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날 복귀전은 지난 2014년 세인트루이스와 내셔널리그 디비전시리즈 3차전 이후 첫 등판이었다. 류현진은 지난해 5월 어깨 수술을 받고 긴 재활을 소화했다.
희망과 우려가 교차한 경기였다. 이날 류현진은 89개의 공을 던졌고, 최고 구속은 148km(92마일)를 찍었다. 평균 직구 구속은 144.5km(89.7마일)이었다.
어깨 수술을 감안하면 직구 구속은 어느 정도 회복됐다. 2013, 14년 연속 14승을 거둘 당시 류현진의 직구 평균 구속은 146km 정도였다. 시속 1.5km 가량 차이를 보인 것이다. 물론 150km 이상을 찍었던 당시와 비교하기는 어렵지만 그래도 나름 구속을 회복한 셈이다.
▲투구수 70개 넘으면서 급격한 구속 저하
하지만 일정 시점 이후 급격하게 구속이 떨어진 점은 우려를 자아낸다. 4회 이후 류현진의 구속은 눈에 띄게 떨어졌다. 1회부터 4회까지 평균 145.1km(90.1마일)을 찍은 류현진의 직구는 투구수 70개 정도부터 140km를 겨우 넘었다. 평균 87.1마일이었다.
특히 5회 마지막 타자 알렉스 디커슨에게 던진 4구째 패스트볼은 85마일(약 136.8km)에 불과했다. 이후 마지막 89번째 투구인 직구는 89마일(약 143km)을 찍었다. 그러나 이게 2타점 3루타로 연결됐다. 물론 우익수 야시엘 푸이그의 어이없는 타구 판단 실수도 있었지만 그만큼 잘 맞아 뻗어나갔던 타구였다.
MLB 전문 송재우 MBC 스포츠플러스 해설위원은 "사실 오늘 류현진에게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고 운을 뗐다. "사실 2일 마이너리그에서 84개의 공을 던졌다고 하지만 빅리그와는 큰 차이가 있어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는 것이다. 싱글A 타자들은 완급 조절을 할 수 있어도 빅리그에서는 통하지 않는다는 것.
송 위원이 매긴 류현진의 복귀전 점수는 'B-'. "만약 5회를 실점 없이 마무리했다면 B+나 A-도 줄 수 있었다"면서 송 위원은 "그러나 5회 고비를 넘지 못한 점이 아쉽다"고 말했다. 이어 "오늘은 수비도 도움을 주지 못했다"고 덧붙였다.
▲충분히 몸 만들고 올라왔으면 어땠을까
가장 걱정되는 것은 역시 급격한 구속 저하다. 송 위원은 "투구수 65개 정도 이후부터 구속이 눈에 띄게 떨어지더라"면서 "사실 1회 무엇인가를 보여주려는 듯 92마일을 찍는 등 빠르게 던졌는데 이게 오버페이스를 한 것 같다"고 지적했다.
경기 초반의 다소 무리한 것이 5회 구속 저하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송 위원은 "마지막 투구 20개는 내일 아침 어깨가 괜찮을까 하는 걱정이 든다"면서 "구속이 떨어지는 게 눈에 보여 안타까웠다"고 근심했다.
전날까지 다저스는 샌프란시스코에 5.5경기 차로 추격 중이었다. 에이스 클레이튼 커쇼와 알렉스 우드, 브렛 앤더슨 등 선발진이 부상으로 빠져 있는 상황이라 류현진의 복귀는 마운드에 힘을 실어줄 수 있었다.
당초 류현진의 복귀 시점은 이날 아니면 후반기로 예상됐다. 다저스 선발진에 여유가 있었다면 굳이 전반기에 나올 이유는 없었다. 그러나 선발 자원이 부족한 가운데 류현진도 어느 정도 구속을 회복해 나섰지만 다소 실망스러운 복귀전이 됐다.
하지만 기왕 선발진에 합류한 만큼 꾸준한 모습을 보이는 게 중요하다는 의견이다. 송 위원은 "올 시즌 목표는 성적이 아니라 부상 없이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소화하는 것"이라면서 "여기에 점점 더 투구수를 늘려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복귀전부터 100% 능력을 보이는 것은 무리다. 송 위원의 말처럼 서서히 페이스를 끌어올리면서 꾸준함을 보이는 것이 류현진의 과제다.