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착각하지 마. 우리는 학생이 아니라 노예야"

<슬픈 대학원생들의 초상> 펴낸 고려대학교 대학원 염동규 씨

- 한국 대학원 학생들의 서글프고 비참한 현실 그린 웹툰 모아
- 여학생에 '다음 지도는 모텔에서 받는 게 어떠니?' 묻는 교수
- MT 늦게 도착하는 교수에 독촉전화했다고 폭행당하는 조교
- 학생사회 영역 사라지는 상황, 분자화된 학생들은 약자일 수밖에 없어
- "학내 인권센터 강화, 대학원생의 단결 등 필요"

[CBS 라디오 '시사자키 정관용입니다']

■ 방 송 : FM 98.1 (18:30~20:00)
■ 방송일 : 2016년 7월 8일 (금) 오후 7시 5분
■ 진 행 : 정관용 (한림국제대학원대학교 교수)
■ 출 연 : 염동규 (고려대학교 대학원)

◇ 정관용> 성추행, 연구비 횡령, 논문 표절, 폭행. 또 심지어는 대학원생에게 인분을 먹인 대학교수까지 등장했었죠. 바로 이런 게 현재 대학원에서 교수와 제자 사이에 벌어지는 수많은 문제들입니다.

가장 합리적이고 또 깨끗해야 할 대학, 그것도 대학원 사회에서 왜 이런 ‘갑질의 극한’이 횡행하는지 참 답답한데요. 바로 이런 이야기들을 묶어서 책이 나왔네요. <슬픈 대학원들의 초상>이라는 웹툰 책을 냈어요. 고려대학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 이음지기의 학술국장을 맡고 있네요. 이 저자 가운데 한 분이고요. 염동규 학생을 오늘 스튜디오에 초대했습니다. 어서 오십시오.

◆ 염동규> 네, 반갑습니다.

◇ 정관용> 이음지기가 뭐예요?

◆ 염동규> 저희 대학원 학생회 이름이 이음지기인데요.

◇ 정관용> 학생회에 이름이 있어요?

◆ 염동규> 네, 많은 학생회들이 자기 이름을 가지고 있습니다.

◇ 정관용> 요즘에는 그래요? 옛날에는 어느 대학 학생회 이러고 말았는데 이름을 붙이는군요.

◆ 염동규> 네.

◇ 정관용> 이음지기.

◆ 염동규> 이음지기 라는 것은 저희 대학원생 원우들의 사이를 이어주고 권리를 지켜준다. 이음이라는 말과 지키다라는 말에서 지기라고 바꿔서 그렇게 했습니다.

◇ 정관용> 알겠어요. 염동규 학생은 지금 무슨 과?

◆ 염동규> 국어국문학과 다니고 있습니다.

◇ 정관용> 석사 몇 학기?

◆ 염동규> 3학기요.

◇ 정관용> 이제 마지막 한 학기?

◆ 염동규> 네.

◇ 정관용> 이제 논문 써야 되네요?

◆ 염동규> 그렇습니다.

◇ 정관용> 여기 지금 필자들이 보니까 염동규 씨 말고 다른 학생 여럿이 있고 웹툰 그림은 또 김채영이라고 하는 다른 분이 그리셨고 그런데 여기 참여한 다른 글 쓰신 분들은 문, 이과 다 망라해요?

◆ 염동규> 그렇지는 않고요. 저희 학생회 구성원들은 대부분 이제... 아, 대부분이 아니라 거의 다 인문계 전공자고요.

◇ 정관용> 그래요?

◆ 염동규> 네.

◇ 정관용> 왜 이공계 쪽은 학생이 안 들어와요?

고려대 대학원생 염동규 씨(사진=시사자키 제작팀)

◆ 염동규> 그렇죠. 여러 가지 이유가 있을 텐데요. 이공계 대학원 학비가 비쌉니다. 과마다 다르고 이제 처지가 다 다르니까 일반화해서 말씀드릴 수는 없지만 제가 지금 국문학과를 다니는데 등록금이 480만원이거든요.

