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우조선해양의 5조 원대 분식회계 사기는 경영진의 관여 하에 회사 차원에서 조직적으로 이뤄진 범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대검찰청 부패범죄특별수사단(단장 김기동 검사장)은 14일 대우조선 재무총괄담당 부사장(CFO)을 지냈던 김 모(61) 씨를 특정경제범죄가중처벌법상 사기 등 혐의로 구속기소하면서 회계조작 수법을 공개했다.
대우조선은 해마다 4월쯤 대주주인 산업은행과 양해각서(MOU)를 체결해 경영실적 평가를 받아왔다. MOU에서 정한 목표치를 달성하지 못하면 임원은 성과급을 받을 수 없고, 직원들도 기본급을 토해내거나 구조조정 등의 불이익을 받는 구조였다.
대우조선 임직원들은 검찰 조사에서 이런 점을 우려해 "허위 공시를 하게 됐다"고 진술했다. 이들은 목표치에 부합하는 시뮬레이션 결과가 나올 때까지 숫자를 계속 대입해보는 방식으로 공사원가를 조작한 것으로 나타났다.
공사원가에 따라 회계장부를 작성한 것이 아니라, 회계장부를 미리 만들어놓고 그에 맞게 공사 원가를 짜맞추는 식이었다.
이와 함께 임직원들은 해양플랜트와 선박, 특수선 등 프로젝트의 예정 원가를 일부러 낮추거나 매출액을 부풀리는 방식으로 회계 부정을 저지른 것으로 드러났다.
검찰 관계자는 "대우조선은 어떤 과실 때문에 회계 오류가 있었을 뿐이라는 입장이었는데 이번 수사 과정에서 회계사기를 다 인정했다"면서 "그것이 회계사기인지 모른다는 분은 고재호(61·구속) 전 사장 한 명뿐"이라고 말했다.
이번에 검찰이 분식회계를 밝혀낸 시기는 2012년부터 2014년까지 3년 간 회계연도다. 고 전 사장이 대표이사를 지내고, 김 전 부사장이 재무를 총괄하던 시기다.
이 기간 동안 대우조선 임직원들이 저지른 회계사기는 순자산 누적기준으로 5조 7000억 원에 달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조작된 영업이익만 2조 7000억 원에 달했다.
지난 2013년의 경우 실제로는 8400억여 원의 적자가 발생했지만, 재무제표상으로는 4200억여 원의 흑자가 난 것으로 공시했다.
검찰은 지난 2008년 리먼 브라더스 사태 등 세계적인 불황이 찾아오면서 선박 수요가 급감하고 국내 조선업체 간 경쟁이 과열되자 대우조선해양이 저가 수주에 뛰어든 것이 회계사기의 발단이 됐다고 진단했다.
사업 진행 과정에서 공사원가가 크게 늘어나면서 손실은 계속 발생하는데 장기매출채권의 부담까지 떠안게 되자 이를 숨기기 위해 분식회계를 저지르게 됐다는 것이다.
검찰 관계자는 "김 전 부사장의 다른 혐의에 대해서는 추후 더 조사한 뒤 고 전 사장을 기소할 때 함께 처리할 방침"이라며 "남상태 전 사장 재직 시절 벌어진 회계사기는 분석 대상이 방대해 다소 시간이 걸릴 예정"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