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THAAD·사드)가 경북 성주군에 배치하기로 결정되자 김항곤 군수를 비롯한 성주 군민 220여 명이 13일 국방부를 찾았다.
이들은 45인승 버스 5대에 나눠 타 이날 오후 4시쯤 서울 용산구 국방부 청사 옆 국방컨벤션을 방문해 정부가 사드배치 지역으로 성주를 택한 데 항의했다.
김 군수와 '사드 성주배치 반대 범군민 비상대책위원회' 군민들은 '사드 결사반대', '청정지역 성주'라고 적힌 머리띠와 어깨띠를 두르고 항의 기자회견을 열었다.
김 군수는 "성주를 담보로 대한민국 안보를 지키란 것인가"라고 말하면서 정부가 사드배치에 대한 결정을 철회할 것을 주장했다.
오후 4시 40분, 기자회견을 마친 이들은 국방컨벤션 안에 마련된 사드배치 설명회장으로 이동했다.
하지만 한민구 국방부 장관이 참석하지 않은 데 문제의식을 느낀 군민들은 설명회를 거부했다. 한 군민은 "사드배치에 도장을 찍은 장관이 직접 나와야 맞지 않겠느냐"면서 피고 있던 담배를 땅에 던지기도 했다.
이날 경찰은 잇단 사드배치 항의 집회에 대비해 모두 560명의 인원을 동원해 돌발 상황에 대비했다.
대기하는 과정에서 작은 충돌도 발생했다.
기다리다 지친 군민 10여 명이 직접 정부관계자를 만나기 위해 국방컨벤션 위층으로 이동하려고하자 대기하고 있던 경찰 50여 명이 이를 제지했다. 이 과정에서 고성과 욕설이 오고갔지만 "물리적인 충돌은 절대 불가하니 일단 차분히 기다리자"는 군민 내 자성의 목소리가 나와 큰 충돌로 번지진 않았다.
설명회장으로 돌아온 군민들 200여 명은 '사드배치, 웬말이냐', '한민구 장관 규탄한다' 등의 구호를 외치며 한 장관을 기다렸다. 한 군민은 "왜 성주와 같은 청정지역에 사드가 배치돼야 하는지 장관에게 정말 묻고 싶다"며 목소리를 높였다.
이재복(76) 비대위원장은 "우리는 국가 결정에 무조건 반대하는 것이 아니다"라면서 "결정 과정에서 정부가 군민이나 군수와 단 한 번의 상의도 없이 졸속으로 결정한 데 분노하고 있는 것"이라고 토로했다.
오후 6시 30분, 황인무 국방부 차관이 국방부를 찾았다. 그는 성주에 직접 가 소상한 내용을 전하지 못한 부분에 대해 사과의 뜻을 표하고 군민들 앞에 고개를 숙였다.
하지만 이어서 오후에 하지 못했던 사드배치 경과보고가 이어지자 다시 군민들의 고성이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고성이 오가는 사이 황 차관이 퇴장하고 경북 고령·성주·칠곡군을 지역구로 하는 새누리당 이완영 의원이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이 "오늘 여러분과 함께 있겠다"면서 "향후 있을 삭발식에도 동참하겠다"고 말하자 군민들은 하나같이 박수를 쳤다.
오후 7시가 되자 국방부에서 군민들을 위한 이동식 밥차를 준비했다. 하지만 군민들은 "국방부에서 준 밥차는커녕 이들이 준 물 한 모금도 마시지 않겠다"고 외친 뒤 밖으로 나가 다시 시위를 시작했다.
군민들은 국방컨벤션 앞 마당에서 '경청하라', '한민구는 사죄하라', '성주에서 철회하라' 등의 구호를 외치며 경찰과 대치했다.
밤 9시 10분, 한 장관이 국방컨벤션에 도착했다는 소식이 들려오자 '일방적인 사드배치 강력히 규탄한다', '청정지역 사드배치 결사 저지한다' 등의 구호 소리가 세미나실 안을 가득 메웠다.
한 장관은 "사전에 군민들과 미리 협의하지 못한 점에 대해 사과한다"면서 "사드는 절대 (전자파 발생) 문제가 있는 무기체계가 아니다"라고 거듭 말했다. 이어서 그는 "군민들이 믿지 못한다면 자신이 직접 X-밴드 레이더 앞에 설 준비도 돼 있다"고 밝히기도 했다.
하지만 김 군수를 포함한 군민들은 정부가 13일 오후 3시 급작스럽게 성주를 배치지역으로 선정한 데 여전히 납득이 가지 않는다면서 평가기준을 공개할 것을 촉구했다. 이에 한 장관은 조만간 경북 성주군을 방문해 군민들 앞에서 선정 기준에 대해 소상히 설명하고 환경영향평가도 실시할 것을 약속했다.
이날 항의집회는 밤 11시 30분이 넘어서야 마무리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