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글 싣는 순서] |
| ① "한국지엠 정규직, 이번엔 얼마에 파나요?" ② 한국지엠 채용비리는 은밀한 '노·사 담합'의 산물 ③ 민주노총 "부끄럽고 참담…檢, 비리 발본색원해야" |
민주노총인천본부 김창곤 본부장은 13일 CBS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민주노조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져 너무 부끄럽고 참담하다"면서 "노동계와 시민사회에 송구스럽고 죄송하다"고 말했다.
김 본부장은 이어 "한국사회에서 고용불안과 열악한 처우에 시달리고 있는 비정규직 문제는 매우 중요한 사회문제"라며 한국지엠 하청업체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도 겸허하게 머리를 숙였다.
그는 "이번 사건으로 그분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와 실망, 분노, 배신감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며 "진심으로 위로의 말씀을 전한다"고 밝혔다.
김 본부장은 검찰의 철저한 수사도 촉구했다.
그는 "검찰이 칼을 뽑은 만큼 한국지엠의 채용비리와 납품비리를 발본색원한다는 각오로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검찰이 정치적 판단을 앞세워 용두사미식으로 적당히 수사를 마무리하는 것은 결단코 반대한다"고 말했다.
한국지엠 노조도 고통스럽더라도 이번 사건을 자기 혁신의 계기로 삼아 새롭게 거듭나야 한다는 입장도 밝혔다.
김 본부장은 특히 "노조의 채용비리나 납품비리 모두 노무관리 차원에서 사측의 비호 아래 이뤄졌다"면서 "이는 정상적인 노사협상이 아니라 부당한 내부거래를 공모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정규직 채용비리를 근절하기 위해서는 '불법파견' 논란이 끊이지 않는 사내하청제도를 없애고 비정규직을 시간이 걸리더라도 정규직으로 모두 전환시켜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국지엠 고남권 지부장도 성명을 통해 "검찰 수사와 관련해 실망과 분노, 마음의 깊은 상처를 드린 점에 대해 한국지엠을 사랑했던 시민들과 전국의 노동형제들에게 사과드린다"고 밝혔다.
고 지부장은 그러면서 신규 발탁 채용 시 채용 과정의 공정성과 투명성을 확보하는 것을 첫 번째 쇄신 목표로 제시했다.
인천지역 시민사회도 노동조합이 연루된 한국지엠 비리사건과 관련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고 있다.
인천경실련 김송원 사무처장은 "노동조합이 비정규직의 절박한 처지를 이용해 사익을 취했다는 점에서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다"면서 "결국 대기업 노조가 '노동 귀족'이라는 오해를 불러일으킨 꼴이 돼 안타깝다"고 말했다.
김 사무처장은 또 "채용비리는 반드시 근절되고 발본색원해야 하지만 검찰수사가 혹여 노동탄압의 수단으로 변질되는 일이 있어서는 안된다"고 경계했다.
◇ "정규직 노동조합에도 용기가 절실히 필요한 시점"
또 납품비리 전 부사장(55) 등 한국지엠 전·현직 임원 2명과 전 노조 지부장 등 3명을 구속 기소했다.
검찰 관계자는 "청년 고용절벽 해소가 중요한 사회적 과제로 떠오른 상황에서 대기업 고용시장의 곪은 부분을 터트린 것이어서 나름 의미 있는 수사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한국지엠 채용비리와 관련해 보다 근본적인 문제는 비정규직을 무분별하게 양산해낸 정부와 사용자에 있다는 비판도 만만치 않다.
더불어민주당 은수미 전 의원은 "대기업 사내하청 비정규직 문제는 대부분 '불법파견' 가능성이 매우 높다"면서 "대기업들이 직접고용으로 당연히 전환시켜야 하는 자신의 의무를 저버리고 막대한 이윤을 챙기는 것이 더 큰 비리"라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대기업이 자신의 의무를 회피하고 부당한 내부거래로 이 문제를 덮으려고 하는 과정에서 채용비리가 발생할 환경과 여지가 생겨나는 것"이라고 진단했다.
은수미 전 의원은 그러면서 "대기업이 펼치는 의자놀이에서 사라진 의자(일자리)를 함께 찾아오더라도 사회적 약자부터 앉히려는 용기가 정규직 노동조합에도 절실히 필요한 시점"이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대법원은 두 차례나 한국지엠이 불법적으로 파견을 사용한다고 판단했다.
2013년 2월에는 한국지엠 대표이사와 사내 하청업체에 대해 벌금형을 확정했고, 지난달에는 근로자지위확인소송을 한 창원공장 비정규직 노동자들의 손을 들어줬다.
대법원 판결에는 한국지엠이 비정규직의 실질적인 사용자이며 불법적으로 파견노동을 사용했다는 의미가 담겨있다.
하지만, 한국지엠은 여전히 '모르쇠'로 일관하며 비정규직 노동자들과의 교섭조차 거부하고 있다.