◇ 정관용> 480만원. 학부는 얼마였죠?

◆ 염동규> 학부는 제가 다녔을 때 360만원.

◇ 정관용> 지금 고대는?

◆ 염동규> 아마 요 몇 년 동결했으니까 360만원 비슷할 겁니다.

◇ 정관용> 학부는 360, 대학원은 480. 그런데 이공계는요?

◆ 염동규> 이공계는 제가 저번에 본 데는 700, 800 이런 경우도 있었고요. 그렇더라고요.

◇ 정관용> 그래요. 학비가 더 비싸다. 학비가 비싸서 총학생회 안 들어온다?

◆ 염동규> 아, 그게 이제 어떻게 된 거냐 하면 저희가 대학원 총학생회에서 일을 하는 게 학부에서 총학생회를 할 때와는 조금 다른 형태로 운영이 되는데 저희 같은 경우에는 학교에서 교비지원을 받아서 사실은 학생회가 운영되고 있어요.

그러니까 장학금 혜택이 있거든요. 대학원 학생회에서 일하는 사람들이 장학금 혜택이 있어요. 그게 400만원까지만 들어옵니다. 그래서 저희 인문계 같은 경우에는 얼추 비슷하니까 학생회를 하면서 장학금을 충당하려고 하시는 분들도 있고.

◇ 정관용> 아, 학생회의 예를 들어서 학술국장 이런 걸 말아서 일을 하면 장학금을 준다. 400만원 정도.

◆ 염동규> 네.

◇ 정관용> 한 학기에? 그런데 이공계는 일을 해도 그 400만원 갖고는 안 된다.

◆ 염동규> 턱도 없고 사실 이공계에 입학하시는 분들이 웬만한 경우는 거의 다 랩실에 소속이 된 상태로 들어가시기 때문에.

◇ 정관용> 연구실험실.

◆ 염동규> 거기서 학비를 지원을 받는 경우가 대부분이라 그래서 학생회에 유입될 이유가 없어지시는 거죠.

◇ 정관용> 아니, 보통 우리가 학생회라고 하는 것은 꼭 무슨 장학금 받으려고 가입하는 것 아니잖아요. 서로의 고충을 나누고 같은 처지의 권익신장하고 이런 목적으로 가입하는 것 아닙니까?

◆ 염동규> 그건 이제 가장 이상적인 조건에서 그렇게 얘기를 할 수 있을 것 같고요. 이제 대학원생이라는 존재 자체가 자기 학업의 거의 모든 시간을 쏟지 않으면 연구 성과를 낼 수 없는 형태의 상황, 그런 상황에서 학생회 일이라는 게 예를 들어서 적으면 돈 안 받고 조금씩 기여를 할 수 있겠지만 그런 게 아니라 저희도 주당 10시간씩, 많으면 15시간, 20시간씩 근무를 하는 상황인데.

◇ 정관용> 학생회에서 그렇게 근무를 해요?

◆ 염동규> 네, 학생회실이 따로 있고요. 학생회실에서 상근자가 있어요. 월요일날은 누구, 화요일날은 누구, 이 시간에는 누구 이런 식으로 해서 상근자가 있고 하기 때문에 그 일을 그냥 돈을 받지 않고 학생회를 한다고 하면 학생회가 없을 수밖에 없죠, 사람이.

◇ 정관용> 저는 목차만 보고도 깜짝 놀랐습니다. 제1장이 ‘교수의 주먹’이에요.

◆ 염동규> 네.

◇ 정관용> 폭행을 당해요, 대학원생들이?

◆ 염동규> 모든 대학원생들이 그런 건 아니고요.

◇ 정관용> 물론 그렇겠습니다만.

◆ 염동규> 그런 경우가 있는 거죠.

◇ 정관용> 어떤 사례예요, 이건?

