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특조단, "경찰청장과 부산청장은 전혀 보고받지 못했다"
지난달 30일 부산으로 급파된 특조단은 '특별감찰팀'과 '수사지도팀'으로 나눠 12일 동안 수사를 진행해왔다.
특조단 내 특별감찰팀은 일선서와 부산경찰청 내부의 보고 누락 등 은폐 의혹을 조사했고, 수사지도팀은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과정에서 강제성이나 대가성이 없는지를 수사했다.
우선, 특별감찰팀은 경찰청장과 부산경찰청장 등 경찰 수뇌부는 지난달 24일 전직 경찰 간부가 SNS 상에서 부산의 학교전담경찰관 2명이 선도 대상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었다는 의혹을 제기하기 전까지는 이 사건을 전혀 알지 못했다고 발표했다.
특조단에 따르면, 부산 연제경찰서장과 사하경찰서장은 문제의 학교전담 경찰관들이 사표를 내기 전에 사건 보고를 받았지만 부산지방청에 보고하지 않고 자체적으로 덮기로 했다고 밝혔다.
사실상 경찰서장(총경)들이 이번 사건의 은폐를 주도한 것으로 결론 내린 것이다.
연제서장과 사하서장은 각각 지난 5월 9일과 6월 9일 학교전담경찰관의 부적절한 처신을 보고받았지만, 지방청에 알리지 않고 문제 경찰관의 사표를 수리하는 선에서 이번 사건을 덮었다고 특조단은 보고 있다.
부산경찰청에서는 감찰계장과 아동·청소년계장이 이번 사건을 SNS에서 공론화 되기 전에 인지한 것으로 조사됐다.
이들 계장은 지난 5월 25일과 5월 26일 연제경찰서 정 모(31) 경장 사건을 파악했고, 6월 13일과 6월 10일 사하경찰서 김 모(33) 경장 비위 시사실을 알게 됐지만 상부에는 보고하지 않은 것으로 밝혀졌다.
특히 감찰계장은 특조단에 "연제서 사건을 부적절하게 처리했기 때문에 '형평성' 차원에서 사하서 사건을 적절하게 처리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강신명 경찰청장과 이상식 부산경찰청장 등 최고 수뇌부는 이번 사건과 관련한 보고를 전혀 받지 못하다가, 이 문제가 공론화된 지난달 24일 알게 됐다는 것이 특조단의 결론이다.
◇ 여고생과 성관계 맺은 학교경찰관만 사법처리
특조단은 그러나 이상식 부산청장을 포함해 부산 경찰 17명에 대해 징계를 경찰청에 요구하기로 했다.
하지만 일각에서 경찰의 자체 조사가 핵심 수뇌부에게는 아무런 조치도 취하지 않고 결국 꼬리 자르기에 지나지 않는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고 있다.
실제 부산지역 시민사회단체는 12일 오후 부산지방경찰청 앞에서 이번 특조단 발표와 경찰의 지속적인 사건 은폐 시도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 예정이다.
부산민중연대 전위봉 사무처장은 "특조단이 경찰청장과 부산경찰청장 등 지휘부는 잘못이 없고 일선 경찰의 문제로 결론을 내렸다"며 "어느 정도 예상된 '셀프감찰'"이라고 주장했다.
전 사무처장은 또 "처음엔 SPO 두 명을 처벌하지 못한다고 했는데, 여론이 들끓는다고 손바닥 뒤집듯이 그 결과가 이렇게 바뀌는 게 말이 되냐"며 경찰 대응을 성토했다.
한편, 특조단 낸 수사지도팀은 사회적 지위를 이용해 여고생과 성관계를 맺은 혐의로 사하경찰서 김 경장에 대해 사전구속영장을 신청했다. 연제경찰서 정 경장도 불구속 입건했다.
이들에게는 아동·청소년의 성보호에 관한 법률 위반(위계에 의한 간음, 강제추행) 혐의와 아동복지법 위반(성희롱 등 성적 학대행위) 혐의가 적용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