국민의당 인천시당 변한오 정책실장은 "이번 사건이 노조에 대한 비난으로 끝나지 않고 '동일노동, 동일임금'이라는 당연한 고용체계를 구축하는 방향으로 우리 사회가 지혜를 모아야 한다"고 말했다.
다음은 민주노총인천본부 김창곤 본부장과의 일문일답이다.
| 민주노총인천본부 김창곤 본부장과의 일문일답 |
| ◆ 이번 사태에 대한 심경? =. 민주노조에서 있어서는 안 될 일이 벌어져 국민 여러분들께 송구한 마음이다. 정말 죄송 하다는 이야기밖에는 부끄럽고 창피해서 더 이야기를 못 드리겠다. ◆ 검찰 수사에 대한 입장은? =. 현장에서는 오래 전부터 ‘채용비리’와 관련된 추측과 소문이 무성했다. 그런데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지면서 ‘결국 터질 게 터졌구나’하는 인식이 퍼져있다. 나도 한국지엠에 몸담고 있는 사람으로서 ‘이런 문제가 언젠가는 터질 건데 쉽게 밝혀지지는 않을 것’이라는 안이한 인식을 가지고 있었다. 그만큼 충격이 컸다. 오히려 이런 위기가 노조의 헌신성 정직성을 회복하는 절호의 기회가 될 수도 있다. 불.명예스럽고 부끄럽고 송구하지만 일련의 과정을 잘 극복하면 노조가 새롭게 거듭날 수 있다. ◆ 철저한 수사가 필요하다고 보는 건가? =. 동료와 연루된 문제여서 조심스럽다. 한편으로는 그들도 하나의 희생자라는 생각도 든다. 하지만 검찰수사가 미진하거나 정치적 판단으로 어영부영하다 끝나는 것은 결단코 반대한다. 검찰이 부정부패와 비리를 철저히 발본색원하는 모습을 보여주어야 한다. 어설픈 수사로 뿌리도 뽑지 못하고 끝나지는 않을까 우려스러운 측면도 있다. ◆ 채용비리가 한국지엠에는 어떤 악영향을 끼쳤다고 보나? =. 발탁채용은 정말 부끄럽고 벌어지면 안 될 일이었다. 한국사회의 비정규직 문제는 엄청난 사회적 문제이기도 하다. 특히 다른 단위도 아니고 약자인 비정규직 노동자를 상대로 발탁채용을 미끼로 금품을 수수하거나 자신의 이익을 챙긴 행태는 용납할 수 업다. 민주노조 사업장에서 이런 일이 벌어지면 기업 이미지는 물론 노조 이미지까지도 한꺼번에 다 먹칠하게 된다. 하지만, 발탁채용 비리와 관련해 회사도 분명히 책임이 있다는 점을 지적하고 싶다. 최종 인사권이 있는 회사의 비호 없이는 가능하지 않은 일이다. 사측이 노무관리 측면에서 자신들에게 적당히 말 잘 듣는 우호적인 노조 간부에게 발탁채용 권한을 넘겨주고 이를 노무관리의 수단으로 활용했다고 본다. ◆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 그 분들이 받았을 마음의 상처와 실망, 분노, 배신감 등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다. 진심으로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린다. 부정은 또 다른 부정을 낳고 그 과정에서 광범위한 피해가 발생한다. 힘들더라도 스스로 이런 부당함에 맞서 싸워야한다. 비정규직 문제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기 위해서는 편법을 활용할 것이 아니라 정공법을 써야 한다. 채용에 있어서는 누구에게나 공정한 기회가 주어져야 한다. 백이나 회사 내 힘 있는 지인, 노조간부 등을 통해 편법으로 정규직으로 진입하려 한다면 제2의 채용비리가 또 벌어질 것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편법이 아닌 정공법으로 정규직 취업과 자신들의 권리를 쟁취해야 한다. 정규직 노동자들도 관망만 하지 말아야 한다. 비정규직 문제는 동생이나 아들, 조카 등 여러 형태의 친인척 관계로 얽혀있는 만큼 정규직도 이 문제 해결을 위해 적극적으로 연대하고 결합해야 한다. 특히 현장조합원들은 ‘발탁채용은 내 자녀의 문제’라고 생각해 부정부패에 대해심각하게 인식하지 않고 너그럽게 받아들이는 경향이 있다. 나도 내 아이가 현장에 취직해야 하는 나이가 돼 고민스럽다. 나도 성인군자가 아닌 이상 내 아이가 좋은 직장에 다니기를 기대하지만, 너나나나 모두 힘을 악용하면 우리 사회는 더 이상 희망이 없다. 우리 아이들이 대기업이 아닌 중소사업장에서도 일한만큼 적절한 대우를 받도록 구조를 바꿔야 정규직 채용비리가 사라질 것이다. 중소사업장의 처우가 열악해 지원을 회피하는 것이 현실이다. 우리처럼 사회가 양극화된 나라도 없다. 국가와 지방자치단체가 정책적으로 양극화 해소를 위해 노력하지 않는다면 한국지엠 비리는 다른 사업장에서 또 터질 가능성이 높다. ◆ 앞으로 발탁채용제도를 어떻게 개혁할 건가? =. 예전과 달리 쉬운 문제는 아니다. 