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의 음악은 늙지 않았고, 여전히 감동적이었다

[노컷 리뷰] 4년 만에 돌아온 라틴 팝의 거장 '호세 펠리치아노' 내한 공연

"Listen to the pouring rain. Listen to it pour. And with every drop of rain you know I love you more. (퍼붓는 빗소리를 들어봐요. 퍼붓는 빗소리를. 빗방울 떨어질 때마다 알지요. 난 그대를 더욱 사랑하게 돼.) " - Rain.

우산을 쓰지 않고도 다닐 수 있을 정도로 약한 이슬비가 촉촉하게 내리던 16일 오후 5시 서울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호세 펠리치아노의 콘서트가 열렸다.

'Rain'이 대표 곡인 라틴 팝의 거장 호세 펠리치아노가 4년 만에 내한공연을 하는 날, 비가 오는 것을 우연이라고 해야 할지, 필연이라고 해야 할지.


호세 펠리치아노 내한 공연. (사진=포토민트 장철웅)
그의 이름이 젊은 이들에게는 낯설지도 모르겠다. 호세 펠리치아노는 남미 출신으로는 처음으로 영어권 음악 시장에 진출한 라틴 뮤지션이다.

지금까지 발매한 앨범 중 45개가 골드와 플래티넘을 기록했다. 1996년에는 미국 최대 음악잡지인 빌보드지에서 평생 공로상을 수상했다. 그래미 어원드에 17번이나 노미네이트 되고, 8번이나 상을 수상하며 시대를 풍미한 전설이다.

이날 객석은 전설을 만나기 위해 찾아온 중년의 올드 팝 팬들로 가득했다. 모두 젊은 시절 그의 노래를 통해 자신의 풋풋했던 사랑을 고백하고, 이별의 아픔을 위로받았던 이들이리라.

호세 펠리치아노는 팬들에게 자신의 대표곡 'Rain'을 비롯해, 'Once there was a love', 'Che sera', 'The Gypsy' 등 10여 곡을 2시간여 동안 쉬지 않고 선보였다.

호세 펠리치아노 내한 공연. (사진=포토민트 장철웅)
그는 많이 늙었지만, 음악은 여전했다. 70대라는 나이가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녹슬지 않은 가창력과 기타 실력으로 관객의 넋을 빼놓았다. 관객들은 그가 들려주는 음악에 몸을 맡기면 됐다.

자신의 노래뿐만 아니라 마이클 잭슨의 'Billy Jean', 존 레논의 'Imagine' 리치 발렌스의 '라밤바' 등도 자신의 스타일로 편곡해 들려줬다.

또한 인도주의자로 잘 알려진 그는 'Imagine'을 부르기 전 남북 분단 문제와 평화에 대해 언급한 뒤 노래를 불러 관객들에게 더 큰 감동을 안겼다.

호세 펠리치아노가 한 곡씩 마칠 때마다 관객들은 큰 박수로 화답했다. 이에 그는 박수가 나오면 한국말로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했다.

또 노래 후 물을 마실 때 관객들에게 영어로 "물이 한국말로 뭐냐"고 묻고는, 객석에서 "물"이라고 가르쳐 줬지만, 그는 "아하! 소주"라 답하고, 물을 마시고 나서는 "맛있다"라고 하는 센스를 선보였다.

호세 펠리치아노 내한 공연. (사진=포토민트 장철웅)
이날 공연장에는 중년 외에도 10대 혹은 20대 관객도 눈에 띄었다.

송파에 사는 대학생 이서영(20) 씨는 " 오래된 음악을 들으며 좋아하던 가수이다. 아직 살아 계신지 몰랐는데 공연을 통해 실제로 보게 돼서 좋았다"면서 "노래 가사가 시적이라 좋았고, 기타도 너무 잘 치는 것 같다. 왼손만으로 연주할 때는 소름이 돋았다"고 밝혔다.

CBS가 준비한 호세 펠리치아노의 공연은 17일까지 올림픽공원 올림픽홀에서 진행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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