◆ 염동규> 이거 같은 경우에 지금 저희가 한창 저번에도 기자회견도 여러 번 했었던 사회체육학과 A교수라는 그런 분의 이야기를 모티브로 해서 만들었는데 여기 웹툰 내용에 보시다시피 MT를 가는데 교수님이 늦게 오신 거예요. 늦게 오셨는데 그것에 대해서 조교가 전화를 걸어서 독촉을 했나 보죠? 그런 다음에 술자리를 와서, 늦게 도착해서 술자리 와서 조교한테 폭행을 가한 거죠.

◇ 정관용> 그 MT에 늦게 도착했는데 조교가 재촉 전화했다고?

◆ 염동규> 네.

◇ 정관용> 진짜예요?

◆ 염동규> 그게 사실은 저희도 들었을 때...

◇ 정관용> 이런 일들이 다른 과에도 있어요?

◆ 염동규> 사실 이분이 워낙 좀, 사회체육학과 A교수 분이 워낙 비리 백화점이라서요. 지금 여기서는 폭행문제 밖에 안 다뤘어요, 저희가 이번에. 그런데 조교장학금 횡령도 하셨고 성추행도 하셨고 언어폭행 기본이고요. 물리적 폭행도 지금 1화에서는 그게 다뤄진 건데 워낙 문제가 되는 분이어서 학교에서도 사실 여러 차례 얘기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그랬는데 해결이 잘 안 봐지다가 이번에 좀 터진 거죠.

◇ 정관용> 두 번째 장이 ‘이해하는 학생’이고 부제가 ‘밤새 연구한 논문 도둑맞은 대학원생’인데 이건 무슨 말이에요?

◆ 염동규> 이 얘기가 어떤 얘기냐 하면 연구실에서 열심히 생활을 하면서 공부를 하고 연구를 하고 논문을 쓰는데 그 논문을 거의 다 자기가 생각하기에는 내가 다 쓴 건데 그걸 선배 이름으로 올려버리는 그런 경우인 거죠. 여기 같은 경우에 지금 공동 기여했다, 이런 식으로 해서 2명이 공동저자인 것처럼 올라가 있는 방식이거든요. 그런데 사실상 ‘내가 다 쓴 건데 왜 별로 일도 안 한 이 선배가 논문의 어떤 공동저자로 들어가는 거냐’ 그런 얘기죠.

◇ 정관용> 그건 왜 그런 거예요?

◆ 염동규> 그건 연구실마다 분위기들이 다르긴 한데 보통은 이 선배가 먼저 졸업을 해야 된다. 혹은 이 선배가 먼저 논문을 써야 된다. 이런 식의 얘기들이 있으면.

◇ 정관용> 그걸 교수가 정하는 거예요, 그렇게?

◆ 염동규> 네. 그런 경우들이 있죠.

◇ 정관용> 그걸 이해해야 하는 거예요? 제목이 이해하는 학생이길래.

◆ 염동규> 무슨 뜻이냐 하면 나는 이 모든 상황을 이해하는 학생이다 하면서 눈물을 흘리는 내용이죠.

◇ 정관용> 자기가 자기 혼자 쓴 것을 선배가 더 쓴 것처럼 됐지만 나는 이걸 이해해야만 한다?

◆ 염동규> 네, 그런 얘기입니다.

◇ 정관용> 여기에 항의하면 쫓겨나요?

◆ 염동규> 제도적으로 쫓겨나게 만들고 이렇게 하는 건 안 되니까 대학원생들이 어떤 두려움에 시달리느냐면 졸업을 했을 때도 문제인 거예요. 취직도 해야 되고 이공계 대학원생 같은 경우에는 교수하고 취직자리가 밀접하게 연결되어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교사한테 잘못 보였다가는 앞으로의 일생이 어떻게 될지 장담하기 어려운 상황이고 학계에 남는다고 하더라도 문제가 계속 되는 거죠.

왜냐하면 이공계 같은 경우에는 특히나 연구분야들이 제한되어 있잖아요. 좁은 연구분야가 있고. 그러다 보니까 그 연구분야에서 내 논문을 심사해줄 수 있는 교수님들의 풀 자체가 몇 분 안 되는데 다 아는 사람인 거고 그런 상황입니다.

