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켓몬GO 열풍'…과장과 현실 사이

(사진=자료사진)
1999년 게임보다 먼저 만화가 수입돼 TV로 방영됐다. 초딩 시절, 포켓몬스터를 모르면 친구들과의 대화에도 쉽사리 낄 수 없었다. 등장하는 캐릭터들도 죄다 줄줄 외웠다. 주머니속의 괴물, 포켓몬스터 얘기다.

그러다 나이가 들면서 포켓몬 역시 나의 관심사에서 점점 멀어져갔다. 그런데 포켓몬이 다시 내 생활속으로 '쑤욱' 들어와버렸다.

20대 중반의 나이로 성장한 청년은 스마트폰을 들고 '핫 플레이스', 속초로 향했다. 그곳에서 청년은 다시 피카츄를 만났다. 눈치챘겠지만 게임 '포켓몬GO'가 다리를 놓아준 것이다.


포켓몬GO가 출시된 후 인터넷 실시간 검색어에는 '포켓몬GO'가 늘 상위 랭크에 포진돼 있다. 뉴스에서도 지나치다싶을 정도로 연일 집중보도하고 있다. 일각에서는 '사드 사태'를 덮기 위한 여론호도 아니냐는 곱지 않은 시각을 보내기도 한다.

전 세계적 관심으로 제 2의 전성기를 맞은 포켓몬GO의 핵심기술은 AR(증강현실). 전자기기를 통해 현실세계에 3차원의 가상물체를 보여주는 기술을 말한다.

실재하지 않는 것을 존재하는 듯 하게 만들어주는 AR은 어느날 갑자기 생겨난 것이 아니다. 우리나라에서도 꾸준한 기술 개발이 이어져왔다. 다만 기술만 있고 콘텐츠가 없다는 평가를 받으며 이른바 '속 빈 강정'에 머물러 있었다.

닌텐도는 달랐다. 이미 세계적으로 알려진 포켓몬을 AR과 결합시켜 어마어마한 시너지를 창출한 것이다.

포켓몬GO는 호주와 뉴질랜드에 이어 미국에 출시하면서 뜨거운 인기를 얻기 시작했다. 국내에서도 지대한 관심은 있었지만 게임을 플레이 할 수 없었다는 비보가 날아들었다. 한국을 비롯한 아시아 국가는 서비스 이용이 제한된 구역으로 지정됐기 때문이다.

포켓몬GO는 구글맵을 기반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안보지역이 포함된 지도 정보를 만천하에 공개할 수 없다는 입장을 갖고 있는 나라에서는 무용지물이나 마찬가지인 셈이다.

실망도 잠시, 속초에서는 게임이 가능하다는 소식이 들려왔다. 한 커뮤니티 사이트에 해당 글이 올라오자 "당장 속초로 가야겠다"는 유저들의 댓글이 꼬리에 꼬리를 물었다.

지난 13일 낮 12시, 속초에 도착하자 실제로 게임을 하고 있는 사람들을 만나볼 수 있었다. 가까이는 서울, 멀게는 대전에서 온 사람들이었다. 다만 인터넷의 뜨거운 반응만큼 유저들이 많지는 않았다. 조금 과장하면, 포켓몬GO 이용자보다 취재진들이 더 많아 보였다.

다만 속초 일대를 돌며 취재를 마칠 무렵 하늘이 어둑어둑해지자 낯선 풍경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포켓스탑 등이 위치한 엑스포 공원 일대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몰려들기 시작했다. 모두 한 손에는 핸드폰을 쥐고 미소를 짓고 있었다. 대부분이 10~20대인 이들은 열심히 몬스터볼을 던지며 포켓몬 사냥에 열중하고 있었다.

어린 시절의 추억을 함께한 포켓몬의 마법이 통했을까. 마치 어린아이가 된 듯 해맑게 웃으며 게임에 집중하는 모습을 이상하게 여기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다.

친구들과 속초를 찾은 김혜선(22·서울)씨는 "피카츄를 잡으러왔다. 정말 포켓몬을 하게 될 줄은 몰랐다. 모든게 신기하다"라고 말했다. 중학생인 이건형(16·강원도)군도 "몇몇 포켓몬 캐릭터만 알고 있었는데 화제가 돼서 게임을 하게 되었다. 형, 누나들이 많이 와서 게임을 하고 있는 모습을 보는 것 자체가 재밌다"고 거들었다. 직장인 신지강(28·경기)씨는 다소 흥분한 목소리로 "포켓몬을 잡기 위해 반차를 쓰고 속초로 왔다"라고 덧붙였다.

코흘리개 시절을 포켓몬스터와 함께 보냈던 청년들을 속초로 불러낸 '포켓몬GO'는 분명 젊은 사람들의 취향을 제대로 저격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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