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뛰고 싶었어요" 절실함이 가득한 박신자컵

박신자컵 첫 경기에서 하나은행을 상대로 23점을 올린 삼성생명 유승희. (사진=WKBL 제공)
12일 아산 이순신체육관에서 시작된 '2016 우리은행 박신자컵 서머리그'.

그동안 기회를 얻지 못한 젊은 유망주들을 위한 대회다. 각 팀은 만 30세 이상 베테랑 선수 3명을 제외하고 출전한다. 팀 구성원을 채우기 위해 30세 미만의 국가대표 선수들도 포함됐지만, 감독 역할을 맡은 6개 구단 코치들은 이들을 벤치에만 앉히거나 출전 시간을 제한했다.

물론 시즌과 같은 스포트라이트는 없다. 무료 입장이지만, 경기장을 찾은 관중도 대부분이 관계자였다.

하지만 코트를 누비는 선수들은 어느 때보다 진지했다.

유망주들에게는 서머리그가 기회의 장이다. 깜짝 활약을 펼친다고 당장 주전으로 도약할 수있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서머리그에서 눈도장을 받아야 시즌 중에도 코트를 밟을 수 있는 기회가 주어진다. 프로 입단 6년차 이상에게도 서머리그는 한 단계 성장할 수 있는 발판이다.

◇늘어난 출전 시간에 기록도 업그레이드


출전 시간이 늘면서 기량을 발휘할 기회도 많아졌다. 무엇보다 주축 선수들이 빠진 터라 공격에도 적극적이었다.

하나은행 백지은은 34분39초를 뛰면서 19점 13리바운드를 기록했다. 스포트라이트는 23점을 넣은 강이슬이 받았지만, 하나은행 승리의 일등공신이었다. 삼성생명 유승희도 팀 패배로 빛은 바랬지만, 23점을 올렸다. 3점슛도 7개 중 4개를 림에 꽂았다.

KB스타즈는 백업 멤버들이 고른 활약을 펼쳤다. 김민정이 3쿼터까지 23분45초만 뛰고도 17점을 올렸고, 김가은도 26분을 소화하며 12점을 기록했다. 김현아, 김한비도 8점씩을 보탰다. 신한은행도 35점 차로 완패했지만, 박혜미의 16점 활약이 위안거리였다.

KDB생명도 노현지가 17점, 진안이 13점, 김소담이 12점을 올리면서 우리은행을 격파했다.

KB스타즈 김가은. (사진=WKBL 제공)
◇"정말 뛰고 싶었어요"

운동 선수는 경기에 나서는 것이 가장 큰 행복이다. 경기에 나서야 프로의 상징인 연봉도 올라간다. 하지만 백업 선수들은 기회를 잡기 쉽지 않다. 조금 몸이 풀릴 때면 다시 교체되는 경우가 잦다. 그래서 더 뛰고 싶고, 더 많이 뛰어서 기량을 보여주고 싶은 것이 솔직한 마음이다.

KB스타즈 김가은은 "매년 컵대회에서 출전 시간이 많고, 시즌 때는 적다"면서 "올해는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계속해서 "시즌 때도 뛰고 싶다는 생각을 정말 많이 했다. 특히 지난 시즌에는 간절하게 연습을 했는데 똑같았다"면서 "그렇다고 특별히 다르게 생각하지 않으려 한다. 다르게 생각하면 부담이 생긴다. 원래 컵대회에 많이 뛰는 선수라는 생각으로 뛴다"고 덧붙였다.

KDB생명 노현지도 "아무래도 출전 시간이 많아지면 코칭스태프가 나를 믿고 뛰게 해준다는 생각이 든다"면서 "그래서 더 자신감을 가지고 뛸 수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물론 서머리그 활약이 곧 시즌까지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이미 주전들이 있기에 출전 시간은 다시 줄어들기 마련이다. 하지만 35경기를 치르다보면 분명 기회는 찾아온다. 기회를 잡느냐, 못 잡느냐에 따라 팀 성적까지 좌우된다.

하나은행 이환우 코치는 "이런 선수들이 성장해야 후반기 팀 운영에 도움이 된다"고 말했고, KB스타즈 진경석 코치도 "컵대회에 뛰는 선수들이 한 단계씩 올라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분명 서머리그에 스포트라이트는 없다. 하지만 절실함은 가득하다. 언젠가는 스포트라이트를 받기 위한 백업 선수들의 절실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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