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는 17일(일) 밤 9시 40분 KBS 1TV에서 방송되는 '역사저널 그날'에서는 차별 없는 세상을 꿈꾸며 일어선 만적, 망이, 망소이의 삶을 들여다본다.
'경인년(1170)과 계사년(1173) 이래로 높은 벼슬이 천한 노예에게서 많이 나왔으니 장수와 재상에 어찌 타고난 씨가 있겠는가?' - 고려사
1198년 5월 개경의 북산에 노비들이 모인다. 당시 고려 최고 권력자인 최충헌을 제거하고 각자의 주인을 죽인 뒤, 천민이라는 신분의 굴레에서 벗어나기 위함이었다. 반란의 주동자인 만적과 노비들은 '정(丁)'자가 적힌 누런 종이를 표식으로 삼아 나눠가지고 치밀하게 난을 계획한다.
앞서 만적의 난이 일어나기 22년 전, 공주의 명학소(鳴鶴所)에서 망이와 망소이가 난을 일으킨다. 이들은 무리를 모아 공주를 함락시키고 난을 진압하러 온 3000명의 토벌대를 궤멸시킨다.
이들의 난은 고려 사회에 큰 파문을 던진다. 고려 행정 구역의 최하층인 '소(所)'에서 일어난 민란이기 때문이다. 고려의 행정 구역은 주현, 속현, 향·부곡·소까지 3등급으로 나뉘고 향·부곡·소의 주민들은 국가에 더 많은 공물을 바쳐야 했다.
열악한 삶 속에서 이사조차 가지 못하고 지역 차별에 신음하던 공주 명학소 주민들은 결국 난을 일으켰고, 항쟁의 불씨는 전국으로 퍼져나가 훗날 만적의 난까지 영향을 미친다.
만적은 치밀하게 난을 준비해 온다. 하지만 거사 당일 모인 노비들의 숫자는 수백 명뿐. 만적과 노비들은 일이 실패할 것을 염려해 후일을 기약하고 해산한다. 그러나 동료 노비 순정의 밀고로 반란 계획이 최충헌에게 알려진다.
'마침내 만적 등 1백여 명이 체포되어 강물에 던져졌다.' - 고려사
결국 만적과 노비들은 체포되고, 산 채로 강물에 수장 당한다. 처절하게 끝나버린 만적의 난. 그러나 자신들만의 힘으로 신분 해방과 정권 쟁취를 외치고, 새로운 시대를 꿈꿨던 노비들의 의지와 노력은 우리 역사에 깊은 족적을 남긴다.
노비들도 장수와 재상이 될 수 있다고 외치며 신분 해방을 꿈꾼 만적과 노비들. 짐승보다 못한 대우를 받았던 고려 노비들의 삶과, 자신들의 비참한 운명에서 벗어나고자 했던 노비들의 저항과 투쟁에 대한 이야기가 이번 주 역사저널 그날에서 펼쳐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