녹 듯 사라지는 셈이다.
최저임금에서 벗어나려면 더 많은 월급을 받을 직장을 구해야 하지만, 기록적인 청년실업난은 취업을 준비할 여유조차 앗아간다.
'알바몬'이 지난 15일 발표한 여름방학 평균 취업준비비용은 73만원, 또다른 취업포털 사이트 '사람인' 조사 결과 월평균 취업준비용 사교육비는 28만원이나 되는데 월세나 등록금에 각종 관리비, 교통비나 휴대전화 요금까지 계산하면 답이 나오지 않는다.
사정이 이렇다보니 청년들에게 남는 것은 빚 뿐이다. 더불어민주당 김현미 의원실에 따르면 학자금 대출 연체는 지난 5년간 40배 폭증한 바람에 압류처분을 받은 경우만 따져도 2011년 30건에서 2015년 606건으로 크게 늘었다.
최저임금의 굴레에서 벗어나지 못한 커플이라면 남 부럽지 않은 연애도, 번듯한 결혼식은 꿈도 꿀 수 없다.
웨딩컨설팅 업체 듀오가 발표한 2, 30대 커플의 평균 데이트 행태는 일주일에 1.9회 만나 5시간 27분 데이트하면서 하루 5만 5900원씩 지출한다.
두 사람이 나눠서 내도 데이트비용으로만 한 달 평균 24만 3724원을 부담해야 하는 셈이다.
여기에 신혼부부 평균 결혼비용은 2억 7400만원. 집값인 1억 9174만원을 대출을 받거나 부모님 도움을 받았다 치더라도 약 8천만원의 결혼비용을 준비하려면 3년쯤은 한푼도 쓰지 않고 돈을 모아야 하는 셈이다.
삼포세대의 마지막을 장식하는 육아 포기 역시 마찬가지다. 한국보건사회연구원이 지난 10일 발표한 '2015년 전국 출산력 및 가족보건·복지실태조사'를 보면 기혼여성 10명 중 4명이 경제적 이유로 출산을 포기하고 있다.
공부도, 결혼도, 육아도… 어느 것 하나 마음 놓고 할 수 없는 현실이야말로 260만 최저임금 노동자들이 내년에도 마주쳐야 할 삼포세대의 삶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 이남신 소장은 "이번 최저임금은 최저임금위가 직접 내놓은 올해 미혼 단신 노동자의 실태생계비인 167만원에도 못 미친다"며 "결국 빚을 질 수 밖에 없고, 특히 가족의 생계를 책임져야 할 가구주일 경우 살아갈 길이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최저임금 산정에서 공익위원들은 생계비·생산성 등을 제외한 채 정해 납득하기 어렵다"며 "최저임금 산정 구조 자체를 개선하지 않으면 내년에도, 내후년에도 이처럼 비현실적으로 낮은 최저임금이 계속 산정될 것"이라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