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노한 국민들 수만 명이 이미 즉각파면을 요구하는 연대서명에 동참했지만, "발언만으로 파면하긴 힘들지 않겠냐"는 논리가 교육부 안팎에서 솔솔 새어나오면서다.
대기발령 상태인 나 기획관은 문제의 만찬 나흘 만인 11일 오후 국회 교육문화체육관광위원회 전체회의 공개석상에 모습을 드러냈다.
그는 "정말 제가 잘못했구나, 정말 죽을 죄를 지었구나 생각했다"며 울먹였지만, 논란이 된 자신의 발언들은 전면 부인했다.
"99% 민중은 개돼지로 보고 먹고 살게만 해주면 된다"거나 "신분제를 공고히 해야 한다"는 발언들은 자신이 하지도 않았고 본심이나 취지와도 어긋난다는 것.
나 기획관은 먼저 '개돼지 망언'에 대해 "역사교과서 국정화 여론조사 이야기를 하다가 영화 생각이 나면서 '언론이 조종한다'는 대사가 생각나 인용한 것"이라고 해명했다.
또 '신분제 공고화' 발언에 대해서도 "완전히 평등한 사회는 없기 때문에 신분사회가 고착화되니까 이를 인정하고 정책을 펴야 한다는 취지로 말했다"고 억울해했다.
교육부는 파문이 커진 9일부터 곧바로 감사에 착수했다고 누누이 강조해왔지만, 사흘이 지난 이날까지도 별다른 진척은 눈에 띄지 않는 상태다.
김청현 감사관은 "9일 오전부터 관련자료를 소집하고 동석했던 교육부 직원들을 상대로 경위를 조사하는 중"이라면서도, 나 기획관이나 당시 발언을 들은 경향신문 기자들은 아직 접촉하지 않았다고 털어놨다.
이에 유성엽 교문위원장이 "이게 한나절 정도면 경위조사가 끝날 사안 아니냐"고 지적하자 "교육부 직원이 아닌 언론인들이 있어서 애로가 있고, 당사자는 마지막으로 조사하려 했다"고 해명했다.
김 감사관은 특히 "본인에게 오늘 조사할 수 있으니 대기하라고 전달해놓은 상태였다"고 밝혔다가 "대기하라고 해도 무시하고 내려가게 방치한 것 아니냐"는 질타를 받아야 했다.
나 기획관은 이날 경남 창원의 본가에서 '요양중'이다가 여야 의원들의 압박에 몰린 이준식 장관의 호출로 부랴부랴 상경했다. 만찬 당시 동석했던 이승복 대변인도 이날 오후에야 국회에 출석했지만 "무슨 대화가 오고 갔는지 정확히 기억나질 않는다"고 즉답을 피해갔다.
국민적 분노를 의식한 이 장관이 일단 "중징계를 요청하겠다"고 못박았지만, 여야는 물론 국민 다수가 요구해온 '파면'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교육부 안팎에서는 △'발언' 만으로 중징계를 받은 전례가 드물다는 점 △나중에 소청심사나 소송 등으로 징계수위가 낮아질 수 있다는 점 등을 들어 "설마 파면까지야 가겠느냐"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중징계엔 '정직-강등-해임-파면'이 있으며, 가장 수위가 높은 파면으로 결정되면 5년간 공무원 임용이 제한되고 공무원연금 역시 본인이 낸 만큼만 돌려받는다. 성난 국민들이 "개돼지가 낸 세금으로 연금 받을 생각 말라"며 다른 징계도 아닌 '파면'만을 요구하고 있는 까닭이다.
나 기획관과 같은 일반직 고위공무원에 대한 징계는 교육부가 요구하면 인사혁신처 중앙징계위원회가 최종 수위를 결정해 의결한다. 국가공무원법상 징계사유 가운데 '직무의 내외를 불문하고 체면 또는 위신을 손상한 행위' 조항이 적용될 예정이다.
이 장관은 "인사혁신처장의 협조를 구해 빨리 처리하겠다"며 "사실관계 조사도 교문위 회의가 있는 14일까지 마치고 보고하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