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 엄마 몰래 왔어요… 성형 티 안나게 해주세요"

부모 동의없는 미성년자 성형 시술 증가…외국에선 적극 규제

# "(의사선생님)저 엄마 몰래 온 거에요. 티 안 나게 해주세요." 성형외과에 들어온 한 여학생이 의사에게 건 낸 첫마디다.

평소 외모에 관심이 많던 A양은 남들보다 일찍 화장을 시작했다. 더 예뻐지고 싶다는 생각에 부모님을 졸라 고등학교에 들어가자마자 코필러를 맞았다. 코필러 후 보톡스도 맞고 싶었지만 A양의 부모님은 허락하지 않았다. 그래서 A양은 부모님 몰래 성형외과를 방문했다. 보호자의 동의를 묻지 않는 성형외과 덕에 A양은 부모님 몰래 보톡스를 맞을 수 있었다.

# 윤곽주사를 맞으러 간 고등학생 B양도 똑같은 일을 겪었다. 성형외과에서 보호자의 동의여부를 묻지 않은 것이다. 이에 당황한 B양 본인이 오히려 필요하지 않냐고 되물었고 그제서야 병원에서는 B양의 부모님에게 확인 전화를 걸었다. 동의전화는 30초도 걸리지 않았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자료사진)
◇ 보호자 동의없어도 미성년자 성형시술 가능한 한국

최근 미성년자들이 성형외과에서 부모님 몰래 시술을 받는 사례가 늘고 있다. 한 병원관계자는 "방학 시즌 미성년자의 방문은 학기중보다 평균 5배에서 많게는 10배까지 증가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보호자의 동의없는 의료행위는 민법을 엄격하게 적용할 경우 불법에 해당할 수 있다. 민법 제5장 1조와 2조는 아래와 같이 규정하고 있다.

미성년자는 독자적으로 법률행위를 할 수 없고, 법률행위를 하려면 원칙적으로 법정대리인의 동의를 얻어야 하며, 동의를 얻지 않은 채 독자적으로 한 행위는 미성년자나 그 법정대리인이 취소할 수 있다

한 대학병원의 성형외과 C교수는 "병원에서 만 19세 미만의 미성년자를 대상으로 하는 모든 의료행위는 친권자의 동의를 받아야 하며 여기서 의료행위라 함은 수술뿐만이 아니고 필러와 같은 시술도 모두 해당 된다"고 설명했다. 이를 행하지 않을 경우는 불법이라고 덧붙였다.

미성년자들의 성형시술이 충분히 논의 되어야 하는 이유는 법률상의 문제만은 아니다. 아직 뼈가 성장중인 미성년자의 성형시술 부작용은 성인의 2배가 넘는다.

C교수는 "시술은 성형수술보다 부작용과 그 위험도가 낮다고는 하지만 미성년자들은 시술관련 합병증이 발병할 확률이 성인보다 훨씬 높고 실제 발생했을 경우 그 대처에도 무방비하여 성인보다 주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덧붙여 "시술도 성형수술과 마찬가지로 반드시 보호자의 동의가 동반되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그렇다면 실제 성형외과에서 모든 의료행위에 보호자 동의를 요구하고 있을까? '성형외과' 간판을 건 병원 세 곳에 전화를 걸어 미성년자인 경우 성형에 필요한 절차를 문의했다.


첫 번째로 전화를 건 성형외과 관계자는 "쌍꺼풀수술은 보호자의 동의절차가 필요하지만 윤곽주사, 코필러, 보톡스는 보호자의 동의절차가 따로 필요하지 않다"고 말했다. 나머지 두 곳에서도 동일한 답변을 받았다.

수술과 시술 구별 없이 보호자의 동의가 필요하다는 법률상의 규정과는 다르게 실제 병원에서는 수술과 시술을 구분해서 보호자의 동의를 요구했다.

위 사진은 기사와 관련이 없음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국내 의료법은 성형수술 관련 규제 전무

그렇다면 의학적으로는 성형수술과 시술이 구분돼 있을까? 이에대해 C교수는 "현재의 의료기술로는 명확히 성형수술과 시술로 구별하기는 어렵다"고 답했다.