◇ 정관용> 세 번째 장은 간간이 알려졌던 성희롱인데 제목을 ‘계속할 수 있을까?’ 라고 붙였어요. 이건 어떤 사례입니까?

◆ 염동규> 이건 들뜬 마음을 가지고 대학원에 입학을 해서 수업을 듣고 발표도 하고 이렇게 잘 지냈는데 뒷풀이 자리에 가서 교수님이 성추행을 하신 거죠. ‘다음 지도는 모텔에서 받는 게 어떠니?’ 이런 얘기들.

◇ 정관용> 노골적이네요.

◆ 염동규> 네. 그런데 이런 사례들이...

◇ 정관용> 이러니 내가 대학원에서 계속 공부할 수 있을까? 그런 거예요?

◆ 염동규> 그런 뜻입니다.

◇ 정관용> 그래도 참아야 돼요?

◆ 염동규> 참아야 하는 것은 아니죠.

◇ 정관용> 그러면 대학원을 떠나야 해요?

◆ 염동규> 선택지가 두 가지가 보통 있는 것 같아요. 여기서 크게 싸우고 아예 때려치우든지 아니면 참고 다니든지. 그다음의 해결책이 사실은 고민되려면 제도적인 절차나 내가 이런 문제를 제기했을 때 나의 익명성을 신변을 보장해 주면서 이 문제를 합리적으로 해결해 줄 수 있는 어떤 객관적 제도들이 필요한 거잖아요. 그런 게 없기 때문에 선택지가 두 가지밖에 없는 거죠.

◇ 정관용> 내친김에 계속 봅시다. ‘공부하는 학생 맘(Mom)을 향한 차가운 시선’ 그러니까 결혼해서 아이가 있는 그런 학생의 경우죠. 어떤 차별을 당한다는 거예요?

◆ 염동규> 사람들이 차별을 한다기보다는 일단은 경력단절이 있을 수밖에 없고요. 왜냐하면 출산이라는 게 워낙 고된 일이니까 경력단절이 있을 수밖에 없는데 그것 자체를 못 하게 하는 분위기가 있어요. 이 경우 같은 경우에 사실 학교에서 무슨 차별을 받았다기보다는 대학원생 학생맘을 위한 국가에서 지원해 주는 형태의 육아적 보장, 이런 게 없는 거죠.

그냥 워킹맘도 아니고 그러다 보니까 입법, 법의 절차 안에서 좀 가시화 되지 않은 사람들이라고 해야 될까요? 그게 문제인 거고 차별이라고 얘기를 하려면 조금 더 다른 사례들이 필요할 텐데 제가 이공계에서 여러 번 간담회를 해보면서 얘기를 여쭤봤을 때는 어떻게 얘기를 하시냐면 이 사람이 여기서 출산을 하느라고 1년 혹은 2년을 쉬어서 연구실에 못 나오고 이렇게 돼서 경력단절이 생기고 나면 그런 학생을 ‘계속 네가 공부를 할 수 있겠냐’ 그런 식의 무언의 압력들, 이런 게 가해지는 거죠. 그러니까 사실은 임신하면 끝이다, 결혼하면 끝이다라는 생각을 하게 되시는 분들도 있고요.

◇ 정관용> 어떤 프로젝트 하나가 진행이 되면 몇 년씩 가잖아요, 특히 이공계 연구는. 그리고 혼자 하는 게 아니라 팀을 이뤄서 하고. 그중에 자기가 담당해야 할 역할이 있다 이거죠. 그거를 수행을 하는데 결혼도 임신도 장애가 된다, 이런 인식이 팽배하다?

◆ 염동규> 네, 그렇죠.

◇ 정관용> ‘논문 대필자의 생’ 이건 뭡니까?

◆ 염동규> 논문대필자의 생은...

◇ 정관용> ‘끝내 삶을 놓아야 했던 절망’ 여기까지 나오네요.

