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인적으로 구구절절한 사연이 없다 손 치더라도, 그 장소는 소설을 읽었다는 자체만으로도 특별한 공간이 되어버린다.
사건이나 주인공의 감정에 '공감' 혹은 '동화'되는 화학적 반응 덕분인데, 인위적이라 할지라도 그것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밋밋했을지 모를 여행지에 대한 기억을 나만의 추억으로 간직할 수 있는 새로운 수단이 될 수 있다.
일본 문학과 애니메이션을 유난히 좋아하는 김유정 여행전문기자가 디자인한 코스라 더욱 믿을 만하다. 취향이 같아 이미 접한 서적과 애니메이션이라면 망설일 것 없이 여행을 훌쩍 떠나볼 수 있어 좋다.
아직 접해보지 않았다면 이번 여행을 계기로 시원한 서점에 들르는 것부터 여행은 시작되는 것 아닐까?
공항이나 비행 시, 혹은 숙소에서 때로는 낯선 도시의 카페에 앉아 배낭에 꾸려 넣은 책을 꺼내 읽어보다가 고개를 들었을 때, 바로 그 기억의 장소와 조우한다면 마치 옛 친구를 만난 것 마냥 반가울지 모른다.
에쿠니 가오리의 소설 '도쿄타워'에서 종종 묘사되던 도쿄는 실제로는 어떨지도 사뭇 궁금해진다.
사실, 일상은 누구에게나 비슷비슷하다. 여행이라고 해서 더 특별한 것이 없을지 모른다. 하지만 소소한 삶의 순간에서 잠깐 빛나는 찰나. 그 찰나를 기억해 행복하다 말하고, 하루를 더 살아갈 수 있는 것은 아닐지, 도쿄 문학기행을 통해 발견하길 기대해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