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시즌 FC서울은 그야말로 ‘우승 후보’다운 위용을 뽐냈다. K리그 클래식 개막에 앞서 아시아축구연맹(AFC) 챔피언스리그부터 무서운 화력을 선보였고, 이 기세는 K리그 클래식과 FA컵에서도 이어졌다. 덕분에 지난 수년간 지긋지긋한 꼬리표 같았던 ‘슬로우 스타터’라는 꼬리표도 완전히 떨쳐낼 수 있었다.
최용수 감독 체제로 리그와 FA컵 AFC 챔피언스리그까지 25경기에서 16승4무5패의 뛰어난 성적을 거뒀다. K리그 클래식에서는 ‘1강’ 전북을 위협할 우승 후보로 확실한 입지를 구축했고, FA컵도 8강에 진출하며 2년 연속 우승의 기대감을 이어갔다. AFC 챔피언스리그 역시 8강에 올라 계속해서 우승 문턱에서 주저앉았던 아쉬움을 씻을 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서울이 달라졌다. 지난 6월 최용수 감독이 중국 슈퍼리그 장쑤 쑤닝으로 옮기고, 황선홍 감독이 지휘봉을 물려받은 서울은 시즌 초반의 위력적인 모습을 전혀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최용수 감독이 떠나고 4경기서 1무3패로 무기력한 성적에 그치고 있다.
올 시즌 처음으로 리그 3연패를 맛봤고, 네 번째 경기였던 지난 9일 울산전에서 득점 없이 비겨 황선홍 감독 체제로 첫 승점을 손에 넣었다. 아직은 모든 것이 낯설다는 ‘서울 감독’ 황선홍의 서울 첫 승은 예상과 달리 쉽게 얻어지지 않았다.
13일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전남 드래곤즈와 ‘2016 KEB 하나은행 FA컵’ 8강도 마찬가지였다. 지난 4월 K리그 클래식 4라운드에서 맞붙어 2-1로 승리했던 전남을 맞이한 서울이지만 상대를 압도하는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전남이 좀처럼 최전방까지 공을 배달하지 못하는 사이 서울은 계속해서 상대 문전까지 위협적인 상황을 이어갔다. 하지만 서울 역시 확실한 마무리를 짓지 못하며 후반 중반까지 지루한 0-0의 균형이 계속됐다. 서울의 슈팅이 계속해서 전남의 골문을 향했지만 간발의 차가 아쉬웠다.
결국 황선홍 감독은 후반 17분 조찬호를 빼고 데얀을 투입하는 승부수를 던졌다. 이어 윤일록, 박주영이 그라운드를 밟으며 승리를 향한 분명한 의지를 선보였지만 전남 골키퍼 이호승의 연이은 선방에 막혀 0-0으로 전후반 90분 경기를 마쳤다. 30분의 연장전도 소용이 없었다.
결국 승부차기까지 간 서울이지만 '승부차기의 신' 유상훈이 버틴 만큼 또 한 번 귀중한 승리를 손에 넣었다. 양 팀 모두 세 번째 키커까지 모두 성공한 가운데 전남은 네 번째 키커 유고비치가 때린 슛이 골대 위로 벗어났고, 다섯 번째 키커 안용우의 슛은 서울 골키퍼 유상훈의 선방에 막혔다. 서울은 최용수 감독이 떠나고 5경기 만에 고대했던 승리를 얻었고, 황선홍 감독은 서울 부임 후 4경기 만에 활짝 웃을 수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