◆ 염동규> 자살하셨습니다.

◇ 정관용> 알려주세요.

◆ 염동규> 10년 동안 54편의 논문을 대필을 하신 거죠.

◇ 정관용> 교수의 논문?

◆ 염동규> 네, 조선대학교에서 실제로 있었던 일을 다룬 건데요.

◇ 정관용> 맞아요.

◆ 염동규> 그렇게 해서 유서를 쓰시고 돌아가셨습니다. 그 얘기를 다뤘어요.

◇ 정관용> 앞에 밤새 연구한 논문 도둑맞은 것보다 이건 더 한 거네요?

◆ 염동규> 그렇죠. 시간 자체가 10년이고 계속해서 논문을 대필을 해왔고 그랬으니까요.

◇ 정관용> 그분은 대학원을 이미 다 졸업했을 것 아니에요? 그리고 시간강사를 하면서 대필을 해야만 했던?

◆ 염동규> 그 해당 지도교수라는 분이 이분의 지도교수, 논문 대필을 의뢰한 사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 사람이 계속해서 어떤 제의들을 하신 거예요. 이번에 ‘이 논문 써주고 이렇게 해주면 내가 너 정교수 앉혀줄게’ 이런 것들. 그런 상황들에서 계속해서 이걸 안 할 수도 없고 그런 상황에서 계속 하시다가 안 되겠다 생각하셔서 이제.

◇ 정관용> ‘위장취업을 거부한 대가’ 이건 뭡니까? 이건 제목이 ‘졸업했는데 왜?’ 이건데요.

◆ 염동규> 졸업을 한 대학원생인데요, 이분 같은 경우는. BK21이라고 국가에서 주는 프로젝트가 있습니다. 그 프로젝트를 학교에서 학과마다 받느냐, 마느냐가 매번 이슈가 돼요. 그 철이 오면.

◇ 정관용> 연구비 지원액이 꽤 크잖아요.

◆ 염동규> 네, 그 철이 오면 다들 분주해지는데 평가기준 중에 취업률이 있습니다. 그 취업률이 반영이 되니까 교수가 대학졸업을 했는데 아직 취직을 못해서 구직을 하고 있는 대학원생에게 연락을 연락해서 ‘너, 내가 이 회사에 지금 여기 앉혀놓을 테니까 너 취직한 걸로 해놓을 테니까 잠깐만 양해하라’고 통보를 한 거예요. 그런데 이분이 자기가 지금 구직을 하고 있고 언제 취직자리가 구해질지 모르는 상황인데 중복으로 취직이 되어서 내가 난처한 상황이 생기면 안 되니까.

◇ 정관용> 그런데 그 교수는 BK21 사업에 응모하려면 자기 연구팀 사람들의 취업률, 이게 나와야 된다?

◆ 염동규> 네. 그래서 그걸 요구를 했는데 안 하겠다고 하니까 엄청나게 호통치고 뒤에서 욕도 엄청나게 하시고 이러다가 연구실에 원래 동문 혹은 연구실에 소속됐던 사람들 이렇게 해서 홈페이지에 올라가 있는 그런 목록들이 있는데 거기서 지워버렸던 거죠. 그래서 막 좌절하는.

◇ 정관용> ‘금고관리자’라는 제목은 뭐예요? 교수의 주머니를 배불리는 눈먼 돈.

◆ 염동규> 연구비 횡령을 다루는 에피소드인데요.

◇ 정관용> 어떤 식으로 이루어집니까, 그게?

◆ 염동규> 저도 이거 준비하면서 알게 됐는데 프로젝트가 보통 국가에서 주는 프로젝트가 있고 기업에서 주는 프로젝트가 있다고 하더라고요. 내가 돈을 쓰고 나서 영수증 처리를 해서 그 돈을 받는 방식인데 그 영수증을 가짜로 만드는 경우가 있고요. 아니면 여기 나온 거 같은 경우는 회의비 명목으로 주는 돈이 있는데 회의비를 쓰게 결제를 하게 만든 카드를 교수님의 부인 분에게 넘겨서 그분이 자유롭게 긁고 다닌다든지.

