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잡는 '친환경.무독성' 위장 제품 봇물

옥시싹싹 '아기에게도 안심' 문구 때문에 사망자 속출...그런데도 가짜 친환경 넘쳐나

가습기 살균제 사태를 키운 것이 바로 인체에 무해하다는 표시 때문이었다. 그런데 아직까지도 친환경, 무독성으로 위장한 화학제품들이 넘쳐나고 있다. 화학제품에 대한 불신이 커지면서, 환경단체가 대신 안전성을 검증해주겠다는 사업까지 시작할 정도다.

가습기 살균제 피해자들이 가장 많이 사용한 제품 ‘옥시싹싹’. 정부가 공식 인정한 피해자 221명 가운데 옥시싹싹 제품을 사용한 피해자가 177명으로 가장 많다. 사망자도 70명에 달한다.

옥시 싹싹 제품에서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것은 ‘아기에게도 안심’이라는 문구. 많은 피해자들은 이 문구를 믿고 의심 없이 가습기 살균제를 사용했다고 증언하고 있다.

가습기 살균제로 아내와 태아를 잃은 안성우 씨는 “당시 인체에 무해하다고 광고를 했고, 육아카페에서도 많이 홍보를 해서 사용했다”고 말했고, 가습기 피해자 신청 중인 A씨는 “얼굴이 건조할 때 가습기에 얼굴을 대고 수증기를 쐬기도 했다”며 “당시에는 위험하다고 생각도 못했다”고 말했다.

검찰은 최근 가습기살균제 재판에서 옥시 측이 한때 ‘아기에게 안심’이라는 문구를 수정하는 것을 검토했었다며 이 문구만 없었어도 영유아와 산모 등 사망자의 95%를 줄일 수 있었을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그러나 옥시가 지난 2012년 7월 ‘아기에게 안심’이라는 허위광고가 드러나 물어 낸 과징금은 5200만원에 불과하다. 허위 과장광고에 대한 이런 솜방망이 처벌 때문에 가습기 살균제 사건을 겪고도 친환경으로 위장한 제품은 끊이지 않고 있다.

실제로 환경부와 환경산업기술원이 올해 상반기 동안 생활용품 등 시장에 유통 중인 제품을 조사해 47건의 친환경 위장제품을 적발했다. 이들 제품은 친환경, 무독성 등의 표현을 사용하거나 민간에서 만든 비공인 마크를 붙이고 친환경 제품인척 위장했다.

그러나 이들 제품들은 상당수가 유해물질이 검출됐고, 심지어 환경호르몬이 나오는 아기 치발기나 식품용기도 버젓이 ‘무검출’이라는 표시를 쓰고 있었다. 생분해성이라는 식탁보가 석유계 합성수지인 폴리에틸렌으로 만들어진 것이 확인되기도 했다.

이처럼 생활화학제품에 대한 불신과 불안이 커지면서, 환경운동연합은 아예 시민들이 의심되는 제품 사진을 찍어 보내면, 소비자 대신 기업에게 관련 자료를 요구해 안전성을 확인해주는 사업을 지난 7일부터 시작했다.

환경운동연합 황성현 생활환경팀 부장은 “제품에 ‘무해’, ‘안전’, ‘친환경’ 같은 단어를 사용하는 근거자료와 살균제, 부식방지제의 성분화학물질 등 시민들이 알고 싶어하는 내용을 취합해 관련기업에 요구하고 그 답변을 받아 공개하는 방식”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제품에 대한 정보 제공을 거부하거나 불성실한 답변으로 일관하는 기업의 제품명과 기업명은 온라인에 공개하고, 환경부를 통해 안전성 심사를 요청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추천기사

실시간 랭킹 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