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내 유력 당권 주자들이 출마를 포기하거나 장고를 거듭하며 흥행 부진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재명 성남시장이 당 대표 출마 가능성을 타진하고 나섰기 때문이다.
이 시장이 당권에 도전할 경우 전당대회에 활력을 불어넣을 것이라는 기대와 지자체장의 당권도전이라는 전례 없는 승부수가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맞선다.
다만 잠룡인 이 시장의 당권 도전은 어떤 형태로든 전당대회 흥행에 불을 붙일 것으로 보인다.
9일 야권에 따르면 다음달 27일 열리는 더민주 전당대회를 앞두고 추미애 의원과 송영길 의원만 일찌감치 당권 도전을 공식하며 세몰이를 이어가고 있을 뿐, 중량급 인사들은 잇따라 불출마를 선언하면서 전당대회 흥행에 대한 당 지도부의 시름이 깊어지고 있다.
이런 상황이라면 누가 대표에 오르든지 리더십이 제대로 서지 않을 수도 있다는 우려다.
대구에서 생환해 대권주자 반열에 오른 김부겸 의원이 당권 포기 선언을 한 뒤 전대를 둘러싼 열기가 빠르게 식고 있는 가운데 당대표 하마평에 오르는 김진표, 신경민, 원혜영, 이종걸 의원 중 누구도 뚜렷한 입장을 내놓지 않으면서 전당대회 흥행에 대한 우려는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온라인 당원을 중심으로 이 시장이 당권 주자로 급부상하기 시작했다. 이 시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이 시장은 CBS노컷뉴스와의 통화에서 "중앙 정치 쪽이 아니라 자치분권 및 지역운동, 시민운동을 하는 분들, 당내에서도 상층보다는 바닥에 계신 지지자들이 '뭔가 새로운 변화(당권 도전)가 필요하지 않냐'는 목소리가 있다"며 "개인적으로는 득 될 것이 없다는 것이 대체적인 평이지만 '개인적인 손실이 있더라도 국가권력의 정상화를 위해 기여하는 것이 당신이 해야 할 역할 아니냐'는 요구가 있다"고 전했다.
이 시장은 "(시장과 당 대표 겸직은) 법적으로는 문제가 없는데 현실적으로 바람직한지 문제가 있을 수 있다"며 "저는 물론 현역 의원, 국민들, 지역 주민들도 생소할 수 있기 때문에 다양한 의견을 듣고 진지하게 고민해보겠다"고 말했다.
그는 "만약에 (당 대표 경선에 출마)한다고 해도 맘대로 하진 않을 것"이라며 "공개적으로 시민들의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 하겠다"고 강조했다.
이 시장의 출마를 두고 당 안팎에서는 기대와 우려가 교차한다. 전당대회 흥행에 불을 댕길 것이라는 기대와 정치적 논란을 부를 수 있다는 우려가 그것이다.
이 시장의 당권 도전에 대해 더민주의 한 관계자는 "야권의 대선주자 중 한명으로 인지도가 높고 행정 성과도 뚜렷하기 때문에 이 시장이 당권 도전을 선언하면 전당대회에 대한 관심도가 올라갈 것"이라며 기대감을 드러냈다.
하지만 또 다른 관계자는 "이번 당대표는 대선후보와 함께 야권 최대의 열망인 정권교체를 이뤄야 하는 막중한 책임이 주어진 자리"라며 "지자체장과 당대표를 함께 수행하는 것은 법적 가부를 떠나서 어렵다는 것이 중론"이라고 말했다.
이 시장의 등판 이외에 다른 후보들이 흥행카드가 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당내 주류와 비주류 진영에서 거부감이 없는 원혜영 의원이 주말까지 조언그룹들로부터 의견을 청취한 뒤 다음주 쯤 당권 도전 여부를 발표할 예정이다. 원 의원의 당권 도전 여부에 따라 원내대표를 역임한 이종걸 의원 역시 당권 도전 여부를 결정할 예정이다.
9일 귀국한 문재인 전 대표가 변곡점이 될 가능성도 있다. 문 전 대표는 전당대회 전까지는 정치적 오해를 사지 않기 위해 공개 활동은 가급적 자제하며 경남 양산 자택에서 향후 구상에 집중할 계획이지만 '문심(文心)' 잡기 상황에 따라 제3의 후보가 당권에 도전할 가능성도 없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