◇ 정관용> 사적으로 쓰게 하고?

◆ 염동규> 그런 방식이고요. 그리고 또 나와 있는 것은 연구비에서 인건비가 제일 속이기가 쉽다고 하더라고요. 인건비가 연구실 통장으로 들어오는 게 아니고 대학원생들마다 통장들이 있고 거기로 들어오게 되는데 그 돈에서 빼서 어떤 풀의 형태로 다른 통장을 만드는 경우들이 있어요.

그 과정이 사실은 연구소를 합리적으로 경영하기 위한 어떤 필요한 절차가 된다고 생각하시는 분들도 있고 사실은 원칙적으로는 안 되는 거지만 그런 부분들도 있는데 그런 부분들이 과해지고 이렇게 하면서 내 임금을 다 뺏어가 버리는 거죠. 그래서 장학금만 딱 남기고 다 교수님...

◇ 정관용> 연구 프로젝트의 연구원으로 등록이 되면 개별 인건비가 다 예산에 잡힐 거예요. 그게 자기 통장에 들어오면 그걸 다시 현금화해서 갖다 내야 된다?

◆ 염동규> 그렇습니다.

◇ 정관용> 그걸 공동경비로 쓰는 경우는 그나마 괜찮다 치더라도 교수가 다 가져가는 수도 있어요?

◆ 염동규> 네, 충분히 가능합니다.

◇ 정관용> ‘같은 처지끼리’라는 제목의 ‘세습되는 대학원 똥 군기’라는 표현. 이건 뭐예요?

◆ 염동규> 이건 대학원에 들어갔는데 선배들이 말 그대로 군기를 잡으면서 괴롭히는, 사생활도 보호를 안 해 주고 이리 부르고 저리 부르고 인사 안 했다고 이렇게 한다든지. 예를 들어서 자기가 원하는 형태로 후배가 움직이지 않았다는 이유로 폭언을 한다든지 이런 얘기들을 담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제 여기 보시면 그 ‘모든 일들이 사실은 교수가 하는 일들로부터 대물림되는 것이다’ 이런 얘기도 나오거든요.

◇ 정관용> 교수가 대학원생들 함부로 대하듯이 선배가 후배들을 함부로 대한다?

◆ 염동규> 가령 여기 나와 있는 얘기는 어떤 것이냐 하면 교수님이 학생들을 어느 시점에 부르라고 했는데 후배들이 좀 늦게 오면 선배들한테 뭐라고 하는 거죠. ‘너네들 후배교육을 어떻게 시켰길래’ 이런 식으로.

◇ 정관용> 완전 군대 같군요, 그냥.

◆ 염동규> 사실 모든 대학원들이 그런 건 아니지만 그런 데가 있는 거죠.

◇ 정관용> 그래요. 저도 오늘 꼭 그걸 물어보고 싶었어요. 대학원의 몇 % 정도가 이런 문제가 있고 이런 문제 전혀 없는 좋은 대학원들도 있지 않을까요?

◆ 염동규> 있겠죠.

◇ 정관용> 있겠죠예요? 아니면 정말 찾기 힘들어요?

◆ 염동규> 정말 찾기 힘든 정도는 아닐 거고요. 분명히 좋은 방식으로 굴러가는 경우가 있어요. 그런 경우는 지도교수님이 되게 인격이 좋으신 경우들, 이런 경우들이고요. 문제는 그런 식으로 대학원이 잘 굴러가려면 어떻게 해야 되느냐를 지금 제도 안에서 물어봤을 때 교수님을 잘 만나야 된다밖에 대답할 수 있는 게 없다는 거죠.

◇ 정관용> 그냥 교수 한 사람, 한 사람에게 달렸다?

