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바로 여의도 한나라당 중앙당사 건너편에 있는 대하(大河)빌딩(사진)이다.
11층짜리인 이 건물은 1997년 사실상 역대 최초의 정권 교체에 성공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당시 캠프를 차리면서 유명세를 타기 시작했다. 이후 각종 선거의 ''둥지''로 각광을 받아온 것.
17일 하루만 해도 두 명의 선거 입후보자가 이곳에 입주했다. 한나라당 경선 출마를 선언한 공성진 의원이 9층에, 통합민주당 당권에 도전하는 추미애 의원이 6층에 각각 선거 사무실을 냈다.
앞서 민주당 경선에 출마하는 문학진 의원도 이 빌딩 5층에 사무실을 열었다.
한나라당 유력 당권 주자인 박희태 전 의원과 정몽준 최고위원도 일찌감치 대하빌딩에 캠프를 꾸렸다.박희태 전 의원이 411호에 입주했고, 정몽준 최고위원도 같은 층인 401호에 사무실을 내며 ''기 싸움''에 돌입했다.
특히 박 전 의원이 ''새 주인''이 된 411호는 지난 대선때 이명박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시중 방송통신위원장이 사용했던 사무실로, ''명당 중의 명당''으로 소문난 곳이다.
당시 이 대통령의 사조직을 이끌었던 박창달 전 의원도 바로 옆 사무실을 사용한 바 있다.
지난 대선 때 대하빌딩과 연을 맺은 대권 주자는 이 대통령뿐이 아니다. 당시 대통합민주신당의 정동영 후보도 6층에 ''메인 캠프''를 꾸렸다.같은 당 이해찬 김두관 김혁규 후보 등도 역시 대하빌딩에 둥지를 차렸고,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역시 이 건물에서 대선을 치렀다.
정치인들이 이처럼 선거를 앞두고 특정 빌딩을 선호하는 것은 한 유명 역술인이 이곳을 "제왕지기(帝王地氣)가 서린 곳"이라고 평가한 것과도 무관치 않다.
한 캠프 관계자는 "정치인들은 대부분 풍수지리나 점성술을 믿지 않는다고 하지만, 막상 ''대사''(大事)를 앞두게 되면 사소한 것까지 신경을 쓰지 않을 수 없다"고 했다.
1995년과 1998년에 잇따라 서울시장에 당선된 조순 전 부총리와 고건 전 총리도 대하빌딩에 사무실을 차렸었다.
조만간 경선 출마를 선언할 것으로 알려진 한나라당 김성조 의원도 이미 이 건물에 사무실을 계약한 상태다.
이제는 ''선거의 성지''가 된 대하빌딩의 주인은 지난 13대 전국구 의원을 지낸 바 있는 김영도 하남산업 회장으로, 자유선진당이 입주해있는 용산빌딩과 인근 대산빌딩의 소유주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