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 군은 "밴드가 나왔다고 선생님께 말했는데 '밥에 문제 있으면 반찬만 먹어라'고 하셨다"면서 "부실한 반찬으로 허기만 달랬더니 배가 많이 고팠다"고 말했다.
주변 학교에 급식 관리 노하우를 전파해주는 영양사까지 둔 K 중학교에서 불량 급식 문제가 계속되자 학생과 학부모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교육당국의 안일한 대응이 화를 키우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 부실한 메뉴…김치도 못 먹을 정도
학생들은 학교 급식의 부실한 메뉴에 가장 큰 불만을 갖고 있었다. A 군의 친구인 B 군은 "식단도 단순하고 먹을 게 별로 없었다"면서 "김치는 쓰레기 수준으로 손도 못 댈 정도"라고 말했다.
잊을만하면 불거지는 이물질 검출도 입맛을 떨어뜨리고 있다고 한다. C 군은 "학기 초인 3월 달에 국에서 똥파리 같은 것이 발견됐다"면서 "위생 상태가 엉망이라는 건데 그 다음부터 국을 잘 먹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이에 대해 한 학부모는 성장기 아이들이 급식을 통해 영양을 제대로 섭취하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 사각지대에 놓인 급식 관리
위생 관리가 엉망인 데는 허술한 급식 배급 체계도 한몫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K 중학교에서 학생들은 교실에서 급식을 먹고, 교사들은 교직원 전용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할 때가 많았다. 대신 각 층마다 조리를 담당하는 관리자를 한 명씩 뒀다.
하지만 조리사 혼자서 한 층에 있는 모든 학급을 돌면서 급식지도를 하기란 물리적으로 불가능하다. 사실상 학생들이 방치된 것이나 마찬가지다.
실제 CBS노컷뉴스 취재진이 접촉한 학교관계자들조차 학교에서 제대로 배식 관리가 되지 않고 있다고 인정했다. 한 관계자는 "교실이 아니라 식당에서 배식을 했다면 이물질이 나와도 선생이나 관리자들이 재빨리 대처할 수 있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서울시교육청에 따르면, 강서구와 양천구에 있는 초·중·고 145개 학교 중 56곳에선 지금도 학생들이 직접 교실에서 급식을 배식하고 있다.
교육청관계자는 "전용 식당의 필요성을 인지하고 있지만 매년 예산 우선순위에서 밀려 식당 증·건축에 어려움이 있다"고 전했다.
◇ 학교 급식 불안 키우는 안일한 대응도 문제
하지만 D씨가 운영하는 급식에서 파리와 일회용 밴드가 나왔다.
K 중학교는 사태에 대해 안일한 모습을 보였다.
급식에 파리가 나왔을 때 학교 측은 "국을 푸다보면 충분히 들어갈 수도 있는 것"이라며 별다른 문제가 아니라는 식으로 무마했다. 밴드가 나왔을 때 학교는 하루가 지나서야 학생들에게 사죄의 의미로 떡을 나눠줬다.
학교는 이물질이 검출된 지 1주일이 지나서야 학생과 학부모에게 사과하는 내용의 가정통신문을 냈다. 학부모가 교육청에 거듭 사과를 요구한데 따른 것이다.
서울대 윤지현 식품영양학과 교수는 "미국에서는 학교에 식당이 없으면 체육관에서 학생들을 모아 식사지도를 한다"면서 "저학년일수록 이물질이 목에 걸리는 등 위험에 노출될 수 있으니 학생들은 조리사와 선생의 관리 아래에서 식사를 해야한다"고 조언했다.
학생들이 안심하고 급식을 먹을 수 있도록 교육당국이 책임감을 가지고 대책을 강구해야한다는 지적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