◆ 염동규> 네, 예를 들어서 교수가 잘못하고 이상하게 나오면 학생 쪽에서 할 수 있는 일이 거의 없다 보니까 예를 들어서 잘못된 일을 누군가 해도 학생이 할 수 있는 일이 없으니까 이 모든 일들이 표면화되지도 않는 겁니다.

◇ 정관용> 한 마디로 지금 여기 인간적 대우라는 챕터가 있어요. 조교는 교직원의 하수인일까? 이런 말. 또 이 책의 표지에 부제가 ‘착각하지 마. 우리는 학생이 아니라 노예야’ 이런 표현까지 있습니다. 그러니까 기본적으로 이런 문제가 터지는 대학원 내에서 교수와 학생의 관계를 어떻게 말할 수 있을까요?

◆ 염동규> 사실 대학원생이 그렇게 잃을 게 많은 사람들은 아니지만 교수가 잘못하면 전부를 잃는 그런 관계죠.

◇ 정관용> 그러니까 그냥 100% 존속될 수밖에 없는, 하라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 염동규> 그렇죠.

◇ 정관용> 또 그걸 아니까 교수는 막 함부로 해도 되는.

◆ 염동규> 네.

◇ 정관용> 그러다 보니까 인분 먹이는 일까지 벌어지는 거군요.

◆ 염동규> 가능하죠, 그런 일이. 졸업이 걸려 있고 취직이 걸려 있고 내 앞으로의 인생이 걸려 있는 일이라고 생각하니까 사실 대학원생 같은 경우에는 앞으로의 인생이 변동될 만한 가능성들이 상대적으로 적은 편이라 그래서 내가 여기서 물러나면 더 갈 데가 없다고 생각하시는 거죠. 그런 상황에서 이렇게 하는데 내가 예를 들어서 항의를 한다든가 잘못 됐으니까 바꿔야 된다고 강력하게 주장을 한다든가 이럴 수가 없는 상황인 겁니다.

◇ 정관용> 염동규 학생은 이런 일 안 당하고 있는 거죠?

◆ 염동규> 네, 저는 사실은 지금 아주 좋은 연구환경에서.

◇ 정관용> 이런 책을 냈다고 해서 혹시 또 불이익 당하지 않을까요?

◆ 염동규> 마음속으로 걱정을 할 때는 있거든요. 있지만 그래도 뭐 일단은 제가 소속된 공간에서 이런 형태의 문제제기를 나쁘게 받아들이실 것 같지는 않아서요.

◇ 정관용> 좋은 교수님을 만났군요.

◆ 염동규> 네, 저는 그렇습니다.

◇ 정관용> 다행입니다. 그럼 이제 어떻게 해야 할까요? 이렇게 실상을 알렸어요. 아까부터 계속 강조하는 이야기가 지금 현재 제도에서는 학생이 혼자 외치고 쫓겨나거나 아니면 그냥 들을 수밖에 없다. 어떻게 하면 이런 걸 극복, 없앨 수 있을까요?

◆ 염동규> 일단은 학내 인권센터 같은 것들이 고려대도 조금씩 만들어지고 있는 상황이고요. 아직 정식으로 막 오픈을 해서 활동이 이뤄지고 있는 건 아닌 걸로 알고 있는데 서울대학교 같은 경우에도 인권센터가 있고요. 인권센터를 만들어나가는 움직임부터 일단 좀 필요할 것 같아요. 그래서 내가 어떤 잘못된 일을 당했을 때 인권센터에 신고하면 된다. 이런 식으로 절차가 마련되는 일들이 가장 핵심적인 일단의 과제가 될 것 같습니다.

◇ 정관용> 그런데 그 인권센터에 신고하면 어쨌든 어느 교수한테 이런 일을 당했다라는 것을 말해야 될 거 아닙니까? 그러면 결국 인권센터에서 그 교수한테 뭔가 문책을 하거나 해야 될 것 아니에요. 그럼 결국 그 교수가 갖고 있는 자신 개인의 인맥이나 무엇을 통해서...

◆ 염동규> 알아낼 수도 있죠.

