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어제''를 보여주는 아사쿠사에서 만난 리키샤맨 하치와 그의 친구 게이샤 노리에는 어린 나이인테 자신들의 문화를 소중하게 가꾸고 지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어 일본의 ''미래''를 본 것 만 같다.
가장 일본다운 색채를 지닌, 도쿄의 대표적인 관광 명소를 꼽는다면? 아마 열의 아홉은 일본의 인사동, 아사쿠사를 선택할 것이다.
아사쿠사의 전통적인 분위기를 더해주는 여러 요소 중에 빼놓을 수 없는 것이 바로 리키샤맨, 즉 인력거꾼들이다. 센소지를 중심으로 아사쿠사 지역 곳곳에 자리잡은 인력거꾼들은 마치 일본 역사물 속에서 툭 튀어나온 듯한 모습으로 관광객들을 반겨주고 있다.
작은 체구지만 근육으로 똘똘 뭉친 다부진 몸매, 금방이라도 어디든 날렵히 달려갈 수 있을 것 같은 닌자 슈즈. 내가 만난 아사쿠사의 리키샤맨 하치의 첫인상이었다.
이제 갓 스무 살을 넘긴 듯 아직 앳돼 보이는 얼굴로 씩씩하게 리키샤를 끄는 하치는 아사쿠사에 대한 동경으로 고등학교를 졸업하자마자 고향인 홋카이도를 떠나 도쿄로 오게 되었다고 한다.
일본을 흔히 서비스왕국이라고 하는데, 인력거를 모는 내내 힘든 기색 한번 없이 시종일관 웃음이 가득한 미소를 보여준 하치는 서비스왕국, 일본의 저력이 무엇인지 몸소 보여주고 있었다.
"리키샤를 끌려면 체력뿐만 아니라 일본의 역사와 영어에도 능통해야 한다"고 말하는 하치의 모습에서 자신의 일에 대한 자긍심을 느낄 수 있었다.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접하는 ''게이샤''의 모습은 아무리 봐도 자연스럽게 느껴지지 않는다.
얼굴에 밀가루라도 바른 듯 하얗게 분칠한 짙은 화장하며, 화려하기 이를 데 없는 기모노 복장, 한껏 부풀린 머리 모양 등은 서양은 물론 같은 동양인들에게도 이국적인 느낌을 주기 충분하다.
원래 게이샤의 ''게이''는 예술을 뜻하고 ''샤''는 사람을 뜻하는 말로, 학문이나 춤, 악기, 다도에 이르기까지 어떠한 한 방면에 뛰어난 재주를 가진 사람을 이르는 말이었다.
그녀는 내 머릿속 게이샤의 이미지와는 조금 달랐다. 인위적일 만큼 짙은 화장은 그녀의 작은 체구나 앳된 얼굴과 쉽게 매치되지 않았다. 마치 10대 소녀가 코스프레 복장을 하고 있는 것처럼 낯설게 느껴지기도 했다.
그러나 그녀는 고등학교를 졸업하고 아사쿠사의 오키야(게이샤 수업을 받는 게이샤 학교)에서 혹독한 훈련을 수년간 받고 있는 어엿한 게이샤였다.
노리에 역시 게이샤의 꿈을 품고 어린 나이에 큐슈의 집을 떠나 도쿄로 온 케이스. 예술 장인으로서 게이샤의 삶을 선망하고 독특한 화장법에조차 매료된 노리에는 주변의 곱지 않은 시선에도 불구하고 게이샤의 길을 선택했다고 한다.
"게이샤가 되려면 많은 시간과 노력을 들이고 엄격한 훈련을 견뎌내야 합니다. 고달픈 과정인 만큼 어린 친구들 중에는 견뎌내지 못하고 도망을 치는 경우도 많습니다. 그렇지만 그만큼 보람도 있고 전통을 계승한다는 자부심도 크니까 이겨낼 수 있다고 생각해요."
한국인이라면 대체적으로 일본에 대해 상반된 감정을 느끼곤 한다. 일본 아사쿠사의 여행길에서 만난 두 명의 소중한 인연, 하치와 노리에. 나는 그들과의 만남을 통해 그간 일본인에 가졌던 편견아닌 편견을 해소할 수 있었다.
그들이 내게 전해준 것들이 벅차게 많아서인지 나 역시 스스로를 반성하게 된다. 여행자나 원주민으로서 나는 얼마나 다른 이에게 ''감동''을 주는 존재일까?
※손미나 1997년 KBS 공채 24기 아나운서 출신으로 2006년 ''스페인, 너는 자유다''라는 책을 내며 베스트셀러 작가라는 또 다른 직함을 얻었다. 현재 프리랜서 아나운서로 활동 중이며, 최근 여행작가 선언 이후 처음으로 선보이는 여행 에세이집 ''태양의 여행자, 손미나의 도쿄에세이''(삼성출판사)를 출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