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시즌 현대캐피탈은 한국 배구의 숙원이었던 ‘스피드 배구’를 과감하게 도입해 V-리그에 신선한 돌풍을 일으켰다. 외국인 선수를 주된 공격 옵션으로 사용했던 대부분의 팀과 달리 특정 선수 의존도를 낮추는 대신 다양한 공격으로 상대를 괴롭히는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도전은 정규리그 우승이라는 기분 좋은 결과까지 맛봤다. 하지만 다음 시즌 트라이아웃을 통해 외국인 선수를 선발한 현대캐피탈은 다시 한 번 새로운 배구를 선보일 계획이다.
15일 인천 계양체육관에서 열린 현대캐피탈과 제이텍트 스팅스(일본)의 ‘2016 MG새마을금고 2016 한·중·일 남자 클럽 국제배구대회' 1차전. 외국인 선수 없이 경기한 현대캐피탈은 문성민과 송준호, 박주형을 고루 활용해 세트 스코어 3-0의 쉬운 승리를 거뒀다. 문성민(22득점)이 37%의 공격 점유율을 가져갔고, 송준호(8득점)와 박주형(5득점)은 나란히 20% 정도의 공격 점유율로 보조를 맞췄다.
경기를 마친 뒤 최태웅 감독은 “지난 시즌과는 조금 다른 스피드 배구를 준비하고 있다. 이제 일주일 정도 훈련했다”면서 “빠르면서도 높은 타점을 살리는 스피드 배구를 준비한다. 사실 오늘 경기에서는 잘 안됐다”고 소감을 밝혔다.
현대캐피탈이 지난 시즌과 다른 스피드 배구를 하게 된 배경은 트라이아웃을 통해 선발한 외국인 선수 툰 반 랭크벨트(캐나) 때문이다. 문성민이라는 걸출한 공격수를 보유한 현대캐피탈은 일찌감치 점찍었던 레프트 랭크벨트를 뽑았다. 수비력에는 합격점을 줬지만 공격력이 아쉬웠다. 결국 최태웅 감독은 지난 시즌과는 살짝 달라진 새로운 스피드 배구를 준비했다.
“성민이가 (공격점유율을) 적게는 35, 많게는 42, 3%는 소화해야 한다. 그래야 다음 시즌 경기력이 안정될 수 있다”는 최태웅 감독은 이번 대회를 통해 새롭게 준비하는 배구 스타일이 공개되는 것 아니냐는 취재진의 물음에 “숨긴다고 숨길 수 없다. 어차피 다 알게 될 것이다. 상대가 모르겠지 라는 생각을 하는 순간 제자리에 멈추게 된다. 상대가 알게 되면 또 다른 것을 준비하면 된다”고 답했다.
실제로 살짝 선을 보인 현대캐피탈의 새로운 스피드 배구는 다양한 변칙이 더해진 덕에 제이텍트가 속수무책으로 당할 수밖에 없었다. 문성민도 “라이트 공격수가 후위 공격을 주로 한다고 생각했을텐데 속공도 때리고 가운데로 파고들어 공격하는 모습에 많이 놀랐을 것”이라고 말했다.
상대를 여러 차례 놀라게 한 문성민이지만 “기대했던 만큼 경기력이 아니라 아쉽다. 새로운 시즌을 준비하는 과정인 만큼 앞으로 더 좋아질 것”이라며 새 시즌 현대캐피탈의 또 달라진 모습의 기대감을 높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