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마가 끝나고 더위가 다시 기승을 부린 지난 8일 오후 알박기 유령텐트족으로 몸살을 앓던 청주 문암생태공원은 의외로 한가했다. 주말을 앞둔 금요일이면 하늘의 별 따기만큼이나 자리 잡기가 어려웠던 얼마 전과 비교하면 뜻밖이었다.
공원 내 28면의 데크형 야영장 가운데 실제로 이용객들이 있는 15면을 제외하곤 모두 비어 있었다.
세를 낸 것처럼 유령텐트로 꽉 찬 야영장 때문에 기분이 상해 발걸음을 되돌렸던 예전과 달리 이용객 대부분이 여유롭게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사용하지 않으면서도 텐트를 치우지 않고 자리를 차지하는 얌체 캠핑족에 대한 호된 비판 이후 소극적이었던 청주시가 적극적인 단속에 나서면서 달라진 풍경이다. 이날도 청주시 공무원 3명이 주말에 사람이 몰릴 것을 대비, 얌체 캠핑족이 있는지를 현장에서 실시간으로 확인하고 있었다.
김모(40·청주시 청원구)씨는 "예전에는 금요일 이 시간대면 사람이 없는 유령 텐트로 장사진을 이뤘다"며 "텐트를 설치할 자리를 찾지 못해 주변만 맴돌다가 발걸음을 돌리곤 했는데 최근 대대적인 단속으로 주인 없는 빈 텐트가 자취를 감춰 깜짝 놀랐다"고 말했다.
최근 며칠간 쏟아졌던 장맛비로 야영객이 많이 줄어든 영향도 있지만, 사용하지 않고 자리만 차지하는 텐트를 집중단속한 이후 확연하게 달라졌다는 게 청주시의 설명이다.
시는 알박기 유령텐트에 대한 원성이 높아지자 지난달 20일 집중단속에 나서 설치 기간을 2박3일 넘기지 못하도록 한 규정을 어긴 유령텐트 8개를 확인했다.
계고장을 붙이고 텐트 주인들에게 연락을 취하자 7개는 모두 자진해서 거둬갔다.
마지막 남았던 1개는 철거해도 좋다는 주인 허락을 받아 지난달 27일 시가 치웠다.
시 관계자는 "과거 대수롭지 않게 '내버려둬도 상관없겠지'라며 전유물처럼 여겼던 일부 이용객들이 여론의 호된 비판에 기간이 만료되면 곧바로 철거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용객들은 시의 적극적인 단속을 환영하면서도 "진작 원칙에 따라 부당한 텐트를 단속했더라면 좋았을 것 아니냐"며 불만이 쏟아져야 움직이는 당국의 소극적 태도를 비판했다.
이에 대해 시 관계자는 "단속은 해왔지만 워낙 거세게 항의하는 이용객 때문에 적극적으로 하지 못했던 것"이라고 해명했다.
시는 수용능력 부족으로 발생하는 문제 등 효율적인 야영장 관리를 위해 유료화가 필요하다고 판단했다.
유료화 사전 단계로 전기시설공사를 위해 내달 16일부터 9월 9일까지 야영장을 임시 폐쇄한다.
6천만원의 예산을 들여 야영객들이 자유롭게 전기를 사용할 수 있도록 모든 데크에 전기시설을 설치하려는 것이다.
시 관계자는 "8월 초에 유료화를 위한 입법 예고를 해 시민 의견을 수렴한 뒤 9월에 조례 심의 과정을 거칠 것"이라고 밝혔다.
문암생태공원은 2010년 문을 열었다. 야영장에는 화장실과 세면장, 28면의 데크형 야영장을 갖췄고 주변에는 그라운드 골프장, 바비큐장, 인공폭포, 생태 습지원 등 다양한 휴식시설이 갖춰져 있다.
무료이고 다양한 부대시설에 도심에서 20분 거리에 있어 접근성이 좋다 보니 지역 캠핑족 사이에 야영 명당으로 꼽힌다. 해마다 5천여 명 이상이 캠핑을 즐길 정도로 인기가 높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