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2일 서울중앙지검 가습기 살균제 특별수사팀(팀장 이철희 형사2부장검사)에 따르면 수사팀은 정부가 제대로 역할하지 못한 정황이 있는지 규명하는 데 수사력을 집중하고 있다.
수사팀은 당초 가습기 살균제 제조유통업체들에 대한 책임을 묻는 데만 주력했지만, '정부 책임론'이 계속해 불거진 데 부담을 느낀 것으로 풀이된다.
수사팀은 유해 가습기 살균제 제조 판매 과정에서 검증을 소홀히 했거나 독성물질들이 시중에 유통되는 과정에 불법성이나 허술한 측면이 있었는지 등을 중점적으로 살펴보고 있다.
수사팀 관계자는 "정부에 대한 수사까지 깔끔하게 수사를 마무리하려는 취지"라며 "형사책임 여부를 떠나 정부 역할이 무엇이었는지 규명하는 것도 의미가 있다고 생각된다"고 밝혔다.
이에 수사팀은 최근 정부부처 공무원 8~9명을 추가로 소환해 조사하는 등 가습기 살균제가 제조돼 시중에 유통되는 과정에서 공무원의 불법행위 여부를 면밀히 들여다보고 있다.
'원료물질에 대한 유해성 심사'를 맡았던 환경부와 국립환경과학원 공무원, '제품 안전관리'를 맡았던 산업자원부 산하 국가기술표준원, KC마크 시험인증 위탁업체 직원, 식품의약품안전처 직원, 질병관리본부 직원 등이 포함된 것으로 전해졌다.
현재까지는 피의자 신분으로 전환되는 등 혐의가 특정된 공무원들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수사대상 공무원들이 재직한 기간은 가습기 살균제가 최초로 제조된 1996년부터 최근까지다.
이 관계자는 "가습기 살균제 사건 관련된 전체 기간 공무원들을 전부 볼 것"이라며 "자료가 남아있지 않을 가능성 등은 있지만 정부 역할 부분을 중점적으로 볼 계획"이라고 말했다.
수사팀은 해당 공무원들에게 직무유기죄를 적용할 수 있는지에 대해 검토하고 있다.
수사팀이 정부 역할에 대한 전수조사에 나서면서 이번주 중으로 예정됐던 중간수사결과 발표도 다음달로 미뤄진 상태다.
한편 수사팀은 이번주 내로 옥시레킷벤키저 존 리(48) 전 대표를 업무상 과실치사 및 과실치상, 표시·광고의 공정화에 관한 법률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 기소할 예정이다.
앞서 기소된 옥시·홈플러스·세퓨 관계자 7명에 대해선 '인체에 무해하다'거나 '아이에게도 안심' 등 허위광고를 한 책임을 물어 사기죄로 추가 기소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