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 검사장이 대학 동창인 김정주 NXC 회장으로부터 뇌물을 받은 것으로 드러나면서 '검찰 개혁'에 대한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검찰 내부에서는 비위 검사를 검사장으로까지 올린 조직에 대해 인사검증제도 개선의 필요성이, 밖에서는 견제와 권력분할의 필요성이 각각 대두되고 있다.
18일 검찰에 따르면 진 검사장 관련 의혹이 점차 사실로 굳어지고 진 검사장이 현직검사장으로는 최초로 구속되면서, 조직 전반에 침통한 분위기가 흐르고 있다.
처남 회사 일감몰아주기로 100억대 매출을 챙기고, 김 회장으로부터 그냥 받은 4억 2500만원으로 넥슨 주식을 사고 팔아 120억원대 시세차익을 올리고, 3~4천만원대 제네시스 차량을 요구해 받았다는 등 드러난 혐의만 해도 사법 신뢰를 송두리째 뒤흔들 정도로 충격적이다.
현직 검사들이 사석에서 "설마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거나 "어떻게 조직이 그런 인물을 검사장까지 승진시켰는지 이해가 가지 않는다"는 말을 토해낼 정도다.
검찰 책임자와 수뇌부도 뒤늦게 사과 등 진화에 나선 것은 의혹이 잇따라 불거지고 국민적 비판이 들끓은지 한참 지나서다.
법무부와 검찰은 진 검사장과 관련해 최초로 의혹이 불거진 3월부터 4개월여에 걸쳐 '법적으로 문제가 없다'며 '제 식구 감싸기'에만 급급했었다.
김현웅 법무부 장관은 17일 진 검사장이 구속된 직후 대국민 사과문을 발표하고 향후 검사에 대한 철저한 인사검증과 감찰시스템 강화를 약속했다. 김수남 검찰총장도 이날 전국 고검장 간담회를 열고 대국민 사과 입장을 밝힐 예정이다.
하지만 이런 검찰의 움직임이 얼마나 실효성 있는 대책으로 이어질지에 대해선 회의적인 시각이 많다.
실제 검찰은 그동안 자체 비리 문제가 불거질 때마다 '주먹구구식', '눈가리고 아웅식' 대책만 내놓았을 뿐 현실적인 대책을 내놓지 못했다. 지난 2013년부터 검찰은 일정 규모 이상 지검에 감찰 전담 검사를 배치해 직접 비위정보를 수집하고 감찰조사도 직접 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당시 김광준 전 부장검사가 다단계 사기범 조희팔 측근과 유진그룹 등에서 내사·수사 무마 청탁과 함께 9억원대 금품을 받은 혐의로 구속되자 내놓은 대책이었다. 감찰기획관실과 특별감찰과 신설, 검사 적격심사 기간을 7년에서 4년으로 단축한 것도 이 때였다.
그러나 검찰의 자체감찰은 내부 비위행위를 적발해내는 데 한계가 있다. 한 부장검사는 "일일이 (감찰과가) 스크린하기는 힘든 측면이 있다"며 "스폰서와 접촉하고 골프를 치는 행위를 아예 하지 못하게 하지 않는 이상 부정의 소지를 완전히 없애지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더군다나 검찰이 '인맥'으로 끌어주는 고질적인 문화가 있다보니 부정행위를 발견하더라도 색출하기는커녕 오히려 덮어줄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이다.
전직 총장이나 장관, 검사장의 사위 등 이른바 '사위족'이라고 부르는 이들이 승승장구하거나, 검찰과 출신들이 인사와 예산, 조직을 관장하면서 원하는 부서에 서로 끌어주고 밀어주는 경향이 있다는 것이다.
또 '검사 동일체'라는 독특한 문화는 수사의 경직성을 심화시키면서 한편으론 비리에 대한 내부 경고음을 차단하고 있다.
한 검사는 "평검사때부터 인사의 공정성을 담보하도록 내부 인사검증제도를 개선하지 않는 이상, 이런 문화를 없애지는 못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 때문에 검찰을 개혁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야당 등 정치권과 학계를 중심으로 다시 높아지고 있다.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당은 단호한 검찰개혁을 촉구했고, 더민주 검찰출신 국회의원 4명은 검찰 개혁 방안을 논의하는 국회 세미나를 열 예정이다.
당장 검찰 개혁 방안으로는 ▲수사권과 기소권 분리 ▲ 청와대와 공정거래위원회, 국세청을 비롯한 외부기관 검사파견 제한 ▲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와 기구특별검사제 도입 등이 꼽힌다.
한상희 건국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지나치게 비대화된 우리나라 검찰이 스스로 자정활동을 하지 못하고 있는 만큼 검찰에 외부 충격이 필요해 보인다"고 강조했다.
이어 "수사권과 기소권을 분산시켜 서로 견제하도록 하고, 고비처와 국회 의결이 필요 없는 기구특검으로 비위 행위를 적발해야 한다. 또 정부부처 파견근무를 제한해 스폰서들이 접근하지 못하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검사 출신의 더민주 금태섭 의원은 검찰에게 막강한 권한을 주는 기소독점주의를 수술해야한다고 주장한다.
금 의원은 "검사가 직접수사와 수사지휘, 공소제기와 공소유지를 전부 하는 나라는 우리나라 밖에 없다. 권한을 대폭 축소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경찰이 직접수사권을 하도록 하고 검찰이 수사지휘를 하도록 하면, 검사 비위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 수사를 할 수 있다"며 "다만 고비처 등 외부기구는 오히려 이름만 다른 제2의 특수부가 될 수도 있고, 정권의 영향을 받을 수도 있을 것이기 때문에 반대"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