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은, 새해 성장률 전망치, '첫 2%대'…저성장 고착화 인정?

이주열 한국은행 총재(가운데)가 14일 오후 서울 남대문 한국은행 본관에서 열린 ‘최근의 물가안정목표제 운영상황 설명을 위한 기자간담회’ 에 참석해 취재진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사진=황진환 기자)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새해 경제성장률 전망치가 역대 처음으로 2%대로 떨어졌다. 우리경제의 저성장이 고착화되고 있고, 중앙은행도 이를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점에서 주목된다.

한국은행은 14일 '2016년 하반기 경제전망'을 통해 내년에 우리 경제가 2.9% 성장할 것으로 전망했다. 한은이 이듬해의 성장률 전망치를 함께 발표하기 시작한 2009년 이후 3% 아래로 내려간 것은 처음이다.

7월을 기준으로 2009년 3.6%, 2010년 4.5%, 2011년 4.6%, 2012년 3.8%, 2013년 4.0%, 2014년 4.0%, 2015년 3.3%였다.

2009년과 2012년은 3%대 후반이지만 이때는 글로벌금융위기와 남유럽재정위기라는 특별한 변수가 있었다. 2014년까지 위기 시를 제외하면 이듬해 전망치는 항상 4%를 넘겼다.


그러나 2015년에는 특별한 대외충격은 없이 3.3%까지 떨어졌고 급기야 올해는 2%대로 주저앉았다.

오는 10월과 내년 1월에 내년 성장률 전망치를 다시 발표한다. 3분기 이후 경기가 예상보다 호전돼 올해 성장률이 전망치보다 높아지지 않는 한 내년 전망치를 상향 조정하는 것은 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이듬해 성장률 전망치가 2%대로 떨어졌다는 것은 단순한 수치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한은이 2%대 저성장을 사실상 기정사실로 받아들인다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이다.

정부와 우리 사회의 정서에는 우리경제가 적어도 3%대 성장은 고수해야 한다는 일종의 신념이 있다. 이런 이유로 한은이 올 초에 내놓은 올해 성장률 전망치도 다소 무리하게 3%를 유지한 측면이 없지 않다.

전망치를 추산할 때는 심리적 요인과 정책적 판단도 반영하기 때문에 어느 정도의 미세조정은 가능하다. 연초 성장률을 최대한 긍정적으로 전망하는 것이 좋은 예다. 경제에 있어 심리가 미치는 영향이 크고, 기왕이면 한해를 시작하면서 경제주체들에게 희망을 주는 것이 좋기 때문이다.

한은과 정부의 성장률 전망치가 거의 예외 없이 연초에 높았다 연말로 갈수록 낮아지는 '상고하저'를 나타내는 것도 이와 무관하지 않다.

그런데 일종의 마지노선으로 여겨지던 3%대 전망이 이번에 무너졌고, 3%가 갖는 상징적 의미를 한은이 간과했을 것으로 보기 어렵다. 즉 한은이 2%대 성장을 현실로 받아들일 수밖에 없다는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것이다.

그동안 한은은 성장률 전망치가 크게 빚나가는 것에 대한 부담이 컸다. 전망이 틀린 것에 대한 비판여론도 곤혹스럽지만 통화정책은 정확한 전망에 기반하는데 전망이 틀리면 제대로 된 정책도 기대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매년 상고하저가 반복되며 전망치가 틀린 배경에는 정무적 고려로 성장률 전망을 낙관적으로 한 경향과도 무관하지 않다. 이런 점에도 2%대 전망치는 한은이 그동안의 불합리한 관행에서 벗어나겠다는 의지로 읽힐 수도 있다.

이주열 총재는 14일 금융통화위원회 직후 기자간담회에서 "실제 성장률 추이와 잠재성장률이 1대1로 매치되는 것은 아니지만 성장률 하락 추세가 지속되면 잠재성장률(한 나라 경제가 물가상승 등의 부작용 없이 달성할 수 있는 최대 성장률)이 하락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저출산·고령화로 잠재성장률이 계속 하락할 수 있다"며 "생산성 향상을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저성장의 고착화를 경고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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