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사드(THAAD)의 배치 지역을 놓고, 각 지자체들이 앞다퉈 '절대 불가' 목소리를 내는 가운데 나온 남경필 지사의 발언이 후폭풍을 일으키고 있다.
남 지사는 12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 출연해 경기도 내 사드 기지 배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그는 "경기도 평택이나 오산에 설치하는 것도 찬성이냐"는 질문에 "결정이 되면 거기에 따라 입장을 내놓겠지만 기본적으로 찬성한다"고 밝혔다.
이어 "대한민국 국민의 생존을 위한 문제이기 때문에 필요하다면 대한민국 어딘가에 둬야 하는 것 아니겠느냐"면서 "충분한 근거를 갖고 정부가 결정하고 국민들에게 제대로 설명한다면 어느 지역이든 받아들여야 한다"고 말했다.
김관용 경북도지시가 "사드의 일방적 칠곡 배치 때는 좌시하지 않겠다"고 말하는 등 사드 배치 후보지 출신의 자치단체장과 국회의원들이 잇따라 'Not In My Back Yard(NIMBY; 우리집 뒤뜰도 안돼)'를 외치고 있는 것과 다른 행보다.
즉각 '사드배치반대 평택대책위원회(준)'은 성명을 내고 "대통령과 중앙정부에 일방적인 밀어붙이기 중단을 요구하는 것이 도지사가 해야 할 일"이라면서 "남경필 지사는 자신의 발언에 반성하고 평택시민 앞에 사죄하라"고 밝혔다.
정의당 경기도당도 "남경필 경기도지사는 사드배치 찬성발언을 철회하고, 경기도민에게 사과하라"고 촉구했다.
앞서 공재광 평택시장은 지난 10일 긴급 대책회의를 열고 '사드 평택 배치 반대 TF팀'을 꾸렸으며 경기도와 도의회에 동참을 요청한 바 있다.
남 지사는 "점증하는 북핵위기에 대한 국민들의 불안과 우려를 고려하여 사드배치에 찬성한다"는 입장을 거듭 밝힌 뒤 ▲사드 배치는 국가 주권에 관한 문제이고 ▲한반도 방어용인 사드는 미래에도 그러해야 하며 ▲사드는 북핵과 운명을 같이 해야 한다는 원칙을 제시했다.
하지만 논란이 되는 배치 지역과 관련해서는 "사드배치 지역 결정과정은 국가안보, 주민과 협의, 주변국과의 관계 등을 고려하여 투명하고 공정하게 이루어져야 한다"고만 말했다.
'도내 배치 찬성' 발언으로 인한 논란을 모를 리 없지만 이에 대해서는 더이상 언급하지 않은 것으로, 다만 "사드 배치로 인한 지역 주민에 대한 피해 대책도 분명히 마련되어야 한다"고 덧붙였다.
원론적 입장을 강조하면서 배치 지역 논란을 희석시키기 위한 의도로 풀이된다.
일각에서는 사드의 후방 배치가 사실상 결정난 상태에서 남경필 지사가 자신의 '안보 이미지'만 내세우려 한 것 아니냐는 관측을 내놓기도 한다.
실제 남 지사는 방송 인터뷰 도중 "(배치 지역이)'만약 이렇다면'을 가지고 얘기할 필요는 없다"면서 "이미 결정이 돼 있다는 얘기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 하더라도 자치단체장으로서 국가적 이슈에 대한 성급한 입장 표명으로 지역 여론은 나몰라라 했다는 비판은 피할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