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지난 8일 전격적으로 사드 도입을 발표한 이래 더민주는 청와대의 일방적 도입 등 절차상 문제점에 대해서는 비판하면서도 사드 도입 자체에 대한 찬·반 여부에 대해서는 말을 아꼈다.
섣불리 사드 도입에 대한 찬·반 입장을 공식화 할 경우 내년 대선을 앞두고 안보논리를 앞세운 보수층으로부터 역공을 당하는 등 득보다 실이 많아질 수 있다는 당 지도부의 판단을 근거로 ‘전략적 모호함’을 앞세운 것이다.
하지만 소속 의원들의 의견을 청취한 12일 의원간담회를 기점으로 ‘사드 반대’를 당의 입장으로 공론화 해야 한다는 당내 목소리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이 날 간담회에서는 사드 반대 입장을 표명한 의원들 비중이 두 배 이상 정도로 많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첫 테이프는 고(故) 김근태 전 상임고문계가 주축을 이룬 민주평화국민연대(민평련)이 끊었다.
이인영, 우원식, 유은혜, 유승희, 설훈 의원 등 민평련 소속 전·현직 의원들은 13일 국회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사드 배치를 반대한다는 내용의 성명서를 발표했다.
이들은 ▶ 사드 배치를 빙자한 북한의 추가적 무력도발 ▶ 중국·러시아의 비협조로 인한 북핵 문제 해결 국제공조의 약화 ▶ 동북아 군비경쟁과 군사대립의 격화 등의 이유를 반대 근거로 내세웠다.
또 사드 배치 원점 재검토와 더불어 결정 과정의 문제점을 점검하기 위한 국회 청문회 개최, 한·중 관계 악화에 따른 경제적 파장에 대한 대응 방안 마련 등을 요구했다.
의원들은 요구가 수용되지 않을 경우 "정기국회 예산 편성에서 사드 관련 예산은 반영하지 않겠다"고 경고하고 “의원총회를 열어 당의 입장을 밝혀야 한다”며 당지도부를 압박했다.
‘사드 반대’가 단순히 정치적 선언에 그치지 않고 실효성을 갖도록 행동에 나서겠다는 뜻으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더민주 내에서도 비교적 온건, 합리 성향으로 평가받던 민평련이 사드 반대 공론화를 강하게 주장하고 나온 만큼 지도부의 ‘전략적 모호함’에 대한 당내 비판적 목소리가 만만치 않음을 짐작할 수 있다.
문 전 대표는 "국익의 관점에서 볼 때 득보다 실이 더 많은 결정"이라면서, "도대체 왜 이렇게 성급하게 졸속으로 결정을 서두르는 것인지 이해하기 힘들다"고 정부 결정을 비판했다.
또 국회 동의 절차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한편 “주한미군지위협정(SOFA)때문에 정부 간 합의로만 가능하다고 주장한다면, 국회는 차제에 SOFA 협정의 개정 문제를 검토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문 전 대표측 관계자는 “문 전 대표가 오늘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해 입장을 표명하게 된 것은, 더 이상 이 문제로 국론이 분열되어서는 안 되겠다는 위기감 속에서 여야가 종합적 위기관리방안에 초당적으로 힘을 모아야 한다는 판단을 했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당 지도부와 사드 문제를 놓고 각을 세우는 모양새가 되는 것을 최대한 피하면서도 ‘할 말은 하겠다’는 의지를 표명한 셈이다.
국회 외교통상위원회를 이끌고 있는 더민주 심재권 위원장도 의원총회를 열어 사드 반대 입장을 공론화 해야한다고 강조했다.
심 위원장은 CBS와 전화통화에서 “국민들이 기대를 걸고 권력을 위임해 줬는데 이렇게 중요한 국가 현안에 대해서 ‘전략적 모호...’ 이런 말을 해서는 안된다”며 “저는 우리 당의 당론이 없는 것처럼 보도되는 것에 대해서 의아했다”고 지적했다.
‘사드 반대’를 반드시 한·미 관계 악화로 볼 필요가 없다는 의견도 내놨다.
그는 “미국도 지금 북핵을 막자고 저러고 있는 것”이라며 “북한 미사일에 대해서 좀더 효율적인 방어체제 갖추고 중국, 러시아도 대북제재를 충실히 이끌도록 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더민주 비상대책위원회는 이날 “사드 배치 문제에 대한 지속적인 논의와 대책 마련을 위해 원내에 기구를 설치하겠다”며 당내 사드 관련 논의를 계속 지속해 나가겠다는 뜻을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