의료계의 명확한 정의없이 성형외과에서 임의로 수술과 시술을 구분해 의료행위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게다가 우리나라 의료법에는 성형수술과 시술의 구분은 커녕 성형과 관련된 내용 자체가 명시돼있지 않다.

이와관련해 보건복지부 관계자는 "성형수술이나 성형시술은 의료법이 아닌 민사법에 따라 설명의무가 있기 때문에 의사가 환자에게 직접 부작용이나 다른 치료 방법은 없는지 등을 설명하고 수술여부를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고 말했다.

"미성년자들은 법정대리인에게 의사가 동의를 얻어야 하지만 이를 어겼을 때는 의료법에 규정이 없기 때문에 의료법 위반으로는 행정제재 할 근거가 없으므로 당사자들끼리 민사상 손배소송으로 해결해야 한다"는 설명이다.

한마디로 미성년자들에게 성형외과 의사가 보호자의 동의 없이 성형시술을 해주어도 의료법상으로 규제할 수 없다는 것이다.

(사진=스마트이미지 제공/자료사진)
◇ 외국, 미성년자 성형수술 법으로 엄격히 제한

반면 다른 나라는 미성년자 성형수술을 법으로 엄격히 제한하고 있다. 호주에서는 미성년자가 미용목적으로 성형을 할 경우에는 3개월의 숙려기간을 두도록 하는 정책이 최근 통과되었고 대만, 오스트리아, 이탈리아 미성년자는 미용목적으로 성형을 할 수 없다.

안전성증대와 합병증을 비롯한 성형부작용으로부터 미성년자들을 보호하겠다는 것이 목적이다.

물론 우리나라에서 미성년자의 성형에 관한 법적 논의가 없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새누리당 이재영 의원은 미성년자의 미용 목적 성형수술을 제한하는 것을 골자로 한 의료법 개정안을 발의했었다.

청소년 성형수술의 경우에는 성장기에 있는 미성년자의 건강에 직·간접적인 영향을 미친다는 점을 고려하면 일반적인 법률행위와 동일하게 취급할 수 없는 측면이 있다는 것이 제안 이유이다. 당시 발의안에는 "의료인은 미용 목적 성형수술을 받으려는 자가 보건복지부령으로 정하는 성형부위에 따른 연령기준에 적합하지 않은 경우 성형수술을 금지해야 하며 이를 어길 시에는 2년 이하 징역이나 1000만원 이하 벌금에 처해진다"는 내용이 명시돼있었다.

하지만 위 법안은 의료계의 반대로 무산되었다.

성형을 하고자 하는 미성년자들의 욕구를 단지 '성인보다 위험하기 때문에'라는 일차원적인 이유로 엄중한 잣대를 들이밀며 금지하기에는 어려움이 있다.

의사의 결정권 침해, 선진의료 문화 추구라는 공익 침해, 소비자 권익 침해, 행복추구권에 저촉될 수 있다. 법률제정은 사회적으로 충분한 합의가 필수적이다. 무조건 최종판매자인 성형외과에 책임을 물을 수는 없다.

하지만 법적으로 미성년자는 보호가 필요한 나이라고 정의한 이상 병원에서 미성년자들에게 보호자의 동의를 요구하지 않고 성형시술을 해주어도 의료법상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 현 상황을 외면할 수는 없다.

다른 대학병원의 성형외과 전문 D 교수는 "개인적으로는 미성년자가 성형외과를 방문할 경우, 수능이 끝나고 오라고 권고한다. 하지만 결국 모든 사항이 시술 받고자 하는 사람과 시술하는 의사의 개인적 판단에 따라 정해질 수 밖에 없는 것이 현실"이라고 말했다.

또다른 성형외과 전문 교수는 "환자를 진료할때 '치료'의 개념으로 접근해야 하지 환자의 요구라는 것으로 포장된 '이윤'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고 꼬집었다. 일부 의사들의 무조건적인 이윤추구에 의해 미성년자들이 보호받지 못하는 상황이 발생하기 쉽고 이는 미성년자 성형에 관한 법률이 충분히 논의되어야 하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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