과거에는 비정규직이 많지 않았고 발탁채용 개념도 없었지만 지금은 발탁채용은 노무관리의 한 측면으로 말 잘 듣는 노동자들을 줄 세운다는 개념이다. 발탁채용은 낙타가 바늘구멍을 통과하는 것처럼 어렵다. 열악한 조건에 처한 비정규직은 줄을 서서 하늘에서 사다리가 내려오기만을 기다리지만, 결국 절망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그렇다고 발탁채용을 없애는 것만이 해결책이 될 수는 없다. 물론 공개적인 채용제도 도입 필요성도 검토해야 한다. 하지만 근본적인 사회시스템의 변화가 있어야 한다. 사실 사내하청은 대부분 불법파견이다. 현대차나 한국지엠이 2년 이상 된 파견근로자들을 모두 정규직으로 전환해야 하지만 안하고 버티고 있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사내하청제도를 없애고 파견근로자들을 정규직으로 전화시키면 채용비리는 사라질 것이다. ◆ 비정규직노조에게 발탁채용의 권한을 주는 것은 어떤가? =. 좋을 방법일 수는 있지만 또 다른 권력이 생긴다는 점에서 근본적인 해결책은 아니다. 누군가 권한 생기면 이를 악용할 수 있다. 발탁채용을 투명하게 하는 게 좋다. 체력과 기능, 학업 성적 등 평가 기준을 명확히 공개하고 최소한 어떤 이유로 정규직으로 발탁했는지를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 사측이 발탁채용을 노무관리 수단으로 활용한다는 게 무슨 의미인가? =. 사내하청 비정규직 노동자들 가운데 상당수가 기존 정규직 직원들과 연계돼 있다. 조카든 자식이든 말이다. 누군가를 정규직으로 채용시키려면 회사에게 잘 보여야 하는 구조가 결국 채용비리를 불러온 것이다. 회사가 이런 구조를 오히려 악용한 거다. 노사가 연루된 리베이트 납품비리도 비슷한 개념이다. 회사는 노무관리 측면에서 ‘납품’와 ‘발탁채용’에서 노조에게 일정정도 권한을 주고 이를 활용해 노조 간부를 관리한다. 노조 간부도 이를 통해 부당이익을 취하는 먹이사슬이 형성되는 것이다. 이런 먹이사슬을 과감히 깨야 회사도 근본적으로 변할 수 있다. 물론 노사 협상은 필요하다. 하지만 부당 이득은 논하는 것은 협상이 아니라 노사 간의 공모일 뿐이다. 채용과 납품과정을 투명하게 혁신하지 않으면 시장에서 호평을 받고 있는 지엠 차량에 대한 소비자의 신뢰도 한방에 무너질 수 있다. 회사도 뼈를 깎는 자기혁신이 일어나야 시장에서 외면 받지 않을 것이다. 노조도 이번 일을 계기로 자기혁신에 나서면 조합원들의 신뢰를 회복하고 국민들로부터도 다시 사랑을 받을 수 있다. 노사가 이번 기회를 잘 활용해 위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가야한다. ◆ 현장조직들에 대한 비판에 대해서는? 현장조직은 필요하다. 노조 집행부는 1만5천명 조합원들을 대표해야 한다. 그만큼 훈련과 준비가 돼있어야 하기 때문에 현장 활동은 긍정적으로 바라봐야 한다. 하지만 노조 집행 권력의 힘을 남용하거나 오용해 부당이득을 취하고 납품비리와 채용비리로 이어진다면 그런 현장 노동활동은 차라리 안하는 게 낫다. 노동운동의 순기능을 항상 염두에 두고 집행권력 장악을 위한 활동으로 발전해 나가는 것이 맞다. 여러 현장조직들도 이번 비리사건에 대해 모두 자유롭지 못하다. 각 현장조직이 노조의 혁신과정에 모두 지혜를 모아 함께 책임을 져야 한다. 이번 비리사건에 연루가 안 돼 억울한 현장조직들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45년 노조 역사 속에서 각각의 현장 조직 모두 역할과 책임이 있는 것이다. 각 현장조직이 ‘개혁’을 위해 이런 비리를 먼저 알아내고 폭로했다면 지금처럼 처참한 일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모두 연대의식을 가지고 함께 혁신안을 만들어가야 한다. ◆ 마지막으로 강조하고 싶은 것은? 다시 강조하고 싶은 것은 채용과 납품비리 문제에 대해 검찰수사가 어영부영 끝나는 것은 결단코 반대한다는 것이다. 이번 기회에 발본색원하지 않으면 다른 사업장에서 또 같은 문제가 생길지 모른다. 민주노조에서 있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고 검찰도 칼을 뽑은 만큼 누가 보더라도 비리의 근본문제가 제거됐다고 인정할 만큼 철저히 수사해야 한다. 이번 수사가 용두사미로 끝난다면 검찰이 수고를 해놓고도 글로벌 기업을 위한 정치적 판단으로 변죽만 울렸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 <끝>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