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토교통부 자동차정책기획단장 출신인 권석창 새누리당 국회의원(충북 제천, 단양)은 “’자동차 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을 11일 여야국회의원 11명의 동의를 받아 대표 발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제정안은 자동차 보증기간(자동차가 소비자에게 인도된지 18개월, 단 주행거리 25,000km 초과는 제외) 내에 주요부품이나 성능에 대한 보증결함을 2회 이상, 동일 부품이나 성능에 대한 보증결함을 4회 이상 수리했으나 치유되지 못한 경우 또한 보증결함의 수리기간이 총 30일을 초과한 경우, 자동차 제작, 판매자는 자동차를 교환, 환불해주도록 하고 있다.
또 자동차 제작, 판매자가 교환, 환불 의무를 고의로 회피해 소비자에게 손해가 발생했을 경우 피해액의 2배를 배상하도록 하고 자동차 소비자의 피해 구제를 위한 ‘자동차 소비자권익보호원’ 설립과 자동차 분쟁해결을 위한 ‘자동차소비자분쟁조정위원회’ 설치 등의 내용도 담고 있다.
자동차 결함 은폐•축소, 거짓 공개, 결함사실을 즉시 시정하지 않은 자는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1억원 이하의 벌금, 고의적으로 보증하자 수리•교환, 환불의무를 회피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하는 등의 제재조항도 포함하고 있다.
그동안에는 자동차에 중대한 결함이 발생해도 무상수리기간이 지났고 제작결함 사실을 확인할 수 없다는 등의 이유로 수리나 교환, 환불 등의 합당한 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이로 인해 자동차 소비자들의 불만은 끊이지 않았고 한국소비자원에 접수된 자동차 관련 분쟁은 2014년 171건에서 2015년 243건으로 42%나 급증했다.
이는 자동차의 교환, 환불 기준을 규정하고 있는 현행 ‘소비자분쟁해결기준’이 공정거래위원회 고시로 권고적 성격을 가지고 있을 뿐 강제성이 없어 중대한 결함이 발생해도 자동차 제작사가 교환, 환불해주는 사례는 극히 드물었기 때문이다.
지난해 시가 2억원 상당의 벤츠 승용차를 구입한 차주가 주행 중 세 차례나 시동이 꺼졌는데도 신차로 교환해주지 않는다며 벤츠판매점 앞에서 골프채로 차를 부순 사건도 이런 배경에서 발생했다.
이미 미국 등 선진국은 자동차의 교환, 환불에 관한 입법적 보호를 강화하고 있다.
미국의 경우 1975년부터 레몬법(Lemon Law)이라 불리는 소비자보호법을 제정해 차량 구입후 18개월 동안 안전관련 고장 2회 이상, 일반고장 4회 이상 발생해 수리를 받을 경우 자동차 제작, 판매자가 해당차를 교환, 환불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레몬법이란 명칭은 소비자가 오렌지인 줄 알고 구입했는데 집에 와서 보니 오렌지를 닮은 레몬이었다는데서 유래된 것으로 전해진다.
중국도 수리보증기한 내에 자동차에 품질문제가 발생할 경우 자동차 제작, 판매자에게 무상수리 의무가 있고 자동차에 시스템오류, 차체 균열 등이 발생하여 소비자가 제품의 교환, 반품을 원할 경우 무료 교환이나 반품 책임을 부여했다.
한국형 레몬법 도입은 그동안 여러 차례 추진돼 왔지만 제조사 등의 반대로 국회 문턱을 넘지 못했다.
하지만 최근 디젤파문을 일으킨 폭스바겐이 사태를 수습하기 위해 미국에는 약 40조원 투입을 결정했지만 한국에서는 보상, 리콜계획을 밝히지 않는 등 미국과 한국시장을 차별하면서 레몬법을 하루 빨리 도입해야 한다는 여론이 확산되고 있다.
권석창 의원은 “우리나라의 자동차 산업은 비약적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자동차 소비자의 피해구제와 권익보호를 위한 제도는 미흡한 실정”이라며 “이번 ‘자동차소비자 보호에 관한 법률안’ 제정으로 우리나라의 자동차 관련 제도가 제작, 판매자 중심에서 소비자 중심으로 전환되는 획기적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한다”고 밝혔다.
국토교통부도 연초 신년 업무계획을 발표하면서 결함이 있는 신차를 교환, 환불할 수 있도록 하는 자동차관리법 개정안을 하반기 중 국회에 제출하겠다고 밝힌 바 있어 한국형 레몬법이 이번에는 국회를 통과할 수 있을 지 주목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