◇ 정관용> 그래서 그 학생에 대해서는 불이익을 줄 수도 있잖아요. 그걸 어떻게 막을 수 있죠?

◆ 염동규> 그런 경우가 있기 때문에 사실 인권센터가 있어도 100% 모든 문제가 해결될 것이다, 이렇게 얘기하기는 어려운 게 사실은 실정이죠.

◇ 정관용> 그러니까 인권센터에다가 추가로 어떤 게 있을까요?


◆ 염동규>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건 제도적인 형태의 개선방법일 거고 대학원생들이 결집되는 것이 좀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 정관용> 맞아요, 맞아요.

◆ 염동규> 지금 대학원생이 굉장히 파편화 되어 있거든요. 사실은 저희도 대학원, 일반대학원 총학생회이지만 가령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어떤 형태로 삶을 살아가고 있는지 그걸 저희가 조사를 할 수 있는 범위들이 있고 조사를 못 하는 범위들도 있는데 그런 얘기들을 알기가 어렵거든요.

그런데 만약에 이공계 대학원생들이 자체적으로 나는 이렇게 살고 있다라는 걸 얘기해 줄 수 있는 창구가 있고 그런 창구를 통해서 대학원 총학생회한테 신고가 들어온다든지 제보가 들어온다든지 이렇게 할 수 있으면 좋을 텐데 지금 다들 자기 하는 일이 바쁘다고 보통들 생각하시니까 여기서 어떤 결집이 이루어진다기보다는 내가 문제를 겪고도 개인화된 문제가 되는.

◇ 정관용> 그렇습니다. 누군가가 누군가를 지배한다는 것은요, 1:1의 관계고 비밀스러운 관계를 만들수록 지배가 쉬워지는 거거든요. 지금 대학원생들은 그 구조 속에 빠져 있는 거죠.

◆ 염동규> 네, 그렇습니다.

◇ 정관용> 이걸 깨고 대학원생들끼리 뭉치자?

◆ 염동규> 저는 그게 필요하다고 생각하고요. 사실은 이게 지금 저는 위기라고 생각해요. 학생사회라고 불리는 어떤 집단들이 전체적으로 위기인데 옛날 같았으면 개인으로서의 학생이 있으면 그 위에 학교가 있고 그 사이에 학생사회라는 두터운 형태의 영역들이 있었던 것 같아요. 학생운동이 활발했던 시기가 보통 그런 시기로 거론될 수 있을 텐데 그 영역들이 사라지고 있는 상황이거든요. 학생회 투표율도 사실은 낮아지고 있거나 그냥 낮거나 이런 형편이고. 그런 상황이다 보니까 학생회들이 점점 없어질 위기들에 처하는 경우가 많고.

◇ 정관용> 맞습니다.

◆ 염동규> 또 만약에 학생회가 다 없어지면 옛날에 개인과 대학교 당국을 매개해 주고 있었던 이 두터운 영역들이 없어지는 상황이니까 그렇게 되면 1:1 관계가 되는 거예요, 또 다시.

◇ 정관용> 그렇죠.

◆ 염동규> 그러면 앞으로 더 나빠질 수 있는 거죠.

◇ 정관용> 악화될 수 있는 거죠.

◆ 염동규> 네.

◇ 정관용> 알겠습니다. 제도적으로는 학내 인권센터 같은 것들을 대폭 강화하고 또 이런 것들이 필요하고 그다음에 대학원생들끼리도 서로 뭉쳐야 한다.

◆ 염동규> 네.

◇ 정관용> 아무튼 용기 있게 대학원생들의 실태를 우선 고발하는 책을 낸 것, 일단 칭찬 드리고요. 학생들을 더 모을 수 있도록 좀 더 많은 노력을 부탁을 드리겠습니다. 오늘 말씀 여기까지 들을게요. 고맙습니다.

◆ 염동규> 네, 감사합니다.

◇ 정관용> 고려대학교 대학원 학생회 이음지기 학술국장 염동규 학생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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