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변이었다.
김우진은 세계 최고의 궁사였다.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에서 2관왕에 올랐고, 이듬해 세계선수권에서도 2관왕을 차지했다. 2년 연속 대한양궁협회 최우수선수로도 선정됐다.
그런 김우진이 탈락했다. 당시 80점 만점인 선발 기준에서 김우진은 김법민에 5점 뒤진 40점에 그쳤다. 20점씩 주어지는 1~2차 월드컵에서는 30점을 얻었지만, 국내 선발전에서 10점밖에 얻지 못했다. 눈앞에서 놓친 올림픽 출전. 김우진은 활을 쏘는 것조차 싫어질 정도로 슬럼프를 겪었다.
김우진은 "4등으로 탈락한 뒤 조금 힘들었다. 슬럼프도 찾아왔다. 전국체전을 나갔는데 60명 중 55등을 하는 상황까지 갔다"면서 "그 때 '아! 내가 대표팀에 다시 들어갈 수 있을까'하는 생각도 들었다. 자괴감과 슬럼프로 활 쏘기가 싫었다"고 털어놨다.
하지만 팀 동료들이 김우진을 슬럼프에서 구했다.
김우진은 "팀에서 같이 운동을 하면서 느꼈는데 다들 너무 열심히 하더라"면서 "그런 걸 보면서 다시 열심히 한다면 올라갈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동기부여가 됐다"고 설명했다.
4년 전 아픔은 부담에서 왔다. 김우진은 "다시 분석해보니까 부담감, 욕심, 자만, 집착이 많이 떠올랐다. 그런 면을 최대한 줄이면서 리우 올림픽을 준비했던 것이 올림픽에 나갈 수 있는 원동력이 됐다"고 말했다.
사실 양궁이라는 종목이 그렇다. 올림픽 출전은 곧 금메달이라는 국민들의 생각 때문에 부담감이 크다. 그 부담감을 얼마나 이겨내느냐에 메달 색깔이 결정된다.
김우진은 "부담이 없다면 거짓말이다. 올림픽에서 양궁은 항상 잘해왔고, 국민들의 믿음도 있어서 부담이 된다"면서 "런던 올림픽을 준비하면서 깨달았다. 부담감, 욕심은 경기력을 깎아먹는다. 부담을 가질 수록 활을 쏘는 게 소심해지고, 망설여진다. 후회 없는 경기를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그동안 대표팀에서 막내였던 김우진이지만, 리우 올림픽에서는 주장을 맡았다. 구본찬과 1살 차, 이승윤과 3살 차 맏형이다. 개인전도 욕심이 나겠지만, 일단 단체전에 더 초점을 맞추는 이유다.
김우진은 "단체전에 포커스를 맞춰 준비하고 있다. 셋이 고르게 다 잘해야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는 경기"라면서 "선수들 화합도 잘 되고, 응집력도 좋아서 좋은 결과가 있을 것 같다. 연령대가 낮아져서 좋은 점은 허물 없는 사이라는 점이다. 편하게 이야기하면서 믿음이 쌓이고, 응집력이 좋아진다. 단체전에서 좋은 점"이라고 말했다.
◇브라질 환경·세트제 변수 "카멜레온처럼"
리우 올림픽의 가장 큰 변수는 역시 환경이다.
대한양궁협회에서도 많은 준비를 했다. 리우 올림픽 경기장과 똑같은 무대를 태릉선수촌에 설치했다. 신호기를 비롯해 전광판, 득점판, 풍향기 등 모든 시스템을 리우에 맞췄다. 세계양궁연맹에서 대회에서 사용하는 음악이나 슛오프 때 심장 뛰는 소리 등도 준비했다. 브라질의 겨울 날씨를 감안해 라이트도 가동했다.
김우진은 "브라질은 겨울이라 해가 빨리 져서 라이트르를 켠다. 라이트 적응 훈련도 했고, 리우와 똑같이 무대 세팅을 해 흡사한 느낌이 든다. 경기장에 들어가면 어떻게 해야 할지 많이 연습하고 있다"면서 "기후적인 면에서 변수가 생길 수도 있지만, 그런 변수에 대해 미리 경험하고 간다"고 말했다.
또 다른 변수는 세트제다. 리우 올림픽에서는 이미 세트제가 도입된 개인전뿐 아니라 단체전도 세트제로 치러진다. 한국을 견제하기 위한 제도다.
김우진은 "2010년 광저우 아시안게임 이후 개인전도 세트제, 2012년 런던 올림픽 이후 단체전도 세트제로 바뀌었다. 그만큼 외국 선수들의 견제가 심하다"면서 "변화된 환경에 적응해야 한다. 카멜레온이 색을 바꾸는 것처럼 우리도 바뀐 룰에 더 맞게 준비하고, 연습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